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톤치드 가득한 치유의 숲…국내 최대 난대조림지

언젠가 TV에서 틀어준 우리의 옛 산하 모습을 보고 놀랐던 적이 있다. 옛날에는 지금보다 더 숲이 무성할 거라 생각했지만, 산은 벌거벗은 채 속살을 내비쳤다.

산색도 싱그런 초록빛이 아닌 거친 흙빛을 띠었다. 성기게 자라는 나무는 그야말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

산은 푸르다는 고정관념이 여지없이 깨지며, 동시에 산도 경우에 따라 나무가 없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 등산객들이 편백나무 숲을 한가로이 걷고 있다. 얼굴에 닿은 바람이 다르다 했다.
반세기 전 우리의 산은 정말 그랬다. 일제 강점기와 6·25 한국전쟁 등 전란을 거치며 우리의 금수강산은 민둥산으로 헐벗어갔다.

“그때는 죄다 민둥산이었지. 오죽하면 나무가 없어 산에서 갈퀴로 나뭇잎들까지 쓸어 담었을라고. 땔나무도 없는데, 산에 나무가 뭐 남아 나겄소!”

고 임종국 선생을 도와 장성 축령산 편백숲 조림사업에 나섰던 송태수씨(71)의 말이다.

지금은 명품 편백숲으로 유명하지만 1950~60년대만 하더라도 장성 축령산도 나무가 없기는 다른 곳과 마찬가지였다.

그런 민둥산에 임종국 선생은 1956년부터 1976년까지 21년간 총 240㏊에 편백을 비롯해 삼나무, 낙엽송을 심고 또 심었다. 그런데 왜 하필 편백이었을까!

이에 대해 송태수씨는 “임종국 선생이 원래 양묘업잡니다. 편백나무를 일본으로 수출하기로 했서 묘목 한껏 심었는데, 일본에서 갑자기 거래를 취소했어요. 그 많은 편백묘목을 어떡할까 궁리하던 중 박정희 대통령을 찾아갔다 합디다. 임 선생의 사연을 들은 박 대통령께서 그러면 현 축령산 일대에 나무를 심으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축령산이 편백숲이 된 거요.”

1960년대 조림이 시작됐고, 1973년 정부는 본격적인 산림녹화 사업에 들어갔다. 당시 조림은 정부시책으로 크게 장려됐다. 장성 편백숲이 모범이었다.

국유림은 물론 사유림을 보유한 대기업에 묘목을 사주며 나무심기를 적극 권장했다. 송씨가 고단했던 조림작업을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그 때는 장비가 뭐 있겠소. 지게로 묘목을 나르고, 삽과 곡괭이로 구덩이를 파고, 맨손으로 돌을 캤어요. 물이 없으면 우물을 파 하루 종일 물동이를 짊어지고 다녔어라. 심었다고 다가 아니지. 심은 다음 세게 밟아줘야 돼. 잡아 당겨서 안 빠질 정도로 밟아줘야 제대로 자라. 또 묘목일 때는 철마다 가지치기를 해줘야 돼. 안 하면 나무에 옹이가 생겨 재목이 쓸모없게 되거든.”

그렇게 정성으로 심어진 2년생 20~30㎝ 어린 묘목은, 5년이 지나 2~3m로 자라났고, 한 세대가 흐른 지금은 30m가 돼 하늘을 찌를 듯 커졌다.

그저 그런 민둥산은 민관의 힘으로 이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대한민국 대표 숲으로 재탄생했다.

산림청은 국내 최대 난대 조림성공지인 장성 편백숲의 가치를 인정, 지난 2000년 제1회 ‘미래를 위해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2010년에는 ‘장성 치유의 숲’으로 조성해 국민 건강을 위한 산림치유 숲으로 운영하고 있다.

“어느 숲에 가도 심신의 피로를 풀 수 있겠지만 장성 편백숲은 특히 그 효과가 탁월합니다. 피로회복에 좋은 피톤치드가 다른 수종에 비해 최대 10배나 많기 때문이죠.”

장성 치유의 숲 김철 센터장의 설명이다. 장성 치유의 숲은 현재 3월부터 11월까지 다양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인을 위한 프로그램외에, 아토피환자나 암환자 치유 프로그램, 숲유치원 프로그램, 학교폭력 및 인터넷중독 예방 프로그램, 숲 태교 프로그램, 생활 스트레스 예방 프로그램 등 다양한 산림치유 프로그램이 진행중에 있다.

특히, 몇 해 전 편백숲 삼림욕이 암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돌며 요즘도 암환우들이 매일 산을 찾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말도 있는데 정말 편백숲은 다른 숲과 다를까! 이에 대한 해답은 산행 중 만난 대구 출신의 김자욱씨 일행이 제공해줬다.

등산 마니아인 김씨는 “매월 두 세 번 이상 전국 각지의 산에 다니고 있는데, 여기가 단연 최고”라며 축령산 편백숲을 극찬했다.

김씨는 “공기가 확실히 달라요. 얼굴에 닿는 바람이 다릅니다”라며 여건만 허락되며 정말 매달 오고 싶은 숲이라고 밝게 웃었다.

옛말에 ‘십년을 위한다면 나무를 심고 백년을 위한다면 사람을 심어라’라고 했다. 그러나 장성 편백림을 내려오면 옛말은 이제 ‘백년을 위한다면 나무도 함께 심어라’로 바뀌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 봄이 가기 전 어서 산으로 가 나무를 심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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