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자질 논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임명 강행…野 맹비난

[검경일보 조성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자질 논란을 빚었던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을 임명했다. 박 대통령의 밀어붙이기식 인사에 야당은 “인사 참사의 화룡점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정치권 안팎에선 모처럼 해빙 기류가 돌던 청와대와 야당 관계가 다시 냉각상태로 되돌아갔다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7일 자질 논란을 빚었던 윤 해수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줬다. 민주통합당이 끝까지 반대한 윤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식사정치’로 간극을 좁혀오던 청와대와 야당의 관계가 다시 긴장 상태로 접어들었다.

▲ 사진은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국인 투자기업 관계자 초청 오찬 간담회 모습. (사진=청와대)
박 대통령은 또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채동욱 검찰총장에게도 임명장을 수여했다.

채 총장을 제외한 장관급 세 명은 이미 야당에서 ‘임명 불가’ 의견을 낸 상태지만, 박 대통령은 취임 50일이 지나도록 내각 구성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사정을 들어 온전한 정부를 출범시키는 쪽을 택했다. 새 정부 출범 52일 만이다.

박 대통령은 임명장 수여식에서 윤 장관에게 “자원전쟁의 시대가 왔으니 그 분야(해양자원)에서 경쟁력을 갖도록 해 달라”며 “여성으로서 그 분야에 몇 십 년 동안 연구원으로 연구를 해왔으니 잘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윤 장관은 그간 자신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듯 “청문회 과정에서 불미한 일들이 있었던데 대해서 해양수산 모든 가족여러분들께 먼저 송구스럽고 사과드리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사과의 말을 전했다.

이어 “연구원으로서 활동하는 동안 (여성) 차별은 없었다. 잘할 수 있도록 공무원들이 도와줬다”며 “우뚝 설 수 있는 해양수산부를 만들어 대통령과 국민들에게 염려를 끼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박 대통령은 최 장관에게는 “이제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분야에도 훌륭한 인재가 몰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소프트웨어 분야도 많은 부를 창출할 수 있는데 인재들이 갈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 제도적으로 생태계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직접 벤처나 기업을 만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생태계와 인프라를 깔아주는 것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자 최 장관은 일자리 만들기와 벤처 생태계 조성,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인력양성 등을 다짐하면서 “창의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겠다. 늦게 임명된 만큼 속도를 내서 빨리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 위원장에게 “아바타 같은 영화를 보면 스토리와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돼 세계적 영화가 만들어지고 (3D라는) 그런 산업으로 성장했다”며 “스마트 시대에 맞게 방통위를 잘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위원장은 “방송의 공익성과 언론의 자유를 지키고 기술과 영상, 문화가 더해져서 더해지는 새로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발목잡지 않고 확실하게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검찰총장에게는 “검찰이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았으니 국민 사랑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검찰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고, 이에 채 총장은 “검찰 본연의 법질서 확립과 인권보호를 위해 조직을 바로 세우겠다”고 답했다.

새누리당은 이번 인사에 대해 윤 장관의 임명은 탐탁지 않지만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박 대통령이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었지만 윤 장관의 업무능력과 역량에 대해 많은 국민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윤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보여준 면모는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라며 “해양수산부 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 부족, 부활한 해양수산부를 어떻게 이끌 것인지에 대한 비전 제시 미흡 등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청문회에서 ‘모른다’를 연발한 윤 장관이 구성원 1만 4000여명의 방대한 해양수산부 조직을 잘 통솔할 수 있을지, 대한민국을 해양강국으로 도약시키는 토대를 과연 만들 수 있을 것인지 국민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면서 “윤 장관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인 만큼 오늘부터 남다른 각오로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식물장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윤 장관은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는데 그런 반박이 옳았다는 것을 실력으로 증명해야 할 것이다. 윤 장관이 청문회 때 보여준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재연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새누리당 내에서도 불만 기류와 함께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성태 의원은 “대통령이 야당 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어렵게 소통 행보를 이어 가고 있는데 여당 일부에서도 반발하는 윤 후보자를 임명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국민 여론에 따라 판단하는 게 순리”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한구 원내대표는 “(윤 후보자 임명에 대해) 새누리당 내 분위기가 매우 좋지 못하다”며 “그것이 (청와대에) 전달돼 있을 것”이라며 임명 철회 기류를 전했다.

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거세게 반발하며 정국 경색을 경고했다.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 방침에 대해 ‘인사 참사의 화룡점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윤 후보자 임명은 인사 참사의 화룡점정”이라며 “박 대통령이 두고두고 화근거리를 안고 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어제 민주당 간사단이 청와대 만찬에서 윤 후보자 임명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명확히 밝혔음에도 사태가 여기까지 온 것이 심히 유감스럽다”며 “임명을 강행한다면 국민들이 황당해서 머리가 하얘질 것이고 해수부의 앞날은 깜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병호 민주당 비대위원도 “윤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고 여야를 무시하는 것”이라며 “그동안의 소통 행보는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관석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윤 후보자 임명은 청와대 만찬 등 그 동안의 소통 노력을 불통으로 유턴하는 것”이라며 “모든 부담을 청와대와 박 대통령이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윤 후보자 임명강행은 국민과 국회를 무시하는 결정이자 또 다른 불통정치의 시작이다. 안보와 민생에서 협조를 아끼기 않았던 야당은 웃는 낯에 뺨 맞은 격이 됐다”고 거세게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당장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의 법안심사소위는 당초 이날 67개 법률안을 심사하기로 돼 있었으나, 오후 회의가 속개된 지 7분 만에 산회하는 등 파행을 빚었다. 윤 장관 임명 소식이 전해지자 야당 의원들이 오후 회의 시작과 동시에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불참의사를 밝히고 회의장을 떠나면서다.

특히 그동안 임명철회와 자진사퇴를 강하게 촉구해 온 야당은 국회 상임위와 대정부 질문에서 윤 장관을 다시 검증대에 세우겠다는 입장으로 ‘집중포화’를 벼르고 있다. 여당도 다른 장관과 달리 윤 장관에 대한 호의적인 분위기 거의 없어 ‘엄호’에 나서줄 지 미지수다.

취임 초기 예정된 지역현장 방문에서도 해양수산단체나 언론의 호의적인 반응을 기대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 사실상 청와대와 윤 장관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까칠한’ 시선으로 윤 장관을 바라보는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이 국회나 지역 일정에서 다시 실수를 하거나 자질시비에 휩싸일 경우 임명을 강행한 박 대통령이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윤 장관의 향후 행보와 국회 일정에 극도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장관도 해수부 실·국장으로부터 ‘가정교사 식 수업’을 받으며 향후 일정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그것만으로 야당의 집중포화를 견뎌낼지 의문이다.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 협상과 민생법안 처리가 한창인 가운데 정치권 안팎에선 윤 장관 임명을 계기로 정국이 다시 얼어붙진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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