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후 느려진 中 성장속도, 韓 총수출 기여도 축소 ‘적신호’

[검경일보 곽건 기자] 2000년 이후 한국 경제는 대중국 수출을 통해 중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에 따른 큰 혜택을 받아왔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중국 경제의 성장속도가 느려짐에 따라 대중국 수출이 국내 총수출에 미치는 기여도는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대중국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2014년 대중국 수출의 국내 총수출에 대한 기여도는 -0.4%p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이에 검경일보가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를 토대로 대중국 수출 부진의 구조적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한국 경제의 안정적 성장이 위협받는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대응방안을 알아봤다.

▲ 2014년 난징 유스올림픽 무선통신 분야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가 8일 중국에서 ‘삼성 난징 유스올림픽 스튜디오’를 공식 개관했다. 방문객들이 삼성 제품과 다양한 볼거리를 즐기는 모습. (사진제공: 삼성전자)
대중국 수출은 금융위기 이후 증가 속도가 급격히 둔화됐으며, 특히 2014년 수출이 확대되고 있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이다. 2000 ~2008년 대중국 수출은 연평균 22.1%로 증가했으나 금융위기 이후인 2009 ~2013년 연평균 증가율은 13.9%로 급격히 하락했으며 2014년에는 -1.5%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미국, EU, 아세안 등으로의 수출은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물량 기준으로 봐도 증가 추세를 보이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대중국 수출은 감소폭이 확대되고 있다. 품목별로 볼 경우 대중국 수출에서 비중이 큰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기계, FDP(평판 디스플레이 패널) 등의 수출이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석유제품과 FDP의 경우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으며, 석유화학제품과 기계는 올해 들어 수출이 감소추세로 전환됐다. 성질별 수출을 보면 석유제품 및 석유화학제품이 포함된 원자재 부문 수출이 2014년 들어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매우 부진한 모습이며,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자본재 수출도 최근 기계 수출 부진의 영향으로 증가율이 크게 하락했다.

가공단계별로는 반도체 수출 증가의 영향으로 부품 수출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반가공품 수출이 2014년 7월 누적 전년동기간 대비 7.8% 감소해중간재의 대중국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對중국 수출 부진 원인

대중국 수출 부진의 원인으로는 첫째, 중국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며 수입수요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빠른 성장세를 보여 왔던 중국 경제는 투자와 수출 부문이 지속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중국의 투자 및 수출 부진은 자본재 및 중간재 수입수요 하락으로 이어져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부진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중국의 투자 증가율은 2009~2013년 연평균 8.6%에서 2014년 7.0%로 하락했으며, 이에 따라 중국의 자본재 수입 증가율은 동기간 11.1%에서 0.2%로, 한국의 대중국 자본재 수출 증가율은 12.6%에서 –8.9%로 하락했다.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2009년~2013년 연평균 16.5%에서 2014년 2.9%로 하락했으며, 중국의 중간재 수입 증가율은 동기간 13.7%에서 2.0%, 한국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 증가율은 14.2%에서 0.7%로 하락했다.

둘째, 한중 간 기술 격차가 축소됨에 따라 양국간 분업구조가 변화하며 중국의 대한국 수입 수요가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중 간 분업구조를 보면 노동이나 자본과 같은 생산요소의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산업간 무역 비중은 축소되는 반면 동일한 산업내에서 제품 차별화 등으로 발생하는 산업내무역 비중은 2000년 41.7%에서 2013년 53.8%로 증가했다.

동일 품목간 교역 증대는 결국 중국 제품이 한국 제품과 유사한 수준으로 기술이 발전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한중 간 교역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중간재 부문의 경우 산업내 무역 비중이 2000년 42.0%에서 2013년 60.1%로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셋째, 한국의 대중국 수출 주력 품목인 석유제품, 석유화학 및 FDP 관련 부문에서 중국의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자급률 상승으로 수입 대체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합성수지와 합성고무 같은 주요 석유화학제품의 자급률은 2002년 44.5%에서 2013년 68.8%로 크게 상승했다.

또한 중국 정부의 집중적인 산업 육성 정책에 힘입어 디스플레이 패널의 자급률은 2011년 1% 수준에서 2014년 30% 수준까지 급격히 올랐다.

넷째, 중국 교역구조 변화에 따른 가공무역 축소 및 중국의 부품소재 수입 비중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가공무역이 축소됨에 따라 중국의 부품소재 수입/총수입 비중은 2000년 55.8%에서 2013년 39.2%로 떨어졌다.

반면 한국의 대중국 수출 중 부품소재 비중은 여전히 35%에 달하고 있어 대중국 수출 부진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불어 중국의 부품소재 경쟁력 향상 등으로 인해 국내 기업의 부품소재 현지조달 비중도 2007년 46.1%에서 2012년 57.4%로 증가하면서 대중국 수출 둔화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 中 산업구조 변화 시사점

중국의 중간재 수입 비중 축소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경제성장 둔화가 예상됨에 따라 대중국 수출이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대중국 수출 부진은 중국의 경기 둔화와 중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가 주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중간재 수출구조에 의한 부진은 단기간에 극복하기는 어려우며, 특히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고 중국의 자급률이 올라가고 있는 석유화학과 IT, 기계 부문 수출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아세안, 중동 등 신시장 공략을 통한 수출 지역 다변화 노력,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국 내수시장 공략 방안 등이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교역구조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인해 현실화되고 있는 차이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신흥시장 발굴 및 진출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한-중 간 경제협력 강화 및 중국 소비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 등 중국의 내수시장 확대에 따른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

셋째, 중국 산업구조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주력 산업의 고기술·고부가가치화가 필요하며 중장기적으로 원천기술 선점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넷째,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비한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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