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지사, 진주의료원 폐업 강행에 정치권 논란의 핵으로 급부상

[검경일보 조성수 기자] 돌아온 저격수 홍준표 경남지사가 정조준한 진주의료원이 결국 폐업의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소속 여야 도의원들은 지난 12일 대치한 지 10시간여 만에 새누리당 의원들에 의해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안은 날치기 통과됐다.

문화복지위 소속 야당의 여성 도의원 2명이 의장석을 점거한 채 온종일 버텼으나 수적 우위를 점한 여당 도의원들에게 제압되면서 결국 조례안이 가결됐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조례안을 통과시키는 데는 불과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문화복지위 새누리당 조우성 의원은 강행 처리 직후 “하루 종일 몇 차례 타협안을 냈지만 야당 측이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조 의원은 김경숙·강성훈 의원에게 ▲일단 회의를 열어 제안 설명을 들어볼 것 ▲진주출신 무소속 김백용 도의원의 중재로 경남도 정무부지사와 진주의료원 노조가 면담한 뒤 16, 17일쯤 회의를 열 것 등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석영철 도의원은 “녹화된 의회 CCTV를 확인한 결과, 회의실 안에 있은 공무원들이 문을 잠그고 야당 의원들이 외부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도록 한 뒤 여당 의원들의 날치기 통과에 협조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안의 날치기 통과를 규탄하는 각계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즉시 성명을 내고 “민의는 처절하게 짓밟혔고 민주주의는 무참하게 파괴됐다”면서 새누리당 도의원과 경남도 공무원의 사실상 합작품인 날치기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노조는 “홍준표 경남지사의 불통 행정에 이은 민주주의 파괴행위는 전 국민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며 “시민사회단체 등과 힘을 합쳐 오는 18일로 예정된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안의 본회의 상정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열 예정이다.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도 노조 측의 입장에 힘을 보탰다.

운동본부는 성명에서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진주의료원 폐업을 위한 조례 개악 안을 날치기하는 폭거를 저질렀다”며 “정부는 업무개시 명령을 내려 진주의료원을 즉각 정상화하라”고 촉구했다.

야당 측은 수위를 높여 강하게 비난했다.

통합진보당 경남도당은 논평에서 “홍준표 경남지사의 거수기로 전락한 경남도의원들은 도민의 대변자이기를 포기한 파렴치한”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어 도의회는 더 이상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보신당연대회의 경남도당도 논평을 내고 “폭력 날치기를 한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민주주의의 폭도”라며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경남도의회 새누리당 의원들을 끄집어내 비난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간간히 홍 지사를 언급하곤 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들에겐 홍 지사가 원흉(?)이다.

지난 연말 18대 대선과 함께 치러진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를 통해 35대 경남도지사로 취임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제일 먼저 추진해 온 게 바로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이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파격 발언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던 홍 지사는 앞서 “강성노조가 도립 의료시설을 망치고 있다”면서, “도민을 위한 예산을 이런 곳에 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진주의료원이 만성적 경영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노조원들이 경영개선에 노력하기 보다는 억대 명퇴금만 챙기려 하고, 대화조차 되지 않는 상태”라면서, “이럴 바에는 의료원에 대한 지원을 도민들의 복지향상에 쓰는 것이 나은 결정”이라고 말하고는 그간 폐업을 강하게 밀어 붙였다.

그런 만큼 야당과 시민단체들로서는 도의회 의원들보다 홍 지사가 비난의 주 타깃이며, 그들로서는 원흉(?)이다.

하지만 이들로서는 홍 지사를 상대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일단 상대하는 레벨자체가 게임이 안 되는 것이었다. 때문에 원흉(?)인 홍 지사를 한편에 놓고 도의회 의원들에게 화살을 쏴대는 시늉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예상치도 못한 일이 뒤이어 전개됐다. 홍 지사에게 힘을 보태야할 여당 내에서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대선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시달려 온 정부와 여당 내 일부 세력들은 홍 지사의 이번 결정이 박 대통령의 복지정책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며 제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여기다 여권의 유력 잠룡인 김문수 경기지사까지 반대 입장에 힘을 보태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김 지사는 “도민의 1%라도 존립을 원한다면 유지할 것”이라며 홍 지사의 도립의료원 폐업결정이 다소 성급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그러나 홍 지사는 자신의 결정이 숙고의 시간 끝내 내린 결정이라며 폐업을 밀어붙였고, 결국 자신의 의지대로 결과를 얻었다. 아울러 김 지사의 지적에 대해서도 경기도나 잘 운영하라고 비난한 뒤 그의 정치적 색깔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홍 지사와 김 지사 모두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 중 한명이라는 점에서 이번 논란이 차기 대권주자 간 신경전 아니겠냐고 분석했다.

홍 지사는 나름대로 보수진영의 대표 광역단체장이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 진주의료원 폐업을 추진한 것이고, 김 지사는 자신의 대권행을 향한 행보에 나섰다는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먼 여권 내 유력 잠룡 두 사람이 벌써부터 발톱을 보이며 주도권 다툼에 나서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차기대권구도로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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