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안에 잠자는 슈퍼컴퓨터 활용 수준과 활용되지 않는 원인

[검경일보 조성수 기자] PC와 인터넷이 기하급수적으로 보급된 이후 디지털 세상은 일반인(end-user)에게까지 활짝 열리게 됐다. 특히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이제 디지털은 우리와 24시간을 같이 보내는 세상의 그 무엇보다 가까운 존재가 됐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우리나라 스마트폰 가입자 수는 약 3,935만 명으로 보급률은 78%에 달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올해 말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스마트폰은 지금까지 인류가 발명한 모든 제품 중에서 가장 빠르게 확산됐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스마트폰을 어려워하거나 잘 활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시사코리아저널이 LG경제연구원에서 실시한 소규모 설문 조사와 심층 인터뷰 자료를 통해 스마트폰의 활용 수준과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원인을 살펴봤다.

▲ 스마트폰에서 구현되는 페이게이트 AA 4.0 UI 화면이다. (사진제공: 페이게이트)
국내 스마트폰의 보급은 이제 성숙기로 접어들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아직도 성숙기에 걸맞지 않게 스마트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일부 사람들은 활용도가 떨어지고, 또 활용하려다 되레 손해를 보는 일이 빈번하자 아예 통화만 가능한 2G폰을 다시 찾는 회귀 현상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스마트폰의 사용 현황에 대한 연구는 적지 않게 이루어져 왔다. 그런데 사용자의 특성을 고려한 활용 또는 비활용의 원인에 대한 조사는 많지 않았다. 스마트폰의 활용 정도와 그 원인을 결합 분석하기 위해 소규모 설문 조사(n=88)와 심층 인터뷰를 병행 실시했다. 표본 크기가 조사 결과를 일반화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제약 조건은 있지만, 향후 추가적 연구를 위한 발판으로서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조사에서 전 연령대에 걸쳐 가장 두드러지게, 또 일관되게 나타난 결과는 새로운 서비스나 기능에 대한 닫힌 마음이다. 본인이 스스로 혁신 수용자(innovator), 또는 선각 수용자(early adopter)의 성향을 가졌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14%로 많지 않았다.

이들을 제외한 조사 대상자(majority 및 laggard 성향)의 91%가 처음 스마트폰을 구입해서 초기 설정을 할 때를 제외하고 새롭게 설치한 앱의 개수가 한 달 평균 3개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또 스스로 앞선 수용자라고 응답한 조사 대상자를 포함한 전체 응답자의 75%가 새로운 앱(서비스)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거나 노력하지 않는 편이라고 대답했다. 심지어 한 달 평균 설치한 앱의 개수가 전혀 없다고 대답한 인원도 전체 응답자의 28%에 달했다.

2013년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6,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나온 수치도 34%로 이와 유사하였고, 최근 딜로이트(Deloitte) 컨설팅이 영국의 스마트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의 결과(31%)도 비슷했다.

이렇게 새로운 앱 설치를 꺼려하는 이유는 대략 40대 이전과 50대 이후로 다르게 나타났는데, 40대 이하에서는 ‘크게 더 좋은 앱이 없다고 생각해서(47%)’, ‘새로운 앱을 찾고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 귀찮아서(23%)’가 가장 주요한 이유로 나타난 반면 50대 이상에게는 ‘앱 사용법이 복잡해서(40%)’, ‘어떻게 찾는지 몰라서(35%)’가 가장 큰 이유로 나타났다 .

앱 설치가 이렇다면 이미 설치돼있는 앱의 활용도는 과연 어떨까? 미국의 퓨 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조사에 따르면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실행시키는 앱의 개수가 5개 이하라고 대답한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 중 68%이며, 아예 아무런 앱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대답한 응답자도 전체의 17%로 나타났는데, 이번 조사에서도 이미 설치돼있는 앱에 대한 활용도 역시 매우 떨어지는 것이 확인됐다.

