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침, 고시, 행정지도 등의 대기업 규제 수는 파악조차 힘들어

[검경일보 박용욱 기자] 대기업은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등 34개 법률과 시행령상의 84개 규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경련이 8월 21일 발표한 ‘대기업 규제 현황’에 따르면, 대기업은 자산, 종업원 수, 매출액, 점포크기 등을 근거로 34개 법령에서 84개의 규제를 받고 있다.

대기업 규제가 가장 많은 법률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18건)이며,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8건), 상법(7건) 순이다.

대기업 규제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기업의 규모에 근거한 규제(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제도, 지주회사 제도 등)’, ‘사업참여의 기회 자체를 제한하는 규제(건설업 도급순위 제한, 지상파방송사 지분소유 제한 등)’, ‘과잉·중복 규제(상근감사·준법지원인, 각종 공시 의무 등)’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기업의 활동을 제한하는 규제 84개 중 34개가 MB정부 기간 중 제정·개정(신설19, 강화8, 완화7) 되었는데, 제정·개정된 대기업 규제 중 신설되거나 강화된 규제가 27개(79.4%)였다.

특히 이 중 9개 규제(8개 법률)는 제18대 국회 마지막 1년(2011.6.1~2012.5.29)동안 제정·개정(신설8, 강화1)되었으며, 9개 규제 모두가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것으로 조사됐다.

9개 규제 중 8개 신설 규제는 대규모점포에 대한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 명령, 대기업의 공공기관 발주 이러닝개발사업 참여 제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회사의 지능형로봇전문기업 지정 배제, 지주회사의 광고판매대행자 지분소유 금지 등이다.

또한 강화개정된 1개 규제는 전통상업보존구역 범위가 500미터에서 1킬로미터로 확대된 것이다.

전경련은 “세계경제포럼(WEF),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 항목 중, ‘정부규제 부담(Burden of government regulation)’과 ‘기업 관련 법규(Business Legislation)’ 순위가 전체 조사대상국 중 하위권(순위가 낮을수록 기업 경영환경 악화)에 머무는 것도 대기업 관련 규제가 신설·강화 되는 것과 관련성이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WEF의 ‘정부규제 부담’ 순위는 조사대상 142개국 중 98위(2009년)→108위(2010년)→117위(2011년)로 3년 연속 하락하고 있으며, IMD의 ‘기업관련 법규’ 순위도 ‘12년 42위로 ‘10년 48위에 비해 6계단 상승하긴 했으나 여전히 조사대상 59개국 중 하위권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법률과 시행령에 한정된 것으로 지침, 고시, 행정지도 등의 대기업 규제는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 분야에 대한 대기업 규제를 조사하면 그 숫자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면, 공공발주의 경우 대기업 레미콘 구매 배제(중소기업청 고시, 공사용자재 직접구매 대상품목 지정내역), 공공발주의 경우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상위 10대업체간 공동도급 불허(조달청 지침, 일괄입찰 등의 공사입찰특별유의서 제8조 제4항), 공간정보사업(GIS) 대기업 참여 제한(중소기업청 공고,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내역) 등이 있다.

이와 관련, 전경련은, “일부에서는 MB정부를 親대기업적이라고 주장하지만, 27개의 대기업 규제가 신설 또는 강화됐으며, 법률이 아닌 행정지도 등 다양한 형태의 대기업 규제 역시 많은 상황이며, 대기업에 대한 차별규제까지 포함할 경우 대기업관련 규제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려는 분위기인데, 유럽발 금융위기 등으로 한국경제의 미래가 불투명한 현 상황을 고려할 때, 대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해 일자리를 늘리려면 대기업 규제를 글로벌스탠다드에 맞게 완화·개선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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