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35분 연설 동안 6번 기립과 41번 박수갈채 ‘감동의 물결’

[검경일보 조성수 기자]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의 부녀·여성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의 카리스마가 세계를 압도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8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는 6번째 연설이다. 먼저 그는 이틀 전 한국전쟁 기념관을 찾아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는 국가의 부름에 응한 미국의 아들과 딸들에게 미국은 경의를 표한다’는 비문을 인용하며 “이 비문은 매번 방문할 때마다 깊은 감명을 준다”며 연설의 운을 뗐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연설회장에 참석한 존 코니어스 의원 등 네 명의 참전용사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박수갈채가 나왔고, 마지막 하워드 코블 의원의 이름을 부를 때는 회의장에 참석한 전 상하원 의원들이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북한에 대한 단호한 입장도 전했다. 그는 “북한의 도발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면서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상하원 의원들은 집중적으로 그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정확히 35분 연설하는 동안 6번의 기립 박수를 포함해 41번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의 카리스마가 세계를 지배하는 순간이다.

지난 5일 서울공항을 출발한 박 대통령은 먼저 뉴욕에 도착했다. 취임 이후 첫 해외순방이다. 그런 만큼 미국의 관심과 예우는 각별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오후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 도착한 시각 공항 주변은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해상에는 군경 경비함이 배치됐고, 공항주변 육상에는 순찰차와 경호 인력이 경계를 펼쳤다. 공중에서는 뉴욕경찰청의 헬기가 비행하며 박 대통령이 맨해튼 시내 숙소로 이동하는 동선을 따라가며 입체경호를 펼쳤다.

박 대통령의 해외 첫 방문을 맞아 미국의 동포 사회의 열기도 달아올랐다. 역대 한국의 대통령이 대부분 미국을 몇 차례씩 찾은 터라 이들 지역에 사는 교포들이 대통령과 만나는 자체는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박 대통령을 맞는 감회는 남다르다.

지난해 총선과 대통령선거에서 처음으로 재외국민 선거가 치러져 동포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뽑은 첫 대통령이고 미국에서는 아직 배출하지 못한 여성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미국 주재 한국 대사관과 각 지역 총영사관, 한인 단체 등은 예전처럼 떠들썩하지 않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대통령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박 대통령의 뉴욕 방문은 2005년 3월 이후 8년2개월 만이다.

박 대통령은 방미 첫 기착지인 뉴욕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열린 뉴욕 동포간담회에서 강병목 전(前) 뉴욕한인경제인협회장으로부터 동포경제인과 한국의 중소기업 간 협력 및 교류 활성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 건의를 받았다.

이에 그는 “동포경제인과 국내 중소기업인이 상생하는 모델을 만드는데 관심을 갖고 힘써 보겠다”고 화답했다.

그는 “여러 가지 부분에서 뒷받침을 잘하는 것이 우리 정부가 할 일이라고 얘기했고, 그렇게 하려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포경제인 여러분과 중소기업인이 같이 해외시장이나 미국 시장에 나가는 법을 구상하고 있다고 하니 아주 반가웠다”며 “이번 방미에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운영하는 분들도 여러분 오셨는데 그런 분들과 연결을 해 서로 말씀을 나누는 기회를 가지면 어떨까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당선인 시절부터 꾸준히 ‘친(親) 중소기업’ 행보를 보여 왔다. 당선인 시절 경제단체를 방문할 때도 대기업 위주 모임인 전국경제인연합 보다 중소기업중앙회나 소상공인단체연합회를 먼저 방문했다.

‘따뜻한 성장’을 강조하며 경제민주화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 구조가 대기업 위주가 아닌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상생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방침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번 방미 경제사절단 50여명 가운데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 대표가 20명이나 포함된 것도 박 대통령의 ‘중소기업 챙기기’를 잘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앞서 뉴욕으로 향하는 대통령전용기 기내에서 공식 수행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방미에 수행한 중견ㆍ중소기업들의 비즈니스가 다들 잘됐으면 좋겠다. 미국 같은 곳은 모르지만 남미나 유라시아 같은 곳에서는 우리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이 참 많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그런 만큼 뉴욕의 한인 동포들의 기대치도 여느 대통령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뉴욕의 한인 동포들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한인들의 위상이 더욱 높아지기를 기대했다.