전체 응답자의 90%에 달하는 대다수가 하루 평균 사용하는 앱의 개수가 10개 미만이라고 응답했고, 그 중(10개 미만이라고 대답한 응답자 중) 64%는 하루 평균 사용 앱이 5개 미만이라고 대답했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1인당 앱 개수가 평균 40개라고 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단순 계산해보아도 개개인의 스마트폰 앱 활용률이 12~25%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 앱 가짓수↓, 집중도↑

사실 국내의 경우, 카카오톡이나 서울버스처럼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Killer 앱들은 요즘 잘 나오지 않고 있으며, 블로터닷넷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앱의 가짓수는 줄어들고 특정 앱에 대한 집중도는 높아지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도 닐슨(Nielsen)의 조사 결과를 보면 인당 한 달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2012년 4분기에 23시간 2분에서 2013년 4분기에는 30시간 15분으로 31% 증가한 데 비해, 인당 한 달 평균 사용 앱의 개수는 동기간 26.5개에서 26.8개로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한다.

조사의 결과를 각 연령대별로 구분해 분석했을 때 크게 2가지 두드러지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 중 첫 번째는 50대 이상 연령층의 단순한 스마트폰 사용이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50대 이상의 응답자 24명 중 19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의 사용 용도는 통화, 문자(메시징 서비스 포함) 등 커뮤니케이션과 뉴스, 날씨 정보 검색 등 단순한 활동에 그쳤다.

클라우드, NFC, 계정 동기화/백업 등 기능을 사용해본 경험은 약 5%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졌을 뿐 아니라, 스마트폰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기능 16가지를 선정해 각 연령대별 활용 정도 및 인지 정도를 측정한 결과 활용/인지 점수 4점 만점에 1점대를 기록한 항목이 7개에 달했다.

활용도가 저조한 까닭에 ‘스마트폰 사용을 통해 얻는 편리함 등 이점을 고려시 요금(단말기와 통신요금을 포함한 월 핸드폰 요금)이 적정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도 ‘적정하다’ 또는 ‘다소 싸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20대 이하는 32%, 30대는 27%, 40대는 13%인 반면 50대 이상에서는 5%에 불과하여 시니어층이 스마트폰에 대하여 느끼는 가치는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흥미로운 결과는 소위 디지털 세대라 불리는 젊은 층의 낮은 활용도였다. 예를 들어, 30대 이하의 젊은 층의 절반 이상(55%)이 계정 동기화 및 백업과 같은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시니어층의 활용 저조 이유는 보통 각 기능/서비스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그 자체를 몰라서였지만(계정 동기화 및 백업에 관련해서는 50대 이상의 29%가 ‘아예 들어본 적 없다’, 57%가 ‘들어본 적은 있으나 무엇인지 정확히 몰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대답했다. 30대 이하의 주된 이유는 ‘불필요해서’, ‘익숙하지 않아서’, ‘어떤 기능인지 알고 있으나 사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심층 인터뷰를 통해서 백업(계정 동기화 등), 보안 관리(비밀번호 등 개인 정보 유출 방지, 보안프로그램 설치 등)의 중요성에 대하여 질문을 해보면 대부분이 사실 이러한 관리를 해야 한다며 그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잘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괜찮다’는 안전 불감증에 걸려 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 귀차니즘, 관습 장벽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기존의 방식을 계속 고수하기를 원하고 새로운 변화를 귀찮아한다. 하지만,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사용해보도록 하는 효과도 있다. 특히 젊은층에서 이런 효과는 강하게 나타난다. 그런데도 이번 조사에서 귀차니즘이 강하게 나타난 데는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심층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귀차니즘의 이면에는 정보 과잉이 있었다. 앱 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서 제공되는 앱 수는 합쳐서 250만개 정도라고 하는데, 이렇게 많은 앱들을 일일이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들 중에서 나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찾아내는 것은 상당한 노력을 요구하는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2010년 구글의 에릭 슈미트가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래 2003년까지 만들어진 데이터양은 통틀어 5엑사 바이트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이틀마다 그만큼의 데이터가 새로 추가되고 있고, 이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언급했듯이 우리는 이미 활용하고 있는 서비스에서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많은 양의 정보를 받고 있고 그 이상의 정보는 큰 가치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정보 과잉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최근 업계의 큰 화두 중 하나인 정보 필터링, 큐레이션 기술이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 큐레이션의 핵심은 산발적이고 규칙성이 없는 날것의(raw) 데이터 중 양질의 데이터만을 걸러내 목적에 따라 데이터를 가치 있게 재구성하는 것이다.

