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李 지지한 원희룡 ‘참패’…親朴 유승민-중립 나경원에도 밀려

모래시계 검사로 잘 알려진 4선의 홍준표 의원이 한나라당 새 대표에 선출됐다. 신임 홍 대표는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에서 당내 경선을 관리해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친박계 단일후보로 나선 유승민 의원은 막판까지 선전을 펼쳤으나 2위에 그쳤다.

홍일점으로 경선에 참여한 중도성향의 나경원은 3위를, 친이계가 지지한 원희룡과 쇄신파 남경필 의원이 각각 4~5위를 차지해 한나라당 최고위원으로 새 지도부를 구성하게 됐다.

한나라당은 4일 오후 2시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7,000여명의 당원이 참석한 가운데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에 홍준표 의원을 뽑고 내년 총선을 위한 지도부를 출범시켰다.

홍 대표의 임기는 직전 지도부의 잔여임기인 내년 7월13일까지다.

대의원과 당원, 청년선거인단 투표(70%) 및 일반 여론조사(30%)를 합산한 결과, 홍 후보가 4만1,666표를 얻었으며 유 후보가 3만2,157표, 나 후보가 2만9,722표, 원 후보가 2만9,086표, 남 후보가 1만4,896표를 각각 획득했다.

지도부 진입에 실패한 박 후보와 권 후보는 각각 8천956표, 6천906표를 얻는데 그쳤다.

각종 현안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며 '비주류'를 자처해온 홍 후보의 당선은 한나라당내 역학구도에 상당한 재편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홍 대표가 비전발표에서 이명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강조하며 밝혔듯이 당청 관계 역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모래시계 검사 출신으로 '홍반장'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홍 대표와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설정도 첨예한 문제다. 하지만 홍 대표는 비전발표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야당의 공격으로부터 막아내겠다"고 거침없이 밝힌 만큼 친박과의 우호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다고 홍 대표가 무작정 우호관계만 유지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홍 대표의 그동안 거리낌 없이 쓴 소리를 하던 행보를 볼 때, 경우에 따라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전 대표 등에게도 우발적인 직격탄을 날릴 수 있을 개연성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홍 대표의 스타일에 비춰봤을 때 홍준표호는 향후 당청관계나 대야관계에서 강한 목소리를 내며 힘센 여당으로 자리 잡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친이(親李)계가 지원한 원희룡 의원이 4위에 그치면서 친이계는 다시 한 번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지난 5월 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이계가 밀었던 안경률 의원이 비주류(非主流)의 황우여 의원에게 패한 데 이어 당권(黨權)을 놓고 벌인 진검승부에서도 참패한 것이다. 당권을 다시 되찾아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친이계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이심전심으로, 친이계 초재선 의원들은 팔을 걷어붙이고 원희룡 의원을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밑바닥 표심(票心)은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친이계의 한 핵심 의원은 "이번 경선을 통해 친이계 성향의 대의원과 당원 상당수가 친이계에서 이탈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실제 이재오 장관과 가까운 중진 의원 상당수도 원 의원이 아닌 다른 후보를 지원한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원 최고위원이 이번 경선에서 홍준표 신임 대표는 물론 친박계의 유승민, 중립 성향의 나경원 최고위원에게도 밀린 점은 그동안 당내 세력 판도에서 다수파를 차지했던 친이계가 소수파로 밀려났음을 실증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전대 이후 당으로 돌아오는 방안을 검토해왔던 이 장관의 당 복귀 시점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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