한·미 동맹 60주년을 맞아 이뤄지는 이번 방문이 양국의 우호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고 한반도의 긴장 해소를 위한 물꼬가 터지기 바란다는 주문도 있었다.

스포츠 마케팅 분야의 한 자영업자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잇단 도발 위협 등으로 인해 한반도의 긴장 상황이 지속되는데 대해 많은 동포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현재의 대치상황을 끝낼 수 있는 돌파구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국격이 한 단계 높아지기를 염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또 다른 동포들은 “한국 사회가 여성을 대통령으로 선출할 정도로 성숙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권이 여전히 소모적인 정쟁에 매몰돼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국제사회에 비쳐지는 한국의 이미지가 경제력에 걸맞은 수준으로 제고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해외 첫 방문지인 뉴욕에서 한인 동포들의 뜨거운 환호에 희망이라는 선물로 화답한 박 대통령은 다음날인 6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면담을 갖고, 한반도 문제 및 범세계적 이슈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지난 2009년 8월 EU FTA 체결 지원 등을 위한 특사로서 유럽 순방 시 비엔나에서 반 총장을 면담한 이래 3년 반여 만이다. 반 총장은 2012년12월 대통령 당선과 2013년 2월 대통령 취임 계기 등에 박 대통령에게 축하 전화를 해온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유엔의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이제 책임 있는 중견 국으로 성장한 만큼 행복한 지구촌 건설을 위해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를 확대하고 특히 유엔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국제 평화 증진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이에 반 사무총장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유엔사무총장으로서 가능한 역할을 다할 것임을 확인했다.

박 대통령과 반 사무총장은 새로운 기후변화 체제 창출을 위한 협조, Post-2015 지속가능개발목표 설정 등 범세계적 문제 해결을 위한 한-유엔 간 협력 강화 방안도 협의했다.

그는 반 사무총장과의 면담 직후 유엔에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 70명을 만나 격려했다.

이 만남에는 김원수 변화이행 담당 사무차장보, 강경화 긴급구호조정 담당 사무차장보를 비롯한 유엔의 고위직 및 전문직, 일반직 직원들이 참석했으며, 반기문 총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박 대통령은 국제기구 등 해외 진출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높아진 기대에 부응하여 젊은 세대의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돕고, 글로벌 인재의 양성을 능동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정부 방침을 밝혔다.

첫 해외순방지인 뉴욕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 그는 다음 방문지인 워싱턴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뉴욕당국은 박 대통령이 워싱턴으로 이동하기 위해 케네디 공항으로 이동하고 전용기인 공군 1호기가 이륙할 때까지 육해공에서 다시 입체적인 경호작전을 수행했다.

뉴욕에 이어 미국 방문 두 번째 기착지인 워싱턴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첫 일정으로 한국전 참전 기념비 공원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박 대통령이 워싱턴에 도착하자마자 참배에 나선 것은 세계 평화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영령의 넋을 기리는 동시에 한국전에 참전한 미국과 미국인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한 차원이다.

그는 이날 오후 5시께 19인의 군인상이 세워진 한국전 참전 기념비 공원을 찾아 ‘대한민국 대통령 박근혜’라고 적힌 태극기 모양의 화환을 헌화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의장대가 도열한 가운데 진행된 박 대통령의 헌화 및 참배에는 에릭 신세키 미국 보훈처장관과 역대 한미연합사령관 4명, 한미 양국의 한국전 참전용사 10명이 함께했다.

그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한국전에 참전해 희생하신 분들과 역대 사령관들께 국민을 대표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한국 국민 모두가 감사함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이 번영한 것도 그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사의를 표했다.

그는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5년 3월 이곳을 참배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8년 전에도 워싱턴 도착 후 바로 이곳에 왔다. 오늘도 바로 이곳에 왔다”며 “그 당시에 워싱턴 참전용사들과 같이 있어 감동적이었는데 오늘도 여러분과 같이 오게 되니 정말 감격적이고 뜻 깊게 생각한다. 올해가 정전 60주년이자 동맹 60주년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또 “이곳을 찾는 방문객이 1년에 300만 명이 넘는다고 들었다. 알링턴 방문객이 1년에 500만 명을 넘는다고 하니 단일 전쟁 기념비로는 대단히 많은 숫자”라며 “그것은 한미 양국 국민 모두가 한국전을 계기로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 그것은 생생한 역사였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19인의 조각상이 참전용사 출신 예술가의 작품이라는 설명을 듣고 “예술적 가치도 있어 특별하게 느낀다”고 언급했고, 한쪽 팔이 잘린 조각상의 실제 모델이 이날 참배를 함께한 ‘웨버’라는 이름의 미국인 예비역 대령이라는 소개를 받자 “아… 젊으셨을 때 모습 같은데…”라고 말했다.

