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유엔 북핵 제재결의안 만장일치 채택에 남북 불가침 합의 폐기

[검경일보 조성수 기자] 유엔의 북핵 제재결의안 만장일치 채택에 반발한 북한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며 사실상 전쟁태세로 돌입,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그간 대북 제재와 관련, 북한은 우리 정부를 향해 숱한 위협을 일삼아 왔지만, 이번 조치는 사뭇 뉘앙스가 다르다. 자칫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인다. 실제 북한은 유엔이 북핵 제재를 채택하자 곧 바로 남북 불가침 합의를 폐기하고, 판문점 연락채널도 단절하는 등 극강의 입장으로 맞섰다. 검경일보가 유엔의 북핵 제재결의안 만장일치 채택 이후 전운이 감도는 한반도의 정세를 짚어봤다.

유엔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7일 오전 10시 5분께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 전체회의를 열어 북한 핵실험에 대한 제재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결의안은 북한이 향후 핵무기나 탄도미사일 등 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억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무기는 물론 화학ㆍ생물 무기와 이 무기의 운반수단 확산이 국제평화와 안전에 대한 명확한 위협이라고 전제했다.

특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모든 핵개발 계획이나 탄도미사일 계획을 포기하라고 명시했다.

유엔 회원국에는 결의안 위반 활동을 지원하는 개인이나 단체 또는 이들의 지시로 활동하는 북한 주민을 반드시 추방하라고 요구했다.

북한에 대한 금융ㆍ무역 관련 제재도 포함됐다.

우선 회원국에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 개발에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현금 등 금융자산의 이동이나 금융서비스 제공 금지를 의무화하고, 또 핵ㆍ미사일 개발과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면 북한 사무소나 은행 계좌 개설을 차단하라고 요청했다.

북한을 출입하는 선박이 금수(禁輸) 물품을 적재했다는 정보가 있으면 의무적으로 화물검사를 실시하고, 검사를 거부하면 긴급 사태 등의 경우가 아닌 한 선박의 입항을 금지하도록 했다.

금수 물품을 적재한 항공기는 긴급 착륙의 경우를 제외하고 이착륙과 상공 통과를 허가하지 말도록 했다. 항공 관련 제재가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라늄 농축 등 모든 핵활동을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정하고, '불소화처리된 윤활유'와 '밸로우즈 씰 밸브' 등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 운영 관련 품목을 금수 품목으로 지정했다.

북한의 외교특권 악용을 우려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북한 외교관이 핵이나 탄도미사일 계획을 돕는 것을 막기 위한 감시를 강화하고 보석, 귀금속, 요트, 고급 자동차, 경주용 자동차 등과 관련한 밀수ㆍ밀매 행위를 감시하기로 했다.

또 자산동결과 여행금지가 적용되는 대상에 개인 3명과 법인 2곳을 추가했다.

추가 대상자는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ㆍ탄도미사일 및 재래식무기 관련 품목과 장비 수출업체) 소속 연정남과 고철재, 단천상업은행(탄도미사일ㆍ재래식무기 판매를 위한 금융단체) 소속 문정철 등 3명이다.

단체는 제2자연과학원(북한의 무기개발 연구소)과 조선종합설비수입회사(방위사업을 위한 구매활동과 군수관련 판매 지원을 총괄하는 조선용봉총회사의 자회사) 2곳이 늘었다.

이에 따라 제재 대상은 개인 12명과 법인 19곳으로 늘어났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결의안에 대해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효과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해 북한의 핵무기와 이와 관련된 행위를 용인할 수 없다는 국제사회의 의지를 명확하게 전달했다"고 평가했다.

정부 “북한 핵실험 제재결의안 채택, 환영 지지"
새 정부 출범 후 첫 외교안보정책점검회의 개최

정부는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만장일치로 대북제재 결의 2094호를 채택한 것을 환영했다.

조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정부는 안보리가 2094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을 환영하고 지지한다"면서 "이번 결의가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하고 북한의 즉각적인 핵 포기를 촉구함과 아울러 대북제재의 범위와 강도를 한층 강화한 것을 평가한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북한이 안보리 결의에 반영된 국제사회의 일치된 우려와 요구를 수용,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고 도발을 중단하는 올바른 선택을 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함께 발전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에 대해 고강도 추가 제재를 결의,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긴급 외교안보정책점검회의를 열어 대응책 논의에 들어갔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외교안보정책점검회의 개최는 이번이 처음인데, 회의에는 외교안보 관련 부처인 국방·통일·외교부의 차관, 국가정보원 차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불가침 합의 폐기…한반도 일촉즉발 위기
남북직통전화 등 판문점 연락통로 단절도 선언

그러자 북한은 남북 불가침 합의를 폐기하고, 판문점 연락채널을 단절하는 등 극강의 태도로 맞섰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이날 남북 간 맺은 불가침 합의를 전면 폐기하고 남북직통전화 등 판문점 연락통로를 단절한다고 선언했다.