큐레이션은 핀터레스트(Pinterest), 쿼라(Quora)와 같이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의 선택을 바탕으로 정보를 필터링(filtering)하는 방식과 서미파이(Summify), 플립보드(Flipboard), 컨택추얼리(Contactually)와 같이 미리 만들어진 논리에 따라 필터링하는 방식이 있다.

어떠한 방식이던지 정보의 홍수에서 정제되고 개인에게 꼭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큐레이션 해줄 수 있는 기술의 발전은 정보 과잉에 따른 귀차니즘을 허물고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주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큐레이션 서비스 자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 또한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심층 인터뷰 대상자들에 따르면, 좋은 큐레이션 서비스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위해 찾아 나서는 것 또한 귀찮은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고객들을 공략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소비자들의 일상생활 접점에서 ‘서서히 스며들기’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베타버전이 출시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Cortana)는 주목할 만하다. 코타나는 기존의 단순 음성 비서 역할을 넘어서 초기 설정을 통해 건강, 스포츠, 기술, 헤드라인 뉴스 등 다양한 카테고리 중 사용자의 취향과 흥미 분야를 파악한 뒤, 사용자의 스마트폰 센서를 이용한 위치 정보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위치한 물리적 장소, 상황에 맞게 유용한 정보를 주는 서비스다.

코타나는 이를 위해 제3자(3rd party)가 맞춤화(customize)할 수 있도록 개발 도구(SDK)를 개방하고 있으며, 현재 플릭스터(Flixster), 훌루(Hulu), 트위터(Twitter), 페이스북(Facebook), 스카이프(Skype) 등이 코타나를 이용하고 있다. 이러한 식으로 코타나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기존의 서비스에게 접근하여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 어려움, 사용 장벽

40대 이하에서도 약 23%의 무시할 수 없는 숫자의 응답자가 스마트폰은 여전히 어렵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시니어층처럼 아예 사용할 줄 모른다고 응답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 복잡해 활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2013년 시장 조사 기관인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가 실시한 스마트폰 이용 현황 비교 조사에서도(20대와 50대 500명씩 총 1,000명 대상) 20대는 20%가, 50대는 절반(50%)이 스마트폰이 이용하기 어렵고 복잡하다고 응답했다.

아무리 스마트폰이 PC와 노트북 같은 예전 제품들에 비해 직관적이고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개선됐다고 해도, 아직도 많은 이용자들에게는(특히 Late majority, laggard 성향의 이용자들에게는) 스마트폰이 여전히 어려운 수학 문제 같은, 쓸데없이 피로도를 높이는 존재인 것이다. 또한, 동일한 조사에서 디지털 변화 속도 질문에 대해서도 20대는 30%가, 50대는 62%가 쫓아가기 힘들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전 연령층의 기술 초보자들(tech novice)을 위해서 기업들은 먼저 다양한 고객층을 위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 User Interface)를 구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심층 인터뷰 중에도 자신을 기계치라고 표현한 이들의 대부분이 기술, 기능을 가리키는 용어 자체에서부터 이미 심한 피로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그래도 영어 울렁증이 있는 고객들에게 와이파이, NFC, 블루투스, 푸쉬 서비스 등의 이름은 실제 어디에 쓰는 기술, 기능인지 전혀 연관도 되지 않을뿐더러, 사용법 설명 중에도 쉴 새 없이 나오는 스와이프, 스크롤, 앱, 아이콘, 위젯과 같은 말들은 외계어로 설명을 듣는 기분이 들게 할 뿐이다.