앞서 그는 알링턴 국립묘지를 방문, 애국가와 미국 국가가 연주되는 가운데 무명용사탑에 헌화했으며, 묘지 기념관 전시실을 찾아 ‘무명용사를 기리는 패’를 증정했다.

박 대통령이 알링턴 묘지에 도착하자 예포 21발이 발사됐으며, 묘지를 찾은 수백 명의 미국인이 이 장면을 지켜봤다.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두 곳을 방문한 그는 교민들이 멀찌감치 떨어져서 손을 흔들자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며 인사했고, 영접을 나온 한국 무관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그런 다음 또 다시 바쁜 걸음을 옮겨 삼성과 현대차 등 대기업 총수들과 만나 투자확대를 요청하는 한편, 미국 경제인들에게 북한의 위협으로 인한 우리 경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해소하는데 주력했다.

박 대통령은 워싱턴 방문 마지막 날, 이번 방미에 동행한 경제인들과 조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 간담회에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와 만난 것은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면서 대기업과의 관계가 다소 소원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박 대통령은 “최근 북한도발로 외국인들이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데 이렇게 동행하셔서 한국경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 자연스러운 기업설명회가 되고 있다”고 운을 뗀 뒤, 공정한 시장경제를 만들고 투자를 확대하는데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고용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확실하게 풀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대통령이 말씀하신 창조경제는 한국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올바른 방향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벤처기업이 동반성장하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도 “중소기업 및 참여업체와 동반성장을 적극 추진해 상생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산업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미 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한미 경제인 모임에 참석해 ‘코리아 세일즈’에 나섰다.

특히 최근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한국경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를 해소하는데 주력했다.

여기서 박 대통령은 “한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강조했는데, 실제 정부는 이번 방미를 계기로 보잉사 등 7개 미국 업체로부터 3억8천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쾌거를 올렸다.

박 대통령을 공식 수행 중인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그랜드하야트뉴욕 호텔 프레스룸에서 한 브리핑에서 “보잉과 커티스 라이트(Curtiss-Wright), 올모스트 히어로스(Almost Heroes LLC) 등 7개 미국 기업으로부터 3억8천만 달러 규모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코리아 세일즈’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한인 동포들을 다독이고, 경제까지 챙긴 박 대통령은 방미 3일째인 7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역사적인 한미정상회담을 가졌다.

북핵 등 북한문제에 대한 대북공조를 확인한 이 역사적인 첫 만남은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 채택이 1차적인 성과로 기록됐다.

공동선언은 한·미 동맹 60년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안보·경제협력, 북한문제, 동북아 및 글로벌 협력, 양국 국민 간 관계 강화, 21세기 아시아 미래 등에 대한 양국 간 공동의 인식과 평가를 바탕으로 양국관계의 새로운 발전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양국 정상은 이 자리에서 지난 60년간 지켜온 한반도의 안정을 바탕으로 한·미동맹이 아시아·태평양의 평화와 안정의 핵심축(linchpin)으로 기능하고, 21세기 새로운 안보도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동맹을 계속 강화시키고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또 북한의 도발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긴밀한 대북정책 공조를 재확인하고,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를 토대로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되, 대화의 문을 열어 놓겠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정상회담은 이런 성과와 함께 양 정상이 서로 인간적 신뢰와 매력을 확인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향후 4년간 한·미관계에 순풍을 예고하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처음 만나는 정상들 치고는 너무나 가깝게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었고, 그런 것이 정상회담에서도 여러 가지 형태로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 오찬회담, 그리고 그 사이 사적인 면담 등 모두 3차례 자리를 같이했다. 특히 정상회담과 오찬회담 사이 10여분 정도 백악관의 로즈가든을 나란히 걸으며 통역 없이 대화를 하는 등 친교를 이어갔다.

