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 안에 또 다른 집을 짓다,

▲ 베를린 집: 3개의 복도 ⓒ서도호 Do Ho Suh, 2012<사진_리움 미술관>
삼성미술관 Leeum은 2012년 첫 전시로 3월 22일부터 6월 3일까지 해외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글로벌 아티스트 서도호의 대규모 개인전 『집 속의 집(DO HO SUH HOME WITHIN HOME)』을 개최한다. 미국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과 예일대에서 회화와 조각을 전공한 서도호는 2000년 P.S.1 그룹전을 시작으로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선정, 뉴욕 휘트니 미술관,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도쿄 모리 미술관, 시애틀 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과 갤러리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하면서 백남준, 이우환을 잇는 대표적인 한국 작가로 발돋움하였다.

서울과 뉴욕, 런던에 거주하며 유목민적인 삶을 살고 있는 서도호는 개인과 개인, 또는 개인과 집단이라는 ‘나’ 와 '나와 다른 것과의 관계’ 그리고 그 경계를 뛰어넘는 소통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 활동을 해 왔다. 서도호를 대표하는 작품 '집' 은 개인이 가지는 최소한의 공간으로, 자아와 타자, 문화와 문화, 안과 밖 등의 상이한 존재들의 관계 맺음이 일어나는 장소이다. 또한, 지역성이 아닌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공간, ‘집’을 시공간을 초월하는 관점에서 표현함으로써 공감과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작가는 같은 작품이라도 장소에 따라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장소특정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전시 공간인 리움의 블랙박스가 '건물' 안의 '건물'이듯이, 서도호의 '집'을 렘 쿨하스의 '집' 안에 넣어 '집' 속의 '집'이라는 새로운 관계항을 만들었다.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인 리움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작가의 의도에 따르면 새로운 공간과 관계 속에서 선보이므로 모두가 신작이라고 할 수 있으며, 관람객들은 작품과 작품 그리고 전시 공간이 갖는 상호작용의 결과를 자유롭게 해석하고 자신의 삶과 경험을 작품에 투영하여 나만의 의미를 덧붙여 나갈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를 세계적으로 알리게 된 성북동 한옥과 뉴욕, 베를린의 집 등 작가의 작업 모티브이자 서도호를 세계적으로 알린 작품 ‘집’ 시리즈를 중심으로 40여 점의 조각, 영상, 드로잉 등이 선보인다.

전시장으로 향하는 경사로에 설치된 <투영(Reflection)>은 전시를 여는 문이자, 전시의 주제가 "집을 통해 자아를 찾는 여정"임을 암시하며, 그라운드갤러리 안에 환영처럼 떠 있는 반투명한 <서울 집/서울 집(Seoul Home/Seoul Home)>은 오랜 시간 공들여 제작한 대규모 신작으로 성북동 한옥 본채를 재현한 집 연작의 완결이라 할 수 있다. 작가가 살았던 집들을 천으로 지어 만든 작품들은 본래 개인적 공간이었던 집들이 미술관에 위치하여 관람자의 경험에 의해 해석되는 타인의 공간으로 변모하게 된다.

거대한 공간 안에 부유하는 듯 보이는 '집 속의 집'과 같은 블랙박스에는운명의 바람에 휩싸여 미국으로 날아온 한옥과 아파트의 충돌을 표현한 <별똥별–1/5(Fallen Star–1/5th Scale)>과 미국집 안에 자리잡은 한옥을 통해 새로운 문화에 익숙해 지는 상황을 묘사한 <집 속의 집–1/11(Home within Home–1/11th Scale–Prototype)>을 전시하여 두 작품 간의 흥미로운 대화를 시도한다. 특히 <별똥별–1/5>은 작가가 미국에서 처음 살았던 아파트의 내부와 집 안을 구성하였던 물건들을 세밀하게 재현한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외에 <문-리움 버전(Gate-Leeum Version)>과 <완벽한 집: 다리 프로젝트(A Perfect Home: The Bridge Project)>도 선보여 경계이자 통로로서의 집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리움 로비에 설치된 <카르마(Karma)>와 <계단(Staircase)>은 전시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하며, 서도호의 작품들과 제작과정 등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상영외더 서도호 작가의 작품 세계를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서도호의 개인전 『집 속의 집』은 2003년 이후 10여 년 만의 한국 개인전인 동시에, 생존 작가로는 처음으로 리움에서 개최하는 한국작가 개인전으로 자아와 타자, 과거와 현재, 상상과 현실, 개인과 집단, 순간과 영원의 경계를 넘나드는 서도호의 집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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