▲ 검경일보 강영택 총회장

[검경일보 강영택 총회장]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16일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 중단과 조국 파면을 촉구한다”며 삭발했다. 제1야당 대표가 정부에 맞서 삭발투쟁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황 대표는 "제1야당의 대표이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문 대통령과 현 정권에 항거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비장한 각오를 보였다.

황 대표의 삭발투쟁에 바른미래당이 힘을 보탰다. 바른미래당은 조국 법무부장관 해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계속한다고 밝혔다. 손학규 대표는 “'조국 이슈'가 '문재인 이슈'로 변하고 있다”면서 “조 장관 임명 철회가 사태 수습의 가장 빠른 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국당이 제안한 조국 파면연대에 대해선 이념 갈등이 확대하면 안 된다는 명분을 들어 다른 정당과 연대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황 대표의 삭발에 정치권 안팍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약자 코스프레’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선택지가 많은 기득권 정당이 정치적·사회적 약자들이 최후의 저항 수단으로 택했던 삭발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 대표의 삭발은 ‘장관 파면’을 요구하기 위해 국회도 내팽개친 ‘장외 퍼포먼스’라는 쓴소리가 들리는 이유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제1야당의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수많은 정치적 수단을 외면하고 삭발 투쟁을 하며 약자 코스프레를 하는 황 대표의 모습은 비정상의 정치를 웅변하고 있다”고 했다. 대안정치연대 소속 박지원 의원은 황 대표의 삭발 투쟁을 '구시대 정치'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지난 17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제1야당 대표가 삭발을 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20세기 구정치"라며 "야당으로서는 가장 강력한 투쟁장소가 국회"라고 강조했다.

국민들도 황 대표의 삭발에 불편함을 느낀다. 조국 사태 이후 여당을 지지하던 중도층 일부가 돌아섰지만, 한국당 지지율은 되레 하락했다. 정권에 실망했지만 한국당도 싫다는 의미다. 국민들이 바라는 건 조국 사태의 진실은 검찰에 맡기고 민생을 살리는 정치를 복원하는 것이다. 먹고사는 게 급한 국민들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삭발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투쟁은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 뒤 해도 늦지 않다. 국회 일정까지 밀어내면서까지 ‘삭발 정치’에 몰두하는 쇼가 통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저작권자 © 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