박 대통령은 오찬 중 오바마 대통령에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버락’이라는 이름이 스와힐리어로 ‘축복받은’이란 의미인데 저의 이름에 ‘혜(惠)’도 ‘축복받은’이란 의미가 있다”고 소개한 뒤 “우리 두 사람은 공유하고 있는 것이 상당히 많다”고 친근감을 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브이(V) 사인을 지으면서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아주 만족스럽다는 보디랭귀지를 하는 등 양 정상은 인간적 매력을 공유하며 상호 신뢰를 확인했다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양국 정상의 신뢰와 믿음은 공동선언에서 한·미동맹이 한반도와 아시아의 평화·안정을 위한 ‘핵심축’이라는 표현이 문서화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백악관 주변에서는 이날 한·미정상회담과 앞선 미·일정상회담이 비교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2월 오바마 대통령과 일본 아베신조(安倍晉三) 총리의 정상회담은 어색하고 불편해 보이는 등 양 정상의 떨어져 앉은 거리만큼 서로의 거리감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이날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가까운 모습은 주목받았다.

요즘 최고로 핫한 월드스타 싸이도 거론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화제로 올리면서, 박 대통령에게 “전 세계 많은 사람이 한류에 매료당하고 있는데 제 아이들이 저에게 (춤을) 가르쳐 줬다”고 했다. 이어 “대선 압승을 축하드린다. 미 행정부에는 박 대통령을 존경(admire)하는 분이 굉장히 많다”고 했다.

정상회담이 끝나고 캐비닛룸에서 오찬 회담이 열리기 직전 오바마 대통령의 즉석 제안으로 두 정상은 백악관 내 로즈가든 옆 복도를 산책했다. 두 정상은 통역 없이 로즈가든 옆 복도를 10여 분간 걸으면서 대화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한국계인 여성 보좌관을 데리고 와서 박 대통령에게 인사시켰다. 바이든 부통령은 “보좌관이 제 유권자인데 저도 정치인으로서 유권자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농담을 했다.

이스트룸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이) 내일은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한다. 이는 사실 가까운 친구들에게만 제공되는 영예”라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60세’가 생명과 장수를 기념하는 환갑이라는 특별한 날이라고 들었다. 올해는 우리가 한·미 방위조약 60주년을 기념하는 해”라고 했다. ‘환갑’은 한국어로 발음했다.

공동 기자회견이 끝나자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에게 먼저 다가가 박 대통령의 손을 감싸 안으며 악수를 했다.

러시아 방문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존 케리 국무장관은 “회담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정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대한다”는 친필 서한을 박 대통령에게 보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비취 장식이 된 은제 사진 액자를,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에게는 전통 나전칠기로 만든 반상기 세트와 유기 수저, 한국 요리책을 선물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미셸 여사가 김치를 좋아한다고 해서 요리책을 선물했다”고 했다. 이에 대한 화답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동맹 60주년을 기념하는 문구가 쓰인 대리석 재질의 기념석을 박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이렇게 오바마 대통령과의 역사적인 한미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끝낸 박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는 6번째인데, 이 35분의 연설이 대한민국의 위상을 바꿔났다.

미 의회는 연설 내내 기립과 박수를 통해 박 대통령에게 존경을 표했고, 세계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에게 감동했다. 헌정사상 최초의 부녀·여성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의 카리스마가 세계를 압도하는 순간이다.

