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인타이, 100여 개 브랜드 조정…판매실적 기대치 못 미쳐

한국식 백화점이 베이징시장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베이징 최초의 한국식 백화점인 롯데?인타이(銀泰)가 점포 내의 100여 개 브랜드를 교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화점 측은 판매실적이 기대치에 못 미쳐 한국 브랜드의 수를 재차 줄였다고 해명했다. 백화점뿐 아니라 한국 고급비즈니스도 베이징에서 ‘현지 부적응’을 겪고 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 브랜드 조정으로 ‘한국 색채’ 약화

아직도 중고급 브랜드를 혼합 경영하는 전형적인 한국 백화점모델이 지속되고 있지만 베이징 최초의 한국식 백화점인 롯데?인타이의 한국 색채가 점점 약화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한국 브랜드 수 축소가 롯데?인타이 백화점이 실적을 제고하는 조정방향으로 자리 잡았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한 달 남짓 진행해온 롯데-인타이 백화점의 브랜드 조정이 5월 초에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 기간에 백화점은 남녀 의류, 아웃도어 등 100여 개 브랜드를 교체했다. 구찌(GUCCI), 까르띠에(CATIER) 등 국제 유명브랜드는 그대로 두고 스페인 유명브랜드인 뚜르꼬(TRUCCO) 등을 도입하는 한편, 개업 초기에 한동안 주류를 차지했던 한국 브랜드의 세력이 지금은 많이 약해졌다.

지난 5월 24일 롯데?인타이 백화점의 공식사이트에서 확인한 결과 전시된 37개 브랜드 가운데 한국 브랜드는 고작 4개로 2008년 개업 당시 수십 개와 눈에 띄게 차이가 났다. 롯데 인타이 백화점은 “개업 이후 한국 브랜드 비율이 수직하락했다”고 토로했다.

롯데-인타이 백화점은 한국 브랜드를 줄이는 동시에 업계의 인정을 받은 1:1 쇼핑서비스, VIP 주차 등 한국식의 섬세한 서비스는 계속 유지하고 있다.

자료에서 왕푸징(王府井) 상업가에 위치한 롯데?인타이 백화점은 한국 대기업인 롯데그룹과 중국 백화점 메이저인 인타이가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에 개업한 이 백화점은 중고급 포지셔닝을 고수하고 있다.

◆ 경영실적 계속 목표 미달

업계에서는 롯데?인타이 백화점이 경영압력에 부딪쳐 대대적인 조정을 단행할 때마다 한국 브랜드 수 감축을 대응책으로 택한 이유는 한국의 유명브랜드가 실적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백화점 전체의 경영실적에 지장을 주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개업 이래 백화점의 경영진도 수차례 교체됐다. 더더욱 백화점이 개장한 첫 4개월간 무려 1억 위안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소식도 있다.

롯데?인타이 백화점의 한 담당자는 “한국 브랜드의 판매부진으로 백화점은 필요에 따라 조정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인정했다.

사실 롯데-인타이 백화점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브랜드를 대대적으로 바꾸는 것 외에 마케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많은 소비자들이 중고급 백화점인데도 롯데?인타이의 판촉이벤트가 심지어 신스제(新世界) 백화점에 못지 않으며 환경도 더 좋다고 밝혔다.

◆ 고급 ‘한류’ 당분간 유행되기 어려워

한국 유명브랜드가 많이 집결된 롯데-인타이 백화점이 베이징에서 현지 부적응증을 보인 현상은 중국에서 한국 고급비즈니스의 발전이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류매장, 한식요리가 ‘한류’를 일으킨 적이 있으며 베이징의 많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중국에 진출한 지 여러 해 된 한국 이랜드도 베이징시장의 주력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이런 성숙된 한국식 비즈니스는 가격대성능비가 높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의 고급수준을 대표하고 판매가격이 높은 한국의 일류 브랜드들은 베이징시장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

롯데-인타이 백화점이 한국시장에서 매출 선두를 달리는 의류 브랜드를 도입한 적이 있는데 그 디자인, 원단, 가공이 모두 한국 의류의 최고수준을 대표했지만 지명도와 가격이 매칭되지 않아 이 유명브랜드는 결국 베이징에서 고배를 마셨다.

현재 롯데-인타이 백화점이 점차 한국 브랜드 비중을 낮추고 있는 것도 이 점을 입증해준다.

한 비즈니스 전문가는 "많은 구미 대형 브랜드가 꽉 잡고 있는 중국 고급소비시장에서 한국의 고급브랜드가 자리를 잡으려면 품질을 보장하는 전제에서 가격대를 낮추고 아울러 브랜드 홍보강도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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