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탉 울면 집안 망한다더니…‘불통 대통령’ ‘먹통 청와대’ 대해부

[검경일보 조성수 기자] 박근혜 정부가 출범 두 달도 안 돼 부실인사 논란에 휩싸이면서 벌써부터 삐걱거리며 잡음을 내고 있다. 지난달 25일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지명된 한만수 후보자의 사의표명으로 벌써 6명이 낙마했다. 인수위부터 사실상 박 대통령의 인선이었다는 평가를 받던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까지 포함하면 중도 탈락자는 모두 열두 명에 달한다. 정계 안팎에선 잇따른 인사 실패는 박 대통령의 고집과 청와대 인사검증팀의 무능이 결합된 대형 참사라는 지적이다. 오죽하면 “인사는 만사라는데, 박근혜 정부 인사는 ‘망할 망’(亡)자의 망사”라는 애기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박 대통령은 취임 두 달도 안 돼 부실인사와 관련, 국민들에게 머리를 조아렸는데, 박 대통령의 사과와는 별개로 정치권에선 벌써 7번째 낙마자를 점치고 있다. 검경일보가 박근혜 정부의 ‘亡事’를 짚어봤다.

▲ 사진은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국인 투자기업 관계자 초청 오찬 간담회 모습. (사진=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2일 장·차관급 낙마 사태를 낳은 부실 인사 논란과 관련,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국민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면서 머리를 조아렸다. 박 대통령이 새 정부의 인사문제와 관련해 직접적으로 유감의 뜻을 표하기는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등 민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이같이 사과의 말을 전했다.

박 대통령은 “다만 청와대에 와 보니 존안 자료 같은 아무런 자료가 없었다”며 “각 기관에서 보내온 자료를 모아 검증했는데, 그 자료에 없던 사항들이 나오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자질 논란이 일고 있는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실력이 없지 않으나 청문회에서 당황해 머리가 하얘졌다(고 한다)”며 “지켜보고 도와달라”고 밝혔다.

여야는 물론 국민여론까지 부정적인 시각으로 팽배해져 있는데도 사실상 임명 가행 방침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취임 초기 빚어진 장·차관 낙마 사태에 따른 사과와 윤 장관 후보 지명자의 임명 강행의지를 표명한 것은 대야 관계개선과 윤 장관 후보자 임명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이중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취임 50일이 다 되도록 인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침묵을 지켰던 박 대통령이 야당 지도부와의 회동을 통해 처음으로 사과의 뜻을 전한 것은 일단 야당의 협력을 견인하기 위해 국정파트너로 인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으로 새 정부의 국정과제나 자신의 공약과 관련해 민생 정책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는 국회의 입법 조치가 뒤따라야 하고, 야당의 협조가 필수라는 점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특히 4월 임시국회에서 4·1 부동산 정상화 종합대책 관련 후속 입법조치, 추가경정예산 등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사안이 산적하다는 점이 박 대통령으로 하여금 사과를 통해 대야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야당이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여당이 원내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있더라도 법안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현실적 이유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달 30일 청와대 허태열 비서실장이 김행 대변인을 통해 이른바 ‘17초 사과문’을 대독하도록 하는 바람에 야당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점도 있는 만큼 만찬회동을 계기로 깔끔하게 ‘성의표시’를 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나아가 박 대통령의 사과는 윤 장관 후보자 거취와 동면의 양면적 성격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료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자격 시비에 휩싸이며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윤 후보자를 적극적으로 ‘엄호’하며 민주당의 ‘비판적지지’를 호소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윤 후보자에 대해 “실력으로 말하면 연구한 게 많고 과거 해수부 폐지 토론에서 반대 발표를 했다”며 “청문회에 나와 너무 쫄아서(긴장해서) 머리가 하얗게 됐다고 하는데 윤 후보자가 마음을 가다듬어 잘 해보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윤 후보자를 발탁한 것은 그 분야에 여성을 발탁해 키우려던 생각이었다”며 “쌓은 실력이 있으니 지켜보시고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결국 박 대통령은 15일께로 예상되는 윤 후보자 거취 결정을 앞두고 민주당에 공을 떠넘긴 셈이 됐다. 그래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혹을 떼러 갔다가 혹을 붙이고 왔는지도 모른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서 4·1 부동산 대책과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관련, “정책의 타이밍이 중요하니 국회서 타이밍을 놓치지 않게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문 위원장은 “부동산과 추경에 대해 큰 틀에서는 반대하지 않는다”며 “다만 ‘여야 6인협의체’에서 착실하게 논의할테니 대통령께서는 느긋하게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검찰 개혁 문제에 대해 “내가 약속했고 공약한 사안이니 여야가 합의해 빨리 처리하기 바란다”며 “각별한 관심을 갖고 챙겨보겠다”고 말했다.