박 대통령은 영어로 진행된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과 통일기반 구축 ▲동북아 지역의 평화협력체제 구축 ▲지구촌 평화와 번영에 기여 등 한·미 동맹이 나아갈 3가지 비전과 목표를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먼저 신뢰구축을 전제로 남북 교류를 확대하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유지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견지해 나갈 것”이라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북한의 핵은 절대 용납할 수 없고,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영유아 등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상황과 관련 없이 해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북한간의 점진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축적해 감으로써 지속가능한 평화를 만들어 나가고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유지해 나가면서 DMZ 내에 세계평화공원을 만들고 싶다”며 “그곳에서 평화와 신뢰가 자라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사분계선으로 갈라져 있는 한국인들만이 아니라 세계인들이 평화의 공간에서 함께 만나게 되길 희망한다”며 “그날을 위해 미국과 세계가 우리와 함께 나서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미국과 동북아 국가들이 비정치적인 문제부터 신뢰를 쌓아가는 동북아 평화 협력 구상을 공식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미래 아시아에서의 새로운 질서는 역내 국가간 경제적 상호의존의 증대에도 불구하고 정치·안보협력은 뒤처져 있는 소위 ‘아시아 패러독스’ 현상을 우리가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이러한 도전들을 극복하기 위한 비전으로 동북아 평화 협력 구상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을 포함한 동북아 국가들이 환경, 재난구조, 원자력안전, 테러 대응 등 연성 이슈부터 대화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고 점차 다른 분야까지 협력의 범위를 넓혀가는 동북아 다자간 대화 프로세스를 시작할 때가 됐다”며 “이러한 구상은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이 지역의 평화와 공동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과도 시너지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여기에는 북한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처럼 공동의 이익이 될 수 있는 부분부터 함께 노력해 나가면 나중에 더 큰 문제와 갈등들도 호혜적 입장에서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동북아 지역에서의 새로운 협력 프로세스를 만들어 나가는 데 한미 양국이 함께 할 것으로 굳게 믿는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한미 양국이 지구촌의 이웃들이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화와 자유 수호의 현장에서 함께하고 있는 한미 양국은 테러대응, 핵 비확산, 국제금융위기와 같은 글로벌 이슈에서도 공조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며 “이에 그치지 않고 한미 양국이 앞으로도 자유, 인권, 법치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확산하고 빈곤 퇴치, 기후변화, 환경 등 글로벌 이슈에 공동대처하는 데 있어서도 계속해서 함께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이 함께 하는 미래는 삶을 더 풍요롭게, 지구를 더 안전하게, 인류를 더 행복하게 만들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한미 양국과 지구촌의 자유와 평화, 미래와 희망을 향한 우정의 합창은 지난 60년간 쉼 없이 울려 퍼졌고,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연설을 마쳤다.

그가 35분 연설하는 동안 6번의 기립 박수를 포함해 41번의 박수가 터져다. 마지막 연설이 끝났을 때에는 미국 의원 모두가 2분여 동안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어진 리셉션장에서 몇몇 미국 의원은 박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동행한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에게 박 대통령의 나이를 물었다고 한다. 이에 1952년생으로 61세라고 알려주자 깜짝 놀란 한 미국 하원 의원은 “나는 42세쯤으로 생각했다”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미국 순방 기간 내내 화제가 됐던 박 대통령의 ‘강철 체력’이 미 의회를 또 한 번 뒤집어 놓은 것이다. 뉴욕과 워싱턴은 한국과의 시차가 13시간이나 나지만 박 대통령의 얼굴에선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4박 6일간 박 대통령이 소화한 일정은 모두 19개다.

서울에서 뉴욕과 워싱턴,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서울로 이어지는 비행시간만 34시간이다. 박 대통령은 비행 중 잠을 거의 자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히려 국내에서보다 표정이 더 밝다는 것이 현지 반응이다.

한 수행원은 “대통령은 일정에 앞서 여러 자료를 일일이 챙겨보고 연설문도 직전까지 수정하는 등 빈틈이 없어 수행원들이 놀랄 정도”라며 “일정 하나하나가 큰 의미가 있는 데다 동포들을 만나면 무척 반가워해서 국내에서보다 활력이 더 도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번 순방 중에 박 대통령에게 또 하나의 닉네임이 붙여졌다. ‘철의 여인’ 박근혜. 박 대통령의 강인한 정신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이렇게 모든 일정을 끝낸 박 대통령은 전 세계에 감동을 선사한 채 10일 저녁 귀국했다. 미국에서 받았던 한인 동포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를 이번엔 우리 국민들이 박 대통령에게 선사했다. 예상은 했지만, 기대치 이상의 성과에 국민들 스스로도 놀라는 눈치다.

세계를 감동시킨 박 대통령은 이번 해외순방을 통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대한민국의 국격을 당당히 세계최고의 자리로 끌어 올렸다. 박 대통령이기에 가능했던 4박 6일간의 기적이다. 국민 모두가 박 대통령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지금처럼 앞으로 5년 내내 국민들의 박수소리가 끊이지 않도록 박 대통령만의 국가통치능력이 빛을 발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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