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적 리더십' 인정받아…2016년까지 5년 연임 확정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1일(이하 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 연임이 확정, 내년 1월 1일부터 2016년 말까지 5년 임기를 시작한다.

조지프 데이스 유엔총회 의장은 이날 오후 3시에 개최된 총회에서 반기문 사무총장의 재선 안건을 공식 상정, 192개 전 회원국 대표들이 박수로 통과시켰다.

사무총장 출마자가 없어 표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진행된 것이어서 만장일치의 결과로 이어졌다.

사상 첫 한국인 유엔 수장이 `동양적 리더십'을 인정받아 국제사회의 전폭적 지지로 5년 연임이 확정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반 총장은 연임이 확정된 뒤 회원국 대표들의 기립박수 속에 회의장에 입장했다.

전체 회원국을 대표하는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유럽 등 5개 지역그룹 대표들은 "국제 사회를 위한 그의 지치지 않는 노력은 연임을 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한국의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가자 전쟁, 칠레와 아이티의 지진, 코트디부아르 사태 등에서 보여준 반 총장의 성과를 언급하면서 "인류의 번영과 평화를 위한 반 총장의 역할과 성취에 깊은 감사를 보낸다"면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강한 유엔을 만들고자 하는 그의 길에 한국 국민과 정부는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 총장은 유엔 헌장에 손을 얹고 "국제 평화와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선서했다.

반 총장은 수락연설에서 "유엔의 역할은 선도하는 것"이라면서 "미래를 바라볼때 우리는 결정적이고 합심된 행동의 명령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작만으로는 안된다. 결과를 주어야 한다"면서 "사람들이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결과, 세상이 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결과를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만장일치로 재선에 성공한 반기문 UN사무총장.
사실상 192개 회원국 전체의 추천으로 재선에 성공한 반기문 총장은 지난 2007년 취임 초 서방 언론으로부터 `카리스마 부족', 중국 등의 인권 문제에 침묵한다는 등의 비판을 받았지만 특유의 `조용한 외교', `해결책을 찾는 외교'를 통해 이를 극복해 왔다.

반 총장은 특히 올해 코트디부아르 내전 해결에 큰 기여를 했고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중동.북아프리카 사태때 적극적으로 시위대 편에 서서 국제 사회 여론을 선도하면서 강력한 리더십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기후변화, 여성.아동 인권 문제 등을 유엔의 최우선 과제로 끌어 올렸고, 유엔 개혁을 통한 투명성과 효율성 제고에도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아울러 받고 있다.


◇ 임기 초반의 시련

반 총장은 취임 초반부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등으로부터 비난과 함께 유엔 내부의 반발도 있었다.

반 총장의 설득과 중재를 앞세우는 동양적 리더십에 적극적인 행동이라는 자신의 잣대를 들이댄 서방 선진국으로부터는 `존재감과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개발도상국들로부터는 `친미적 인사'라며 차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유엔사무국 감사실(OIOS) 책임자가 "반 총장이 이끄는 유엔이 투명성을 잃었고 책임감도 없다"는 내용의 메모를 미국의 한 언론에 흘려 반 총장을 흔들었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를 탄압했을 때 반 총장이 침묵하는 등 중국의 인권 탄압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하며 반 총장이 인권문제에 일관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우회적으로 했다.


◇ 한달에 지구 한 바퀴 '발로 뛰는 리더십'

반 총장의 리더십은 인권과 민주주의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강력한 대처로 빛을 발하면서 재평가를 받았다.

그가 강력한 리더십이 회원국들의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데는 그가 취임 이후 보여준 발로 뛰는 외교도 한 몫 했다.

유엔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는 취임 이후 한 달에 평균 지구 한 바퀴를 돌 정도의 거리를 이동하는 살인적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67번째 생일도 남미를 순방 중이던 지난 13일 버스 안에서 보냈을 정도다.

그는 2008년 5월 최악의 사이클론 재해 이후 미얀마가 외국의 구호 활동을 봉쇄해 50만명의 미얀마 이재민들이 위기에 빠졌을 때 미얀마 군부를 설득해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들이도록 했다.

올해 초 중동의 민주화 사태가 발생하자, 그는 한국의 민주화 경험을 바탕으로 아랍의 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반 총장은 "중동 지역 지도자들은 국민의 진정한 뜻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하고, 평화적 시위대에 대한 무력 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이 지역 국가를 압박했다.

지난해 초에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침공해 가자 전쟁이 발발했을 때는 평화적 중재를 위해 열흘 동안 8개국가를 옮겨 다니며 협상을 모색하기도 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의 정당성을 잇달아 언급하면서 코트디부아르 사태에 대한 유엔의 군사 개입을 주도했다. 리비아의 민주화 시위대를 탄압하는 무아마르 카다피에게도 즉각적인 권력 이양을 촉구했다.


◇ '환경 세계 대통령' 공헌

반 총장의 업적 가운대 기후변화를 글로벌 어젠다로 끌어 올린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는 2009년 9월 150여개국의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3세계 기후회의에서 "기후변화는 경제적 재앙을 가져 올 수 있다"며 "지금부터 배기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에 투자해야 한다"고 각국의 관심과 노력을 촉구했다.

반 총장은 세계를 돌면서 틈만 나면 온난화 해법 마련을 역설하며 `개인적 사명'으로까지 생각하고 있다. 그는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청정에너지 기술과 에너지 효율 문제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후세를 위해 지구를 더 이상 오염시켜서는 안된다'는 철학을 분명히 하고 있어 2기 체제에서도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반 총장은 이밖에도 여성인권 침해와 관련된 문제를 전담할 유엔 조직인 유엔 여성기구(UN Women)를 발족시키는 등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와 함께 전세계 비핵화와 아동인권 신장 노력 등도 반 총장 1기의 큰 성취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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