최근에는 ‘스마트 UI’라는 개념까지 등장하면서 고객의 편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혁신 UI 개발을 위한 경쟁이 다양한 양상으로 점차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미 음성, 손짓 등 제스처, 시선, 심지어 뇌파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낼 수 있는 모든 입력 수단을 총동원해 가장 편리하고 정확한 UI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마치 사람인양 스마트폰을 향해 원하는 기능을 말하고, 스마트폰을 앞에 두고 손짓을 하는 것은 아직 사용 장벽에 막혀 있는 고객들에게 편리함을 주기보다는 쑥스러움과 또 다른 번거로움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한편, 일본의 교세라는 거창하게 큰 기술은 아닐지라도, 현재 스마트폰의 UI에 낯설어하는 시니어층을 위한 스마트폰 URBANO를 작년 6월 출시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스마트폰의 숙련도에 따라 3종류의 메뉴를 선택할 수 있게 해 피처폰에 익숙한 초보자들은 피처폰과 비슷한 방식의 메뉴를 통해 단계적으로 스마트폰 적응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터치로 인한 오작동을 막아주는 기능도 탑재했다. 후지츠의 라쿠라쿠2의 경우에도 시니어층을 타깃으로 전용 콜센터에 무료로 연결하는 원터치 메뉴를 추가하는 등 사용법이 간단한 스마트폰을 출시해 히트를 기록한 바 있다.

이 스마트폰은 특히 시니어층을 타깃으로 했음에도 다른 고기능 스마트폰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지 않도록 구성했는데, 이는 시니어층이 고기능 사용을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다만 사용이 불편해 사용하지 않았던 사실을 간파한 것이라 할 수 있다.

GS샵의 인터넷쇼핑몰 오아후(‘오십대부터 시작하는 아름답고 후회 없는 삶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쇼핑몰’의 줄임말)는 14폰트 이상의 큰 글씨와 GS샵 대비 1.8배 더 큰 상품 이미지를 배치하고, 전용 무료 전화를 통해 전문 상담원의 원격 제어 도움을 받으며, 편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액티브 시니어를 위한 UX(User Experience)로 이들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더 나아가 디지털 튜터링은 사용의 어려움을 더 극심하게 느끼는 디지털 생초보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기술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포그(David Pogue)는 TED 강연에서 “인간이 하는 활동 대부분은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있지만 유독 디지털 관련 기술은 ‘사람들한테 컴퓨터를 건네주고 둥지 밖으로 차버리는’ 네가 알아서 배우라는 식”이라며 디지털 기기의 기본 사용법 교육이 부재한 현재의 상황을 꼬집었다.

실제 남녀노소 불문하고 대부분의 국민이 스마트폰을 쓰고 있지만 어떻게 이것을 잘 사용할 수 있을지 알려주는 곳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일본 NTT도코모의 경우 전국의 모든 매장에서 고령자를 대상으로 스마트폰의 작동과 기능을 소개하는 전화 교실을 꾸준히 열고 있는데 2012년에만 약 75만 명이 참가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모름, 가치 장벽

앞서 살펴본 관습 장벽은 그 가치를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사용하지 않는 것인데 반해, 가치 장벽은 제대로 된 가치를 모르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73%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른다고 대답한 큐레이션(curation) 서비스의 경우, 심층 인터뷰 대상자에게 큐레이션이 어떤 서비스이며 어떤 가치를 전달해줄 수 있는지 설명해주자 30대 이하 대상자는 전원이 이 서비스를 찾아 시도해 보겠다고 대답했으며, 40대 이상의 인터뷰 대상자의 경우에도 대다수가 사용법이 용이하다면 서비스를 원한다고 응답했다.

새로운 앱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40대 이하 응답자의 47%가 ‘크게 더 좋은 앱이 없다고 생각해서’라고 대답했다. 획기적인 앱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용자들도 이제는 예전만큼의 호기심이 많이 줄어든 듯 하다. 그렇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 소비자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홍보 수단은 SNS나 블로그 등을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이다. 온라인 구전(Word of Mouth)을 통한 마케팅은 실제 많은 성공담을 낳았고, 그 효과가 인정되자 IT업체들은 온라인상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는 오피니언 리더를 공략하는데 많은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이들에게 알리는 효과로서는 유용할지 몰라도 애초부터 이러한 디지털 환경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Digital non-user를 유인하기에는 역부족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Digital non-user까지 고객의 pool을 넓히기 위해서는 이들의 일상생활 안에서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야 한다. 대표적인 SNS 중 하나인 트위터(twitter)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 배경에도 이러한 방식이 작용했다. 입소문을 통해 트위터 서비스가 확산되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전 세계인을 상대로 가입자 수를 늘리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아이티 지진 사건부터다.

