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금품 수수 의혹 등 사전구속영장 청구될 듯

[검경일보 조성수 기자] 이명박 정권에서 이른바 ‘상왕’으로 불리며 위세를 떨쳤던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검찰의 칼날에 섰다.

검찰은 3일 저축은행 금품 수수 의혹 등 각종 비리 의혹과 관련해 이 전 의원을 소환 조사한 뒤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조사에 앞서 이 전 의원은 대검찰청에 출석, 착잡한 표정으로 포토라인에 선 뒤 이명박 정부에 누를 끼쳐 곤혹스럽고,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원론적인 심경을 밝혔다.

이어 이 전 의원은 1층 민원실을 통해 대검 청사에 들어갔고, 보통의 참고인이나 피의자들이 조사를 받는 과정과 마찬가지로 간단한 신분 확인 절차를 마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이 전 의원은 현재 대검 11층에 있는 조사실에서 심문에 응하고 있는데, 이곳은 공교롭게도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과 인연이 깊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같은 곳에서 앞서 조사를 받고 구속 수감됐다.

이날 조사에는 합수단 윤대진 1팀장과 주영환 2팀장, 검사 1명과 수사관 1명 등 모두 4명이 투입됐다.

이 전 의원은 저축은행 퇴출 저지 명목의 금품수수와 불법정치자금 수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과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억대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 가운데 일부는 현 정부 출범을 전후한 시기에 전달돼 불법 정치자금 성격이 짙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일부는 저축은행 퇴출 저지 명목으로 건네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 돈이 정권 실세에게 건넨 단순 뇌물인지, 아니면 저축은행 퇴출 무마를 위한 로비자금인지 규명하기 위해 이 전 의원을 강하게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또 이 전 의원이 코오롱 그룹 측에서 고문활동비 명목으로 받은 1억5천만 원 역시 코오롱 그룹의 사업 편의를 봐주고 대가성으로 상납 받은 게 아닌지 캐묻고 있다.

이 전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박배수 씨를 수사하면서 불거졌던 ‘여비서 계좌 의문의 7억 원’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고 있다.

당초 이 전 의원은 이 뭉칫돈에 대해 집안 행사 등에 쓰고 남은 걸 장롱 속에 보관해왔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지난 5월 이 전 의원을 추가로 서면조사했지만 이 전 의원은 입장을 조금 달리했을 뿐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검찰은 지난 2일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을 소환조사했지만, 이 전 의원이 김 이사장한테서 공천 헌금을 받았다는 의혹의 단서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전 의원에 대한 검찰 조사는 금품 수수로 요약되는 세 가지 혐의를 밝히는데 집중되고 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일단 귀가시킨 뒤 알선수재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 전 의원의 처벌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이로 인한 정치적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역대 정권에서 대통령 친인척들이 처벌받은 경우는 부지기수였지만 이 번 만큼 파괴력이 컸던 사례는 없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이 전 의원이 현 정권에서 이른바 ‘상왕정치’를 펼치며 대통령에 버금갈 정도의 권력을 가진 정치적 거물이기 때문이다.

당장 임기 6개월을 앞둔 이명박 정부의 권력 누수는 물론, 연말 대선 정국에서도 이 전 의원 등 대통령 측근 비리가 정권 심판론에 불을 지필 전망이어서 이 전 의원의 사법처리여부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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