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대선 필승카드 ‘박근혜 뿐’…'朴 러브콜' 경쟁

한나라당 7·4 전당대회 권역별 비전발표회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구애작전'과 '박근혜 찬가'가 울려 퍼지면서, 이른바 '박심'(朴心)이 상한가를 넘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전열을 정비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와도 맞물려, 박근혜 대세론을 당내 대선후보 향배까지 결정짓는 전당대회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난 6·3 청와대 회동에서 양측이 내년 4월 총선에서 공천의 3대 원칙을 합의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박근혜 전 대표의 입지는 친이계를 강타했다. 친이계 대권주자 정몽준 전 대표가 강력 반발하는 등 만만치 않은 후유증을 남긴 것이다.

결국 청와대와 친박 측이 즉각 부인해 공천원칙 합의설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여권의 양대 축이 차기권력의 도면을 새로 그리려 했다는 점에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공천 합의설 파문은 진위여부를 떠나 여권 내 확고부동한 박 전 대표의 입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고 입지를 더욱 강화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회동 이후 이어 온 ‘화해모드’가 전당대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이 대통령은 당내 구심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친박계의 협력이 필요하다. 친박계도 마찬가지.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이 대통령과 관계가 중요하다. 때문에 현재까지 확실한 대안카드인 박근혜에게 무게중심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셈이다.

<7·4 전대 후보들의 박근혜 접근법>

이어지는 한나라당 7·4 전당대회는 '박심'(朴心)을 향한 구애 경쟁 일색이다. 신뢰도와 지명도는 평소의 언행과 행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차기지도부 진입을 노리는 7명 당권후보들이 한결같이 ‘박근혜 미래보디가드’를 외치는 분위기다. 1.2차 비전발표회가 대구, 경북을 시작으로 부산. 울산. 창원으로 이어지면서 박근혜 정서가 강한 영남권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박심'고 '당심'(黨心)을 같은 선상에 놓는 기류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 친李-친朴-소장파-중도 등 계파구도가 박근혜 앞에서는 아예 실종됐다.

홍준표 후보는 앞서 "당 대표가 되면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야당의 공세를 막아내겠다"고 말했다가 이번에는 "조만간 우리 대선 후보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는데 누가 막아줄 수 있겠느냐"고 말해 박근혜 전 대표의 방패막이 역할도 자임했다.

친李계의 암묵적 지원을 받는 원희룡 의원도 "정권 재창출과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표가 약속한 대화합의 정신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다.

쇄신파를 자임하는 남경필 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의 신뢰 이미지는 한나라당에 축복"이라며 "대표가 되면 수도권의 젊은 표를 몰아서 박근혜 전 대표와 윈윈하겠다"고 했다.

남 후보는 창원 유세에서는 당 위기론을 부각시키면서 "박근혜 전 대표가 왜 신뢰받고 있는가. 한 길로 가기 때문이다"고 요약하며 박근혜 다가서기를 시도했다.

나경원 후보는 '선거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박근혜 전 대표를 빗대 "'선거의 여왕 2'라는 애칭을 가진 나경원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를 보장하겠다"고 말하며 박근혜와의 접근법을 시도했다.

나 후보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오히려 여성 대통령을 만드는데 여성 당대표가 카펫을 깔아주는 것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해 박 전 대표의 대권지원 의사도 밝혔다.

권영세 의원은 "여러분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박근혜 대표가 (2004년 총선 때) 한번 기회를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고, 국민들은 총선승리 대선승리로 화답해줬다"며 "이제 그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의 천막당사 정신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며 한나라당을 위기에서 구한 박근혜 전 대표를 치켜세웠다.

친박계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유승민 후보는 오히려 박근혜를 앞세워 구애를 청하는 다른 후보들에게 '언중유골(言中有骨)'의 직격탄을 날리며 반격을 가했다.

유 후보는 대구 유세에서 "평소 좀 잘하지……. 박근혜 대표를 구박하고 괄시하던 분들이 (선거 있으니) 갑자기 지키겠다고 나선다"고 타 계파 당권후보 6명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창원 유세에서는 "지난 2008년 박근혜 전 대표에게 보여준 성원을 유승민에게 보여준다면, (내년)총선을 지나, 대선까지 확실히 이기겠다"고 박근혜 전 대표 사람으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적임자임을 목소리 높여 각인시켰다.

