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문화가 있는 날 명동성당서 ‘그래도, 사랑’ 치유 음악회

[검경일보 김미경 기자] “사랑은 그 무엇보다 근본적인 덕목이죠. 잊을 수 없는 고통, 지울 수 없는 상처지만, 그래도 사랑의 마음으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는 바람을 갖고 있어요. 슬픔이 슬픔으로만, 고통이 고통으로만 남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소중한 씨앗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했으면 해요. ‘그래도 사랑’, ‘그래도 희망’ 입니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6) 씨. 지휘자 정명훈, 첼리스트 정명화와 함께 ‘정 트리오’로 전세계에 클래식 한류를 이끈 정경화 씨가 5월 ‘문화가 있는 날’인 2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그래도, 사랑’ 이란 제목의 치유 음악회를 열었다.

최근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아픔, 상처받은 마음을 음악으로 보듬고 어린 생명의 소중함을 음악과 더불어 생각해보는 헌정음악회다.

▲ 28일 서울 중구 명동2가 명동성당 대성당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명동성당이 함께 하는 치유음악회 ‘그래도, 사랑’ 공연을 찾은 시민들이 성당 안을 가득 채운 모습.
“음악은 제 운명이고 인생이고 저의 과거요 현재요 미래예요. 더 아름다운 음악을 만드는 일에 제 자신을 바쳐왔고 앞으로도 기회가 허락하는 한 많은 사람과 이 아름다움을 나누고 싶어요.”

선착순 1000명 무료입장인 이날 음악회에서 정 씨는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함께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비롯해 바흐 ‘샤콘느’,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김효근의 ‘내 영혼 바람되어’를 연주했다.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는 정경화 씨가 작고한 아버지를 추모하며 연주했던 곡이기도 하다.

“이 연주회에서 어떤 곡을 연주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 가장 먼저 ‘G선상의 아리아’가 떠올랐어요. 아버지가 눈을 감으신 후에 홀로 그를 위해 연주했던 곡이 ‘G선상의 아리아’였죠.”

특히 정 씨는 김효근의 ‘내 영혼 바람되어’라는 곡을 듣고 이 날 공연의 연주곡으로 선정했다.

‘내 영혼 바람되어’는 메리 엘리자베스 프레이의 시 ‘나의 무덤 앞에서 울지 말아요’를 바탕으로 한 노래다. 이 시는 나치의 탄압으로 독일을 떠나온 동료가 병에 걸려 돌아가신 어머니를 찾아보지도 못하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그를 위로하기 위해 지었던 것으로 큰 슬픔이 있을 때마다 낭송되며 지난 80여 년간 사랑과 공감을 받아왔다.

“작곡가 김효근이 지은 ‘내 영혼 바람되어’는 명동성당 공연을 위해 특별히 선곡한 곡이예요. 이 곡의 바탕이 된 메리 엘리자베스 프레이의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말아요’란 글에 큰 감동을 받았어요. 너무나 깊은 절망과 슬픔이지만 실낱같은 그러나 희망의 중대한 힘을 느끼게 해주는 가사의 힘에 사로잡혔죠.”

최근 우리 사회가 겪은 아픔으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어주기 위해 마련된 ‘그래도, 사랑’ 음악회가 열린 명동성당 대성전 안은 ‘치유와 위로’의 음악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가족과 함께 공연을 보러온 양영희 씨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경화 씨의 공연을 무료로 접할 수 있다니 큰 영광”이라며 “앞으로도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을 기다리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퇴근 후 바로 명동성당으로 왔다는 김범래 씨는 “치유와 위로가 있는 음악회라고 하길래 퇴근 후 한걸음에 달려왔다”면서 “앞으로 문화가 있는 날 가족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다양한 공연과 전시 등으로 더욱 알차게 꾸며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씨의 치유 음악회에 함께한 사람들은 공연이 끝난 후에도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한 채 감동의 여운이 남아있는 모습이었다.

가족과 함께 공연을 보러 온 김성남 씨는 “최근 사회적으로 침체된 분위기로 기분도 가라앉아 있었는데 치유음악회에 와서 위로를 얻고 간다”며 “음악이, 그리고 문화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데는 최고인 것 같다”고 밝혔다.

정경화 씨는 오는 6월 13일 예술의전당에서의 ‘그래도, 희망’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공연의 수익금은 한국의 어린 음악가들과 아프리카 르완다 지역 어린이를 돕는 데 쓰인다.

한편 이날 9시 반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야외공연장에서는 그룹 ‘동물원’ 등이 참여하는 작은 콘서트 ‘미드나이트 마로니에’가 열려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늦은 밤 문화의 거리 마로니에 공원에는 삼삼오오 가족들과 연인들이 공연을 보며 마음의 치유와 안식을 찾았다.

안양 평촌아트홀에서는 테너 임정현 등이 참여하는 추모음악회가 열렸다.

28일 열린 치유와 위로의 음악회는 지친 시민들의 마음을 달래며 ‘문화가 있는 날’을 더욱 뜻 깊게 만들었다.

문화는 다른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큰 힘을 갖고 있다. 문화의 문턱을 낮추고 국민들이 쉽게 문화를 접하고 누릴 수 있는 ‘문화가 있는 날’이 국민들의 삶에 더욱 가깝게 스며들어 진정한 문화융성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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