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절망의 어둠 속에서 얼마나 두려웠을까. 살려달라는 외침이 차가운 물속으로 사라져 얼마나 괴로웠을까. 진도 앞바다와 목포를 연결하는 TV중계를 보며 국민들은 착잡한 심정이다. 다양한 행사와 공연, 이벤트 등 봄나들이도 모두 취소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다른 국가들은 우리나라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맡은 역할과 책임을 다 하지 않아 발생한 후진국 형 인재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배를 버린 선장과 선원, 안전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직원하며 골든타임을 허비했다는 비난이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서해 훼리호 참사와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사건들이 우리에게 남겨 준 것이 없었단 말인가. 매뉴얼과 규정은 간 곳 없다. 좌충우돌하며 불통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사고 후 대응자세도 국민들을 슬프게 만들었다.
지금까지의 모든 허점을 덮어 줄 수 있는 제대로 된 대응시스템이 구축될 필요가 있다. 안전 불감증을 없애고 국민들의 마음에 안정을 찾아 줘야 한다. 두 번 다시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게, 모든 국민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할 것이다.
놀라운 점은 절망적인 참사 속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사람과 유가족들에게 사기를 치려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장 가슴이 매어지는 사람들은 유가족임이 분명하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며 숨도 쉴 수 없는 심정일 것이다. 그들이 더욱 상처받지 않도록 온 국민이 힘을 하나하나 따뜻하게 모아주어야 한다. 사람은 위기의 순간에 본능적으로 서로를 껴안는다고 했다. 절망적인 상황일수록 따뜻한 포옹과 같은 힘을 발휘해야 함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분명 이번 사고는 모든 국민에게 깊은 안타까움을 주었다. 깊은 슬픔에 밤잠을 설치게 만들었다. 죄책감과 안타까움에 생을 포기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희망을 이야기한다. 희망을 보여준 많은 소중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만들어내길 염원하고 있다.
이기적인 삶이 보여주는 비굴함과 이타적 삶의 숭고함이 우리를 숙연하게 만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하였다. 마지막까지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안내방송을 한 세월호 승무원 고(故) 박지영(22·여)씨,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건네주고 친구를 구하려다 숨진 고(故) 정차웅(18) 군, 10여 명의 학생들을 구출하고 끝내 세월호에서 탈출하지 못한 고(故) 최혜정(24·여) 단원고 교사, 구명조끼를 챙겨주며 “빨리 바다로 뛰어내려라”라고 외친 고(故)남윤철(35) 단원고교사, “배가 많이 기울었다. 통장에 있는 돈으로 아이들 등록금을 하라. 지금 학생들 구하러 가야 된다”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아직 구조되지 않은 양대홍(46) 세월호 사무장, 최초 신고자로 174명의 생명을 구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고(故) 최덕하(17)군 모두가 끝까지 최선을 다한 희망의 영웅들이다.
이제 정부와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작은 움직임에 강한 혼을 담아 기도했으면 좋겠다. 여러 모로 보아 희망을 생각하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도 무사 귀환만을 애타게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에게는 희망이라는 기적이 너무나 절실하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조용히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것을 보았다. 이제는 온 국민이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큰 희망을 담아 기적을 일으킬 촛불을 밝히는 강한 커뮤니케이션을 발휘할 때라고 필자는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