잔치판을 키워라

6월의 한나라당 분위기는 아무리 박근혜 전 대표가 손사래를 치며 부정하고 입을 닫고 있어도, 박근혜 입지 강화를 위한 달이었고, 박근혜 시대의 서막을 위한 달이었다는데 부정할 수 없다.

대통령과의 회동이 박근혜와의 화해무드 조성은 물론, 박근혜에게 힘을 실어주는 형국으로 진행됐고, 7.4 전당대회도 박근혜의 정치력이 만들어내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지도부는 내년에 있을 총선과 대선을 이끌게 됨으로 자연히 박근혜 대선가도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에 세인들의 관심이 크다.

과연 이번 7.4전당대회에서 한나라당은 어떤 색깔의 지도부를 선택할까, 아니 정확히 박근혜는 어떤 지도부를 만들어 낼까?

옛말에 '잔치판은 클수록 좋다'는 말이 있듯이 많은 사람들을 불러 들여 잔치판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이 잔치판은 친박의원들과 그 지지자들이 모여 입 맞추고 박수치는 끼리끼리 모이는 우물 안의 잔치판이 아닌 출마 후보들을 모두 아우르는 그런 잔치판이 되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2007년 쓰라린 8월(한나라당 대선 경선 패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필요한 행보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또 다른 친이계 의원은 "친박의원들과 지지자들은 당시의 패인을 두고 이명박 후보가 잔꾀를 쓰고 기회주의자들이 박근혜를 배신한 것이 원인이었다면서 지금까지도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박근혜가 그만큼 포용력이 없었고 정치적 감각도 없었음을 자인하는 것이며 증명이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번 7.4 전당대회에서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다 모이는 한나라당의 잔치판으로 만들어 한나라당의 리더가 되고 국민들이 열망하는 미래의 희망이 됐을 때, '박근혜 대세론'이 지지를 받는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고민하는 친박계

이처럼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 중심에 서자 친박계 의원들이 최근 ‘박근혜 이미지’에 대해 부쩍 고민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화해무드에 따라 정부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이유로 최대한 정치적 언행을 아꼈던 박 전 대표에게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것에 대한 우려에서다.

특히 전대가 치러지는 민감한 시기인 만큼 친박 의원들도 극도로 조심하는 모습이 엿보인다. 전대가 ‘박심’(朴心)을 통한 계파대결 구도로 비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번 전대는 내년 대선을 함께 치를 새 지도부가 선출되는 과정이면서 박 전 대표가 본격적인 보폭을 넓힐 채비를 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친박의 지원을 받아 당선된 황우여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이른바 '수첩사건'이 불거져 마치 새 원내대표가 박 전 대표를 알현하고 결과를 보고하는 듯 한 모양새가 그려진 바 있다.

이어 터진 박지만 사건. 박 전 대표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의 의혹에 대해 박 전 대표가 “동생이 말했으니 끝난 것 아니냐”고 잘라 말해 논란이 됐다. 친박 내부에서 조차 "대응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 대목에서 한 중진 의원은 "사실 박 전 대표가 ‘더 이상 내가 할 말은 없다’는 뜻이었는데 전달과정에서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외부로부터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친박계는 이런 저런 과정을 통해 "좀 더 친절하게 유보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변화에 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박 전 대표를 둘러싼 신비주의가 때에 따라선 권위적인 모습으로 변질된 것에 대해 경계하며 고민하는 자성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표의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현역 의원 30~40명이 동행하는 것에 대해서도 "자제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당내를 떠나 박 전 대표가 극복해야 할 과제 가운데 중요한 것은 젊은 층과 가까워지는 방안도 나왔다. 한 여론조사에서 "수도권 젊은층의 10명 중 8명이 박 전 대표에게 반감을 갖고 있다"는 조사가 나오면서 적극적인 소통의 필요성이 강조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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