한만수까지 낙마자만 벌써 6명, 인수위시절 이동흡 등 모두 포함하면 12명 째

박 대통령은 ‘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인사검증 사전질문서’가 조용호 헌법재판관 후보자에게 전달되지 않은 것에 대해 “왜 전달이 안 됐는지 의문”이라며 “앞으로 사전질의서를 더욱 보강해 시스템으로 만들고 잘못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민주당도 안보와 민생에 초점을 맞추고 그 점에는 여야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박 대통령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바탕해 든든한 안보를 전제로 대화도 해야 한다고 말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개성공단 정상화 노력을 당부했다.

정 대변인은 이날 회동에 대해 “박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는 국정 동반자 관계를 강조하고 민생과 안보에 힘을 함께 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면서 “유의미한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야당 지도부와 회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만찬에는 민주당에서 문 위원장과 비대위원 전원, 박기춘 원내대표, 변재일 정책위의장, 김영록 사무총장, 정성호 수석대변인 등 지도부와 박영선 법사위원장, 신학용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 등 야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 등 21명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김장수 안보실장, 유민봉 국정기획수석, 이정현 정무수석, 김행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이 야당 지도부와 회동하면서 그간 소원했던 대야 관계개선과 윤 장관 후보자 임명이라는 ‘두 마리 토끼사냥’에 나선 것과는 달리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7번째 낙마자를 예상하고 있다.

야당의 반발이 워낙 거센데다,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부정적 시각이 팽배해 박 대통령의 의지대로 처리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단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부적격 논란에 휩싸인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에 대해 ‘임명’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청와대는 윤 내정자의 적격 여부와 관련해 국회 상임위 의원 등을 상대로 의견수렴에 나섰고, 농해수위 측은 신설 부처인 해수부의 출범 차질과 업무 공백을 고려해 윤 내정자의 임명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냈다.

농해수위 새누리당의 한 의원 측은 검경일보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에서 윤 내정자에 대한 의견을 물어와 ‘임명해 해수부가 빨리 정상적으로 출범하게 하는 것이 낫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해수부 장관 내정자를 찾아 청문회를 거쳐 임명할 경우 한 달 정도가 소요된다”면서 “해수부에 장기간 조직·업무 공백 상태가 지속되는 것을 고려하면 빨리 임명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고 덧붙였다.

실제 윤 장관 후보자 임명을 둘러싼 정치권 공방이 해양경찰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양경찰청장 임명 후 해경청 차장을 임명해야 하는데 제청권자인 해수부 장관 임명이 지연되면서 해경청 지휘부 인사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석균 해경청장이 지난달 18일 차장에서 청장으로 자체 승진한 이후 차장직은 한 달 가까이 공석으로 남아 있다.

해경청 차장은 청장의 추천을 받아 해양수산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하게 돼 있다.

해경청은 국토해양부 소속 외청이었지만 지난달 정부조직법 개정 이후 해수부 소속 외청으로 변경됐다. 차장 임명 제청권자도 국토부 장관에서 해수부 장관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윤 장관 후보자의 자질을 둘러싼 논란으로 해수부 장관 임명이 지연됨에 따라 해경청 차장 임명절차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경청 국장단 인사가 지연돼 해경 지휘부 구성도 미뤄지고 있다.

내정자, 국민 64.7% ‘임명 반대’, 새누리당 지지층조차 절반가량이 반대

이는 경찰청이 지난달 29일 이성한 경찰청장 취임 직후, 차장을 포함한 치안정감 인사를 마무리하고 지휘부 진용을 갖춘 것과 대조적이다.

올해 창설 60주년을 맞이한 해경은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중국어선 불법조업 단속, 독도·이어도 경비태세 강화, 바다 안전망 구축 등 해상주권 수호를 위해 실행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해경은 해수부 장관이 임명되는 대로 차장과 국장단 후속 인사를 조속히 매듭짓고 새 지휘부를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만큼 농해수위 소속 다른 여당 의원들도 윤 내정자의 업무능력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신설부처가 출범단계에서부터 표류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임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태경 의원은 “공개적으로 첫 부적격 의견을 냈었으나, 그럴 경우 신설 부처인 해수부의 존망과 관련한 리스크가 커 ‘울며 겨자 먹기’로 청와대가 임명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신성범 의원도 “윤 내정자가 미흡한 면이 있지만 결정적인 결격 사유를 가진 것은 아니다”라며 “조윤선 여성부 장관 이외에 윤 내정자가 유일한 여성장관 내정자인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여전히 ‘부적격론’이 만만치 않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부담을 더는 차원에서 자진사퇴하는 게 맞다”고 말했고, 영남권의 한 재선 의원도 “임명을 강행하면 대통령의 아집 이미지가 확산돼 결코 좋을 게 없다”고 밝혔다.