전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던 아이티 참사와 관련한 트위터 포스트는 약 150,000개로 트위터는 당시 현장에 있던 유저들을 통해 그 어떤 매체보다 빠르고 정확한 실시간 정보를 제공했다.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특파원의 역할을 감당하는 많은 유저들로 인해 기존 매체들이 특종거리를 계속 빼앗기자 나중에는 기존의 주요 언론 매체들도 트위터를 통해 밝혀진 여러 소식들을 인용해 보도하기 시작했고, 이는 소셜서비스에 이전에는 관심이 없던 고객층에게 그 존재와 가치를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고객의 일상 속으로 다가가기’라는 측면에서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를 활용한 온오프라인 연계 활동도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이 방식은 디지털 제품이나 서비스가 써보기 전에는 가치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란 공공장소에서 문자와 영상 등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광고판을 의미하는 것으로 모션인식이나 NFC를 이용해 사용자와 쌍방향으로 교감하는 형태까지 이미 발전돼 있다. 대표적으로는 포털 업체 다음이 지하철에 설치한 디지털뷰, 강남역의 미디어폴이 여기에 속한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고객들이 신제품(서비스나 앱, 기술 포함)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으며, 일반 소비자들에게 접근성이 높아 그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 사이니지는 공동 마케팅 등을 통해 기존의 오프라인 마케팅에 비해 낮은 비용으로 고객에 다가갈 수도 있어 스타트업 IT기업들에게 적합성이 높다. 예컨대, NTT도코모 매장에서는 디지털 사이니지를 대형 스마트폰의 형태로 제작해 추천 앱 응용 프로그램을 고객이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에는 관심이 없던 고객들의 흥미를 유발시켰음은 물론, 스타트업을 포함한 앱 개발사는 통신사의 공동 마케팅으로 큰 부담 없이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할 수 있었다 .

◇ 두려움, 위험 장벽

50대 이상에게 사용 장벽 다음으로 많이 언급된 장벽은 위험 장벽이었다. 아무래도 시니어층은 인터넷과 디지털 환경의 혜택을 받으며 자란 젊은 세대와는 다르게 단시간에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급속한 변화와 시행착오를 겪어 디지털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것이다.

가령 PC의 임시 저장소에 자동 저장된 문서를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지 않아서 장시간 노력한 문서 파일을 날려버린 경험이나,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다운받았는데 악성 바이러스가 같이 다운돼 컴퓨터가 불능 상태가 돼버린 경험, 디지털 TV로 교체한 뒤 TV와 셋톱박스의 개별 컨트롤이 헛갈려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해 아이들에게 면박 당했던 경험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과거의 좋지 않았던 기억 때문에 새로운 디지털 기기나 서비스는 사용해보기도 전에 위험하다고 본능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 더군다나 악성 코드를 포함한 안드로이드용 앱이 작년 9월에 이미 백만 개를 넘어선 상황에서 이들이 자발적으로 새로운 앱을 시도해보기 원하는 것은 무리한 기대일 수도 있다.

이렇게 위험 장벽에 막혀있는 디지털 이주민(digital immigrant)을 위해서는 좀 더 세심한 서비스가 요구된다. 단순히 사용법을 가르쳐주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속적으로 일대일 관리를 해줌으로써 이들의 막연한 두려움을 거두어 주고 디지털에 대한 믿음을 불어 넣어줄 수 있는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

