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 출범, 정치세력화 첫발

[검경일보 조성수 기자]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며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새누리당은 강력 반발하며 혹평을 쏟아냈고, 민주당은 곤혹스런 표정을 애써 감추며 마지막까지 야권연대의 끈을 넣지 못하고 있다.

안 의원은 28일 오전 10시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함께 가칭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공식적인 정치세력화를 시작하려고 한다”며 창당을 선언했다.

▲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한 무소속 안철수 의원.
그는 각종 정치현안을 언급하면서 “무한책임을 느끼며 뼈아프게 반성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반성의 바탕 위에서 낡은 틀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담아낼 수 없으며 이제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창당을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우리들은 극단주의와 독단론이 아닌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정치공간이며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논의구조, 합리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춘 국민통합의 정치세력이 될 것”이라며 “가는 길을 ‘국민과 함께’로 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국민의 절실한 요구에 가치 있는 삶의 정치로 보답하고자 한다”며 “정치개혁을 비롯한 경제사회 교육 분야의 구조개혁을 단행하지 않을 수 없으며 지금 우리는 그 구체적 정책을 면밀히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지방선거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췄다.

안 의원은 취재진과 일문일답에서 “당연히 지향점은 창당”이라며 “새 정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정치의 재편이 필요하다. 새로운 정치 틀을 만드는 것이 내가, 우리들이 새 정치를 추진하는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한국정치를 어떻게 바꿀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제 정세와 국내 환경이 엄중한 상황인데도 정치가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 생산적인 경쟁관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여러 정당이 있었지만 불행하게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는 얼마나 기득권이 강고한지를 보여준다”며 “따라서 우리는 여러 사례를 교훈 삼아 단단하게 차분하게 한걸음씩 내딛으면서 준비하겠다. 지지하는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신당에 참여할 인사들과 관련해서는 “함께 할 분은 추진 과정에서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라며 “새정치 추진위원회가 공식 출범하면 속도감 있게 만나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르면 다음주 중으로 새정치 추진위 출범 설명회를 열고, 이후 전국 순회 방식으로 ‘새정치 국민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안 의원이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자 새누리당은 발끈하고 나섰다. 안 의원이 창당의 배경으로 “우리나라 정치가 건강하지 않다”고 밝힌 게 사실상 정국을 주도하고 있는 새누리당을 지목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민현주 대변인은 이날 현안 브리핑을 통해 “안 의원은 우리나라 정치가 건강하지 않다며 민생정치, 생활정치를 위해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확실한 창당 시기나 신당의 이념과 철학 등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고 서두를 장식했다.

이어 “정치세력화와 신당 창당이 야권연대를 두고 주도권 싸움을 하고 있는 양상으로 나타난다면 변화와 새정치는 그야말로 공허한 바람이 되고, 국민들은 안 의원의 정치 리더십에 또 한 번 크게 실망할 것”이라며 “안 의원의 행보가 야권세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길 바란다”고 전했다.

민 대변인은 “안 의원은 이제 더 이상 본인 특유의 ‘안개’ 속을 걷는 듯한 애매모호한 화법이 아니라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아니면 말고’ 식의 화법은 안 의원이 외치는 새 정치를 오히려 방해하는 ‘공적 1호’임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공격했다.

그는 “민주당 눈치보기식의 곁불정치를 한다면 그야말로 신(新)정치가 아니라 ‘쉰 정치’임을 자각해야 한다”며 “새누리당은 국민들이 안 의원에게 기대했던 새로운 정치의 모습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새기고, 겸허한 반성과 노력을 통해 행동으로 실천하는 정치쇄신, 성숙한 정치문화 완성을 위해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안 의원의 창당에 거침없는 공격을 퍼부었지만, 민주당은 또 다른 입장이다. 곤혹스럽기야 새누리당보다 민주당쪽이 훨씬 심각하다. 당장 제1야당의 입지마저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돼 버렸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연대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안 의원의 창당 선언에도 자극적인 언사를 자제하는 이유다.

민주당은 안 의원이 ‘국민과 함께 하는 새정치추진위원회’ 출범 선언을 한 것에 대해 “안철수 의원의 세력화가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정치 발전에 기여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힌 뒤, “앞으로 시간을 두고 준비해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씀하셨다.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배 대변인은 그러면서도 “다만 안철수 의원의 세력화가 자칫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주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불법적인 국가기관 대선개입에 대해 어떠한 책임 있는 태도도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과 함께 하는’ 정치를 위해 ‘정도’를 걷겠다는 자세를 보여주시기 바란다”며 야권 단합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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