이에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윤 내정자에 대한 당내 부정적 의견을 전하면서 “임명권자가 이를 참조해 최종 결정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김 수석부대표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내 많은 의원들은 ‘부정적인 것 아니냐, 바람직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생각이고 개인적으로도 부정적 의견이 강하다”고 밝혔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윤 후보자를 둘러싼 새누리당 내부의 분위기가 “굉장히 나쁘다”고 언급한 데 이어서 나온 것이다.

윤 후보에 대한 임명 강행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이 되는 말이 아닐 수가 없다.

당 지도부는 상임위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황우여 대표는 “해수부가 부산에 가지 못한 데다 (내각에) 여성장관이 별로 없어 부산 출신 여성인사를 해수부 장관에 임명하려 한 정치적 의미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황 대표는 “당의 입장을 정해야 될 때가 오면 최고위를 열어 청문회를 했던 상임위원 이야기를 들어야겠지만, 우선 국회가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해 대통령한테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인사는 대통령 고집과 청와대 무능 결합된 ‘대형 참사’

윤 내정자의 임명을 놓고 여당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자 야당은 여세를 몰아 박 대통령과 윤 내정자를 싸잡아 더욱 거칠게 몰아세웠다.

민주통합당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실한 답변 등으로 자질 논란을 빚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청와대의 임명 강행 움직임에 강력히 반발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지명철회와 윤 내정자의 자진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정성호 수석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불통 대통령’에 ‘먹통 청와대’”라며 “함량미달의 인사를 밀어붙이면 두고두고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뿐이며, 그 책임과 뒷감당은 오로지 국민 몫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현 대변인도 “청와대는 시중의 웃음거리가 돼버린 윤 내정자를 지명철회하고 인사참사를 불러온 책임자를 즉각 문책해야 한다”며 “윤 내정자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야말로 대통령에게 누가 덜 되는 길”이라고 밝혔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트위터 글에서 “될 성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며 “새누리당 의원들도 ‘이건 아닌데’하면 (박 대통령이) 고집 피우시면 안 된다. 빨리 교체해 58개월 성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 측의 강력한 반대 입장과 여당 내에서조차 갈피를 잡지 못하는 윤 내정자 임명여부에 대해 국민 대다수는 야당 측의 손을 들어줬다.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2/3가 윤 내정자의 임명을 반대했다.

한백리서치는 한국정책신문과 공동으로 지난 9일~10일 이틀간에 걸쳐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사했는데,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불성실한 답변 태도 등으로 자질 논란을 일으켰던 윤 내정자에 대해 64.7%가 ‘임명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임명 찬성 의견은 불과 11.8%에 그쳤다. ‘잘 모르겠다’는 의견은 23.5%였다.

윤 내정자에 대한 ‘임명 반대’ 의견은 모든 세대와 계층, 그리고 지역에서 ‘임명 찬성’ 의견을 압도했다.

특히 새누리당 지지층에서조차 47.2%가 ‘임명 반대’ 의견을 보였다.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임명 찬성’ 의견은 23.3%에 불과했다.

이 조사기관의 박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48.1%를 기록했다. ‘잘 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는 40.0%였다. 이처럼 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윤 내정자 등 인사난맥이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새누리당의 기반인 대구/경북에서도 49.5% vs 24.0%로 ‘임명 반대’ 의견이 우세했으며, 울산/부산/경남 지역에서 역시 68.8% vs 11.6%로 ‘임명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50대 59.9% vs 12.8%, 60대 이상 51.1% vs 17.9% 등으로 장년층에서도 ‘임명 반대’ 의견이 월등히 앞섰다.

이처럼 여야는 물론 대다수 국민들까지 윤 내정자의 임명을 반대하고 있는데, 정작 박 대통령의 고집은 쉽게 꺾일 것 같지 않다. 박 대통령은 그간 자신의 ‘亡事’에 대해 국민들에게 머리를 조아렸지만, 이번 윤 내정자만큼은 성공한 케이스로 남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팽배하다.

박근혜 정부 들어 7번째 낙마자가 나오느냐, 박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이를 막아내느냐를 놓고 정치권이 또 한바탕 홍역을 치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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