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덕룡 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개헌 추진하고 싶다”

김덕룡 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검경일보 김현태 기자] 김덕룡 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야당 시절에 18년간 비서(비서실장 8년)를 했다. YS의 문민정부에서 정무장관 2회, 여당(민자당) 사무총장을 하며 YS를 지근에서 보필했고, YS 서거 후엔 (사)김영삼 민주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

> 정치의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 하십니까?​

 

“정치는 국민을 통합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또 선의의 경쟁을 하며 타협해야 한다. 그러면서 국가공동체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가며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희망을 주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 정치는 실종됐다. 여당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야당은 대안 없이 반대만 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번 총선 후에도 희망이 없다는 내 예측이 틀리기를 바라지만 별로 나아질 것 같지 않아 걱정이 앞선다. 총선 후 개헌에 마지막으로 기대를 걸고 있다. 개헌을 하면 정치권의 토양자체를 변화시켜 새로운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 연합의 정치, 협치가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정치 신조가 있으시다면 한 말씀 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치하며 민주화, 정치개혁, 국민통합과 민족화합 등 그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민자당 사무총장을 하며 한국정당사에 첫 당 부설 연구기관으로 여의도연구소(현 여의도연구원)를 설치했다. 지금은 정당의 국고보조금 가운데 30%를 정책개발비에 쓰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당시엔 그런 의무조항이 없어 30억원을 조성해 연구소 기금으로 지원했다. 또 호남 출신으로 그동안 영남당에 있으며 여러 갈등과 역할에 한계를 많이 느끼면서도 영·호남 갈등 해결과 국민통합을 위해 앞장섰다고 자부한다. 750만 해외동포는 대한민국의 큰 자산으로 국가발전의 동력과 국가경영의 중요한 과제로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 11위 경제 대국과 세계 6위의 수출 대국이 된 데는 190여개국에 나가 있는 750만 해외동포의 역할이 컸다. 정부와 정치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 해외동포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했는데 앞으로는 이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게 현재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복수 국적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 현행 헌법 제2조에 규정한 ‘국가는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는 조항을 ‘재외국민을 보호하고 지원해야 한다’로 바꾸어야 한다.”​

> 문민정부에서 정무장관 2회, 당 사무총장을 역임하셨다고 하시는데 마음에 품고 있는 생각이나 느낀 점이 있으시다면?

“사심 없이 일했기에 부끄럽지 않다. 개인적 이득을 챙기고 정치적 야망을 달성하거나 출세를 위해 일하지 않았다. 그래서 너무 소심하고 정치적 야망이 없다는 얘기를 주변으로부터 듣기도 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으나 아쉬움은 있다. 문민정부가 차분히 마무리를 잘했더라면 정권을 재창출해 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당시 야당의 반대로 금융·노동개혁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해 IMF를 맞았다. 지금 내가 지혜롭거나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 김 전 수석부의장은 보안이 철저했다고 들었습니다. 한말씀 해 주신다면?

“시대 상황이 그렇게 요구했다. ‘지퍼’라는 별명도 들었다. 독재 탄압과 정보정치에서 기밀을 지켜야 할 일이 많았다. 비서는 자기를 내세우지 않고 어떤 의미에선 얼굴과 입이 없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입장에 변함이 없다. 야당 시절에는 집에서 아침밥을 먹고 나와서 저녁에 못 들어갈 수도 있고, 또 언제 구속될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나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전화번호와 일정을 수첩에 적지 않았다. 당시 전화가 많지 않았지만 머릿속에 200~300개 집 전화번호를 입력 시켜 놓았다. 일정은 작은 메모지에 간단히 적었다가 나중에 찢어 없애 버렸다.”​

김덕룡 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인터뷰가 끝나고 그는 “정치인은 역사 앞에 당당하고 하늘을 두려워해야 한다”며 “정의의 편에 서서 국민에게 부끄럽지 않은 일을 해야 한다”고 정치권에 당부했다.​

또한 “정치인은 대립된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피를 철철 흘리더라도 공동선의 방향에 서서 국민을 설득하고 시류에 영합하지 않아야 한다”며 “나 혼자 해서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할 것이 아니라 나 하나라도 바로 서는 게 개혁의 시작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덕룡 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1987년에 개정된 5년 단임제 제왕적 대통령제는 이제 30년이 지나 효력을 다했다. 정치가 제대로 되려면 개헌을 해야 한다”며 “현실정치를 떠났으나 정치개혁 차원에서 마지막으로 개헌을 추진하고 싶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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