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페스토, 총선 공약이행정보 공개…75명(31.78%) 공개거부

내년 총선을 10개월 정도 앞두고 상당수 현역 국회의원들이 지난 총선 공약과 이행사항 알리기를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상임대표 강지원/이하 매니페스토본부)는 지난 5월 16일 지역구 국회의원 236명(지역구 국회의원 245명 중 2011년 4.27재보궐선거 당선자 3명, 청와대 정무수석 1명, 장관 3명, 공석 2명, 총 9명 제외)을 대상으로 ▲선거공보에 실린 공약 처리 현황 ▲선거공보 공약의 일부추진, 보류, 폐기의 사유에 대한 자료를 6월 4일까지 제공할 것과 6월 13일까지 해당자료를 국민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공개할 것을 요청하였으며,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 전체 지역구 국회의원 236명 중 31.78%에 달하는 75명의 국회의원이 총선공약이행 자체평가정보를 국민들에게 스스로 공개하고 평가를 받고자 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광역단체장 16명 전원(100%)이 공약이행정보를 공개하고 있고, 기초단체장 214명(총 228명 중 무투표 당선지역 8명은 선거공약이 없음으로 제외, 보궐선거/직무정지 6명 제외) 중 206명(96.26%)이 공약이행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볼 때, 대선공약 위약(違約) 선언을 두고 여·야 할 것 없이 날카로운 비판을 하던 국회가 자신의 공약이행정보 공개에는 적지 않은 수의 의원들이 묵묵부답이거나 무작정 버티기를 하고 있는 등, ‘겉 다르고 속 다른 오리발정치’라는 비난을 국회 스스로 자초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 236명의 선거공보 공약은 총 5,529개(미공개 의원 공약 2,201개 포함)였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공약내용에는 4대 강, 신공항, 과학벨트, 공기업 유치, 도로망 확충 등 사회적 갈등요소를 포함하고 있는 국책사업과 관련된 공약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이와 함께 특목고 자사고 유치, 주거타운건설, 아파트 쉼터 조성 등의 지역민원에 해당되는 것이 많았고, 많은 예산이 수반되는 복지공약이 무책임하게 난발되고 있다는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꾸어 말하자면 선거 과정에서 국회의원 후보들의 공약검증을 더욱 철저히 하고, 선거 이후에는 공약이행정보를 꼼꼼히 따져보는 사회적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국회의원들의 공약검증을 철저히 하는 것이 국책사업 집행과정에서 일어났던 심각한 사회적 갈등의 문제와 재원을 생각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제시되는 실현가능성 없는 선심성 복지정책들을 바로잡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정당별 공약이행정보 공개 결과를 보면, 민주노동당이 소속의원 2명 전원(100%)이 공약이행정보를 공개했다.

민주당은 77.46%에 해당되는 55명(소속의원 72명 중 4.27재보선 1명 제외, 71명 대상), 한나라당은 67.83%에 해당되는 97명(소속의원 150명 중 4.27재보선 1명, 청와대 정무수석 1명, 장관 3명, 공석 2명 제외, 143명 대상), 무소속 의원은 50%(6명 중 3명), 자유선진당은 33%(소속의원 12명 중 4명)의 순으로 공약이행정보를 공개했다.

반대로 한나라당 46명(32.17%), 민주당 16명(22.54%)이 공약이행정보 공개를 하지 않은 것이다.

지역별 공약이행정보 공개 결과를 보면, 광주지역은 국회의원 87.50%(8명 중 7명), 강원지역은 국회의원 87.50%(8명 중 7명), 경남지역은 국회의원 81.25%(16명 중 13명)가 공약정보를 공개하여 상대적으로 공개율이 높았다.

반면 대구지역은 국회의원 50%(12명 중 6명), 울산지역은 국회의원 50%(6명 중 3명), 충남지역은 국회의원 40%(10명 중 4명), 대전지역은 국회의원 33.33%(6명 중 2명)가 공약정보를 공개해 상대적으로 공개율이 낮았다.

국정공약과 지역공약의 분포를 보면, 총 3,328개 공약 중 국정공약 비중은 19.92%(663개), 지역공약 비중은 80.08%(2,665개)로 나타났다. 이는 국회의원의 책임과 역할이 국가대표성과 지역대표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국회의원공약이 대부분 지자체장과 다를 바 없는, 지역공약비중이 너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매니페스토본부 "지난 총선부터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에도 정치권은 '타운을 만들고, 길을 내 주고, 다리를 만들어주는 공약만이 표가 되는 현실"이라며 "그러나 현실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정치권의 이러한 주장은 현재의 총선공약은 결국 '정치인의 표를 얻기 위한 거짓말‘이라는 것을 반증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임기를 10개월 정도 남긴 시점에서의 살펴본 공약이행결과는 3,328개 중 ‘완료공약’이 957개(28.76%), 임기 내에 완료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정상추진공약’은 1,461개(43.90%)로 총선 공약의 25.57%는 일부추진 및 보류.폐기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공약 내용 중 일부만 추진되고 있는 ‘일부추진공약’이 631개로 나타났고, 추진되지 않고 보류 중인 ‘보류공약’은 183개로 조사됐다. 공약이 폐기되었거나 정보를 표시하지 못하는 등의 공약도 96개(폐기 37, 기타 59)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류·폐기된 220개의 공약을 살펴보면, 대부분 건설, 유치, 조성, 이전 등의 개발관련 공약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류된 공약 183개 중에는 도로·철도관련 공약이 22개로 가장 많았으며, 폐기된 공약 중에는 산업·관광단지 조성 및 유치 공약이 12건, 특목고·자율형 사립고 유치 공약이 3건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총선 후보자의 개발관련 공약 중에 국회의원으로서의 권한과 그에 따른 책임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이것도 저것도 다 해주겠다'는 식의 백화점식 나열형 개발공약이거나 '내가 하면 된다'는 식의 독불장군식의 개발 공약은 대부분 빌 공(空)자 공약(空約)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매니페스토본부 관계자는 "국회의원은 국회의 동의 없이 채포 또는 구금할 수 없으며, 직무상 발언에 대해 면책특권이 있지만, 그렇다고 공약이행에 대해서도 면책특권이 있는 것으로 오판하고 있다면 대단히 유감스럽다"면서 "이번 총선공약정보 공개 및 평가 사업은 우물쭈물 넘어가도 되는 '일회성 이벤트'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더욱 곤란하다"고 경고했다.

한편 매니페스토본부는 정치개혁운동으로써 이번 자료를 바탕으로 ‘총선공약 시민검증센터’를 오픈, 총선 직전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공약이행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의원들에 대해서는 명단과 함께 그들의 총선공약목록을 공개, 시민들이 평가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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