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E등급 훼손 문화재 방치한 채 A등급 문화재에 수리비 교부

[검경일보 이재근 기자] 문화재청이 국가지정문화재 정기조사 결과 수리가 필요한 것으로 진단된 D~E 등급 문화재를 방치한 채 보존관리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A~B 등급 문화재에 국고보조금을 교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재원 의원에 따르면 문화재청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국가지정문화재 정기조사 결과 D~E 등급을 받은 문화재 270개 중 13%에 이르는 35개 문화재를 수리하지 않았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A~B 등급을 받은 동산문화재 34개에 대해선 문화재청이 보수정비사업 예산 43억원을 교부해 수리했다. 훼손상태가 심각해 보수정비나 손상방지 조치가 필요한 문화재 대신 보존관리가 잘돼 대체적으로 양호한 문화재를 국고보조금을 지급한 것이다.

문화재청이 방치중인 D~E 등급 문화재 중에서는 2015년에 진단받은 문화재도 10개씩이나 됐지만, 문화재청은 소장기관이 예산신청을 하지 않았거나 소장기관이 자체적으로 처리할 예정이라는 이유로 정밀진단이나 수리를 시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문화재를 보존·보호해야 할 문화재청의 직무유기라는 지적이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문화재의 소유자나 관리자에 의한 관리가 곤란하거나 적당하지 않을 경우 관리단체를 지정하거나 직접 관리할 수 있다. 또한 필요하다면 행정명령을 통해 국가지정문화재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

더욱이 국가지정문화재의 현상, 관리, 수리 등에 대한 정기조사를 통해 보수정비사업의 국고보조금이 우선적으로 지원될 수 있도록 해야 함에도 문화재청은 문화재 소장기관이나 소관 지방자치단체가 국고보조금을 신청한 경우에만 교부 여부를 검토할 뿐 그 외 문화재에 대해선 사실상 방치하고 있어 개선이 요구된다.

김재원 의원은 “국가지정문화재의 보존·관리의 책임을 지닌 문화재청의 안이하고 소극적인 행정으로 인해 국가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다”며 “수리 등이 필요한 문화재에 대해선 지자체나 소장기관의 국고보조금 신청 여부와 관계없이 우선적으로 보수정비가 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