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일보=양수안 기자] 10.26 재보선 선관위 디도스 공격을 놓고 경찰수사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수사 당시 청와대 김효재 정무수석이 조현오 경찰청장과 두 차례 전화통화를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정치권 안팎에선 그동안 일부에서 제기돼 온 ‘청와대 외압설’의 꼬리가 잡혔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고, 야당과 시민단체에서는 ‘대통령 탄핵’까지 들먹이며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는 등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한 주간신문이 지난 17일자 보도를 통해 ‘청와대 외압설’의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그간 베일에 싸였던 실체의 꼬리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신문은 ▲청와대가 경찰에 디도스 공격 가담자들과 박모(38) 청와대 행정관이 선거 전날 저녁 술자리에 동석한 사실, ▲한나라당 의원 비서와 디도스 공격 가담자들 사이의 금전거래 사실을 공개하지 않도록 압력을 행사, ▲수사결과 발표 문안을 조율한 정황 등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예상치 못한 언론보도에 대해 조현오 경찰청장은 다음날인 18일 간부회의에서 “디도스 사건과 관련해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한 바가 없다”며 “관련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 고위관계자와 두 차례 통화 한 적은 있다”고 전화통화 사실은 시인했다.

그는 “경찰의 디도스 공격 사건 수사결과 발표 이틀 전인 지난 7일 아침, 청와대 김효재 정무수석이 (경찰청장) 집무실로 전화를 걸어와 디도스 공격 전날 청와대의 박 모 행정관이 박희태 국회의장실 의전비서 김 모 씨 등과 1차 저녁 식사 자리를 가진 게 사실인지를 물었다”고 말했다.

이어 “몇 시간 뒤엔 다시 전화를 걸어 디도스 공격 전후로 사건 관련자들 사이에 1억 원의 금전 거래가 있었다는 게 맞는지를 확인해 왔다”고 당시 통화내용을 설명했다.

당시 그는 청와대에서 의문을 제기한 이 두 가지 사안에 대해 수사보고를 받지 못했기에 통화가 끝난 뒤 수사팀을 불러 “왜 청와대에 먼저 보고를 하느냐”고 크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후 수사팀을 통해 수사내용에 대해 보고를 받은 뒤 다시 청와대 김 수석에게 전화해 “1차 저녁 식사 자리와 사건 관련자들의 금전 거래는 디도스 공격과 관련이 없다는 게 수사팀 판단이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 언론의 청와대 외압설에 대해서는 “당시 김 수석이 ‘걱정된다’는 취지로 말한 건 사실이지만, 수사 결과 발표 때 금전 거래 부분을 빼라는 등의 외압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 수석 역시 “정무수석이 중요 사건의 진행 상황을 문의하는 건 매우 당연할 일”이라며, “청와대가 수사와 관련해 압력을 행사한 일은 없고, 있을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청와대 김 수석과 조 청장이 디도스 공격 수사결과 발표에 앞서 서로 전화를 한 것은 맞지만 외압을 행사한 적은 없다고 극구 해명하고 있는데도 정치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민주통합당은 19일 “경찰이 우발적 단독범행이라는 수사결과로 조롱거리가 된 것도 모자라 청와대가 핵심 내용을 덮은 게 사실이라면 용서 받지 못할 범죄”라며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청와대와 이명박 대통령이 사건에 개입됐다면, ‘대통령 탄핵’ 사안”이라며 “국정조사권을 발동해서라도 사건의 진상을 명확하게 밝혀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등 디도스 공격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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