가령 서비스 센터에서 혹은 원격으로 정기적인 스마트폰 앱 정리와 백업을 해주고 개인의 취향에 맞게 화면 구성을 해준다거나, 악성 코드와 사용도가 떨어지는 불필요한 기능들을 삭제해 주고, 또 로밍이나 과다 데이터 사용 등으로 요금 폭탄을 맞기 전에 어려운 말로 문자를 보내기 보다는 직접 전화로 연락해 상황을 설명해주고, 필요하다면 원격으로 제어해주는 식의 토털 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신생 인터넷 기업들과 스마트폰 앱 개발자들 사이에서 지배적 사업 모델로 자리매김한 프리미엄(Freemium) 사업 모델은 킹소프트(Kingsoft Office), 드롭박스(Dropbox), 링크드인(Linked-in), 스포티파이(Spotify) 등을 지금과 같은 위치로 성장하게 만들었으며, 여전히 앱 시장에서 가장 큰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는 형태이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앱들이 무료로 먼저 배포하고 앱 내부 결제(IAP:In-App Purchase)로 기능을 풀어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고, 많은 서비스들이 소비자들에게 가치를 먼저 깨우쳐주기 전에 실망감과 피로감을 더해주자 새로운 서비스에 아예 마음의 문을 닫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앱 내부 결제 이슈는 특히 판단력이 떨어지고 충동 결제를 참지 못하는 아이들 때문에 먼저 크게 이슈가 된 바 있었다. 아이들이 부모의 신용 카드 정보가 들어있는 스마트폰으로 무단 결제를 하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사회적으로 부각되자 미국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아동 온라인 개인정보 보호법(COPPA)’을 통해 어린이용으로 분류된 앱에 앱 내부 결제를 넣는 것을 금지했고 앱 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에서는 이를 따르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프리미엄이 단순히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앱의 진짜 가격에 대한 혼란을 가중시키는 등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업체들은 프리미엄 및 인앱(In-App) 광고 비즈니스 모델이 장점만큼이나 커다란 단점을 가지고 있음을 인지해 고객들이 불쾌감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어떻게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내 한 모바일 게임 업체는 같은 광고도 광고가 내려왔다 사라지는 형식으로 넣었더니 해외 유저들은 리뷰에 ‘광고’라는 단어조차 언급하지 않을 정도로 광고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유저들이 훨씬 적었다고 한다.

결국 ‘프리미엄 및 인앱 광고를 활용할 것인가, 안 할 것인가’라는 이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느끼는 불쾌감이 어느 정도인가’라는 것이다.

◇ ‘고객 관점’…평범한 진리

이제 주변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스마트폰은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됐다. 스마트폰 대세론의 확산과 함께 스마트폰을 활용한 부가서비스 및 앱 시장은 앞으로도 발전할 것이다. 닷컴버블이 연상될 정도로 많은 스타트업 앱개발자들이 새로운 앱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고, 기기 제조사들도 세계 최고 기술을 접목시킨 스마트폰, 스마트와치를 앞 다투어 내놓고 있다.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과연 이런 것이 필요한가’ 생각이 드는 많은 기능과 서비스들까지 지속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공급자들의 이러한 노력이 무색하게도, 미셜 세르(Michel Serres)가 말하는 ‘엄지세대’들조차 여전히 스마트폰 이용에 있어 다양한 장애 요인에 부딪혀있다. 더욱 큰 편리함과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해 개발된 많은 최신 기술, 제품, 서비스로 인해 일부 고객은 오히려 더 큰 불편함과 피로함을 호소하며 새로운 디지털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의 활용률은 보급률이 늘어나는 가운데서도 정체되고 있고, 앱 시장도 게임 등 일부 섹터를 제외하고서는 침체되는 추세다.

고객들이 느끼는 이러한 불편함은 본격적 디지털 초연결시대의 확산을 저해하는 장벽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혁신의 역사가 늘 증명해왔듯이 고객의 불편함 속에는 언제나 사업의 기회 또한 존재한다. 둔화되고 있는 스마트폰의 보급률이나 특정 앱과 서비스로의 집중화, 고착화를 보면서 더 이상 할 만한 것이 없다고 단정 짓기보다는, 스마트폰 사용을 통해 고객이 느끼는 불편함, 거부감은 없는지 세세하게 살펴봐야 한다.

기기의 보급률이 캐즘을 넘어 대중화에 성공한 것만큼 동반되는 기술에 대한 적응, 체화(體化) 정도 또한 캐즘을 넘어섰는지도 분석해 봐야 한다. 고객의 불편함(Pain point)을 찾아내어 해소시키고자 노력하는 것은 스마트폰과 같은 ‘Next Big Hit’에 대한 단초를 제공해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단기적으로도 레드오션화 돼가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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