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진주의료원 폐업 중 환자 사망에 洪 지사 압박…합의안도 불발

[검경일보 조성수 기자] 최근 정치권 이슈의 핵으로 급부상한 진주의료원 조례 잠정합의안이 최종 타결에 실패했다.

경남도의회 본회의 개회를 전후해 야당과 노조 측에선 도의원들의 등원을 필사항쟁으로 막아봤지만 허사였다. 일부 의원에게 물세례도 날려보고, 본회의장도 봉쇄해봤지만, 새누리당의 입장은 완강했다.

오히려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봉쇄된 본회의장의 문을 부수고 진입하기도 했다. 긴박했던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 처리를 위한 경남도의회는 그렇게 불발로 끝이났다.

이런 가운데 경남도가 폐업을 강행하는 진주의료원의 입원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옮긴 지 이틀 만에 숨져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이를 두고 보건의료노조와 경남도가 공방을 벌이는 한편, 보건복지부는 진상조사에 나섰다.

진주의료원에 입원했다가 지난 16일 진주시내 모 노인병원으로 옮긴 왕일순(80·여) 씨가 이틀만인 18일 오전 6시 40분께 숨졌다.

왕 씨는 지난해 10월 17일 뇌출혈, 폐렴 등 증상으로 진주의료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다가 16일 오전 11시 30분께 병원을 옮겼다.

왕 씨는 진주의료원 급성기 병동에 마지막으로 남은 환자였다.

이전에 경상대학교병원에 입원했던 왕 씨는 상태가 악화돼 더 치료할 방법이 없는데다 진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진주의료원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으며, 급성기 병동에서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왔다.

왕 씨의 아들은 "의사가 계약 해지돼 떠나기로 한데다 병동에 모친 혼자만 남아있어 미안해서 옮기기로 했다"고 전원 이유를 설명했다.

왕 씨의 주치의는 병원을 떠나기 전인 지난 8일 작성한 소견서에 '요로감염에 의한 폐혈증으로 적극적인 치료 없이 경과 관찰 중이다. 본원 사정상 전원 의뢰한다'고 적었다. 이 소견서는 환자 가족이 병원을 옮기겠다며 요청해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의료노조는 숨진 왕 씨와 가족이 지난 2월 26일 폐업 결정 발표 이후 경남도의 퇴원 압력에 시달려 왔다며 폐업을 강행하기 위한 경남도의 강제 전원이 비극을 불렀다고 주장했다.

특히 진주의료원 폐업이 법적으로 결정되기도 전에 경남도는 도청 공무원들을 동원해 환자와 가족들에게 끊임없이 전원을 강요했고, 지금까지 170여 명의 환자를 강제로 내쫓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준표 지사는 환자의 죽음 앞에 사죄하고 지금도 남은 20명 환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강제퇴원 종용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도 즉각 서면브리핑을 내고 홍 지사를 몰아세웠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홍 지사의 비정함이 할머니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면서 "어떠한 변명으로도 이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경남도의회가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상정해 2개월 뒤인 오는 6월 처리키로 잠정 합의한 데 대해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 대변인은 "국민의 뜻을 거부하고 경남도민을 위한 공공의료기관을 없애려는 홍준표 경남지사와 경남도의회 새누리당 의원들의 독기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와 새누리당은 방관하지 말고 즉각 진주의료원 폐업을 막을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경남도는 왕 씨의 사망은 진주의료원 휴업 조치와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홍 지사의 정장수 공보특보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보건의료노조를 비롯한 일부 세력이 마치 퇴원종용과 강제전원 조치로 왕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처럼 왜곡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왕 할머니의 사망과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즉각 사법조치를 취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왕 씨가 옮긴 병원 측도 환자의 사망은 전원과 무관하고 환자의 상태로 보아 가족도 이미 사망이 임박했음을 아는 상황이어서 전혀 이의 제기가 없다고 밝혔다고 정 특보는 전했다.

하지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진주의료원 휴업 조치 이후 곧바로 사망자가 발생함에 따라 ‘진주의료원 사태’는 파국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가뜩이나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잡음으로 여야가 등을 돌린 상태인데, ‘진주의료원 사태’에서 사망자까지 나온 것은 여야 간의 갈등에 사실상 기름을 부은 격이다.

불붙은 여야 간의 격돌로 애매한 희생자만 더 늘어날지, 원만한 타협으로 사태를 풀어나갈지 향후 행보에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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