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위기 속에서 차별화된 한국경제 역량에 긍정적 평가

[검경일보 김경일 기자]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독일·영국·호주 등 주요국 재무장관들이 신흥국 위기 속에서 차별화된 한국경제의 역량에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마련 중인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 차 호주를 방문 중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와 조 호키 호주 재무장관,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양자회담에서 “펀더멘털이 강한 한국경제는 미국의 양적완화에 따른 영향이 작았으며 충분한 대응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양적완화 축소의 영향이 과장되는 측면이 있다”며 “그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신흥국들은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상적자 등 내부적 취약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 현오석 부총리와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이 22일(현지시간) 양자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에 현 부총리는 신흥국 경제가 불안해지면 선진국 경제회복도 저해될 수 있는 ‘역(逆)파급효과(reverse spillover effect)’를 설명하면서 “양적완화 축소는 신중하게 조정되고 명확한 소통 하에 질서정연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부총리는 “테이퍼링이 시작됐으나 여전히 작은 뉴스에도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이는 것은 국제금융시장이 아직도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예상 시나리오를 미리 분석해 G20 차원에서 정책공조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고려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IMF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예상 시나리오별 정책공조 방안에 IMF와 지역금융안전망(RFA) 간 협력 등 위기 예방 및 대응정책도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라가르드 총재는 “MF 회원국이 동의한다면 IMF·RFA 간 협력 등 새로운 공조 메커니즘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현 부총리는 이어 “세계경제가 위기 국면에서 벗어나는 상황에서 G20 회원국이 성장잠재력을 높이려면 종합적 성장전략이 필요하다”면서 한국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소개했다.

그는 3개년 계획 중 ‘규제개혁’ 분야를 거론하며 “규제개혁을 위한 보다 강력한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법상으로 금지되는 것 외에는 원칙적으로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규제총량제, 여성의 경제활동 제고 등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며 “필요하면 IMF가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스본 재무장관은 “영국은 규제총량제와 비슷한 제도로 ‘원인 원아웃(One-in One-out)’ 제도를 실행 중”이라고 전했고,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선진국에서는 환경·금융 등의 분야에서 규제가 증가함에 따라 민간 부문의 규제개선 요구가 강화되고 있다. 한국의 구조개혁 노력이 인상적”이라고 언급했다.

이밖에 현 부총리는 통일과 관련해 쇼이블레 재무장관에게 통일재원 조달, 화폐통합, 경제재건 등 독일의 제도 및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1990년대 독일의 통일 협상과정에 자신이 직접 참여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이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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