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이재오 당 복귀, 박근혜 대권행보 걸림돌" 우려

‘왕의남자’ 이재오가 돌아온다. 이 특임장관이 이르면 이번 주 이명박 대통령에게 장관직 사의를 공식 표명하고 한나라당으로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친이명박계 좌장인 이 장관이 당으로 복귀함에 따라 이 대통령 집권 후반기 여권 내 '힘의 균형'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친이계는 이 장관의 당 복귀가 무엇보다 반갑다. 7ㆍ4 전당대회 이후 ‘비주류’로 물러난 친이계는 최근 결속력에서도 ‘와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장관의 복귀는 ‘친이계의 구심점 회복’으로도 비칠 수 있다.

모래알처럼 흩어질 위기에 처한 친이계가 이 장관을 중심으로 재규합, ‘이명박 정권 성공 기반으로 한 총선ㆍ대선 승리’라는 목표점을 향해 한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반해 친박계는 벌써부터 바짝 긴장하는 태세다. 7ㆍ4 전당대회와 원내대표 경선을 통해 홍준표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 등 ‘비주류 지도부’가 탄생했고, 이어 쇄신파와 친박계가 ‘신주류’로 자리매김하면서 사실상 당의 중심축이 친박계로 이동한 상태인데 친이계의 좌장인 이 장관의 당 복귀가 곱게 보일리가 없다.

2007년 대선 경선 및 18대 총선 공천에서 정면충돌한 친박계는 이 장관과 ‘구원’이 있는데다, 이 장관의 당 복귀로 자칫 당 권력의 무게중심이 ‘친박계-쇄신파 연대’와 친이계 사이에서 흔들릴 개연성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선 박근혜 전 대표에게는 당장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 장관과 박 전 대표 간의 오랜 악연을 돌이켜보면 이 장관의 당 복귀는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실제 이 장관은 지난 2008년 총선 낙선 이후 잠시 정치권을 떠났다가 특임장관으로 재 복귀한 이후 사사건건 박 전 대표와 마찰을 빚어왔다.

개헌 공방이 한창이던 지난 2월 10일 이 장관은 인터넷을 통해 “개헌을 위해 가장 강력한 상대와 맞서겠다. 나는 다윗이고 나의 상대는 골리앗”이라는 글을 남겨 우회적으로 박 전 대표를 겨냥했고, 다음날인 11일에는 “대선 2년 전부터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일하는 건 국민을 많이 피곤하게 한다”며 박 전 대표를 향해 원색적인 발언을 쏟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장관과 박 전 대표와의 질긴 악연은 이보다 앞선다. 이들의 악연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이 장관이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수감되면서 시작된다.

이후 이 장관은 지난 2004년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독재자의 딸’이라고 비난하면서 박 전 대표를 향해 숨겨왔던 발톱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2007년에는 친이계의 지휘자역할을 하면서 박 전 대표와 맞대결을 펼쳤다. 그러다 2008년에도 친박계 대거 낙천의 주범으로 몰려 총선 낙선이라는 쓰라린 경험을 맛보기도 했다.

이처럼 이 장관과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라는 같은 울타리에 묶여 있지만 결코 ‘오월동주(吳越同舟)’조차 할 수 없는 관계다.

이 때문에 친박계로서는 이 장관의 당 복귀가 여간 껄끄러운 게 아니다. 박 전 대표와의 오랜 악연에서 비롯된 대립구도가 자칫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장관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저작권자 © 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