조평통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키 리졸브' '독수리' 한미합동군사연습을 "우리에 대한 침략행위로 북남 사이의 불가침에 관한 합의를 전면적으로 뒤집어엎는 파괴행위"라고 규정하고 "조선정전협정이 완전히 백지화되는 3월 11일 그 시각부터 북남 사이의 불가침에 관한 합의들도 전면 무효화될 것을 공식 선언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적들이 우리의 영토, 우리의 영공, 우리의 영해를 한 치라도 침범하고 한 점의 불꽃이라도 튕긴다면 보복타격으로 무자비하게 징벌할 것"이라고 밝혀 북한이 서해통항질서라며 자신들의 영해선을 규정하고 있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남북 간 충돌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7일 2010년 연평도 포격 부대인 '무도영웅방어대'와 '장재도 방어대'를 시찰해 이 같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성명은 "우리는 오늘의 엄혹한 사태로 하여 판문점 연락통로가 더는 자기의 사명을 수행할 수 없다고 보고 그의 폐쇄를 선포한다"며 "그에 따라 북남직통전화를 즉시 단절한다는 것을 통고한다"고 밝혔다.

남북간 판문점 직통전화는 적십자 채널로 북한은 2008년 11월에도 우리 정부의 유엔 대북 인권결의안 공동 제안국 참여를 문제 삼으며 판문점 직통전화를 차단했다가 2009년 8월 적십자회담 대표단 명단을 교환하면서 복원했다.

성명은 "동족대결을 생존수단으로 하는 자들과 동포애와 인도주의 문제를 논한다는 것은 숭고한 적십자정신에 대한 모독"이라며 "전쟁책동과 신뢰구축, 대결과 대화는 양립될 수 없으며 대결과 전쟁을 추구하면서 신뢰니, 대화니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위선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조선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완전 백지화되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명백히 천명한다"며 "이제 그 누구도 우리에 대해 핵포기니, 백불용이니 하는 말을 입 밖에 꺼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평통은 지난 1월 25일 발표한 성명에서도 "남조선 괴뢰보수패당이 미국과 함께 반공화국 핵, 미사일 소동에 더욱 더 엄중히 매달리는 조건에서 앞으로 북남 사이에 더 이상 비핵화 논의는 없을 것"이라며 "1992년 채택된 '조선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의 완전 백지화, 완전 무효화를 선포한다"고 주장했다.

남북 양측은 1991년 12월 31일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에 합의, 이듬해인 1992년 2월19일 이를 발효시켰다.

북한, '핵선제 공격권'과 '제2의 조선전쟁' 위협
“누르면 발사되고 침략 본거지 불바다가 될 것
"

이처럼 북한이 제재결의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12일 제3차 핵실험 직후 미국이 적대적으로 정세를 복잡하게 하면 2, 3차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한 상황에서 지난 5일에는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으로 정전협정의 백지화와 키 리졸브 등 한미합동훈련에 맞선 '강력한 실제적인 2차, 3차 대응조치'를 경고했다.

또 외무성 대변인은 7일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결의를 6시간 앞두고 성명을 발표해 '핵선제 공격권'을 행사할 것이라며 '제2의 조선전쟁'을 위협하기도 했다.

노동신문도 이날 정론에서 "우리와 미국 사이에는 누가 먼저 핵 단추를 누르든 책임을 따질 법적 구속이 없다"며 "우리의 타격수단들은 격동상태에 있다. 누르면 발사되고 불을 뿜으면 침략의 본거지는 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북한과 이란에 대한 핵 선제공격 가능성을 열어놓은 미국의 핵태세검토보고서(NPR)를 본떠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과시하며 핵 선제공격 가능성을 언급해 위기감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NLL 지역에서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과 더불어 재래식 병력을 이용한 남북 간의 충돌 가능성도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키 리졸브 연습이 시작되는 내주 강원도 원산 인근에서 육해공군 대규모 화력 훈련을 하면서 전국적으로 병력과 장비의 실기동 훈련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육지의 접경지역에서 군사적 도발을 해올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위기를 고조시키는 발언은 쏟아내고 있지만 실제로는 별다른 충돌이 생기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앞서 북한은 남한에서 연례적으로 벌어지는 '키 리졸브' '을지포커스렌즈' 등 대규모 한미합동군사연습에 무조건 반발하며 군사적 위협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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