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철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

금년은 민선 지방자치 20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시간 지방자치가 가져다 준 공과는 다양한 측면에서 논의될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성과는 지방자치가 알게 모르게 주민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하여 왔다는 것이다.

굳이 민주적 가치의 함양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더라도 주민의 참여로 만들어내는 생활자치라는 표현이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그 결과 지난 20년의 자치가 제도중심의 지방자치였다면 향후의 지방자치는 생활자치 중심으로 그 패러다임이 변화돼야 함이 폭넓게 제기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방자치의 성과는 다양한 기준에 의하여 평가될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크게 정치적 측면, 행정적 측면, 경제적 측면에서 개략적으로 살펴본다.

지방자치 20년의 성과

첫째, 정치적 측면에서의 성과로 주민참여 증대를 통한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해 왔다. 구체적인 예로 단체장 및 지방의원에 대한 선거참여의 경우 90년대말까지 저하 추세를 보였으나 2000년이후 점진적인 증가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주민투표·소환·감사·소송·조례청구 등 다양한 직접참여제가 도입·활용됨으로써 지방자치단체 통합, 방폐장 문제 등과 같은 다양한 지역사회내 주요 이슈가 주민투표로 해결되고 보육·급식 등 주민의 관심분야가 조례제정청구 등을 통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외에도 행정정보공개와 국민제안, 지방옴부즈만제도, 지역공동체 활성화 사업 등 다양한 통로를 통한 지역에 대한 주민의 관심과 참여를 확대시키는데 기여해 왔다.

둘째, 행정적 측면에서의 성과로 기존 중앙주도의 행정운영에서 지방의 권한 확대를 위하여 기능이양과 자율적 운영의 폭을 확대시켜 왔다. ‘지방분권촉진특별법’ 제정(2004년) 등 중앙권한의 지방이양 추진을 위한 지속적 노력을 통해 국가사무 3000여건 이상의 지방이양이 확정돼 지방의 역할과 권한범위를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

또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지방자치단체의 기구·정원 책정 관련 각종 승인제도 14개가 폐지됐고 2014년에는 기준인건비제가 도입되는 등 지속적인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조직권 확대를 통해 지방조직관리에 있어 자율성이 증대해 왔다.

이와 함께 지방소비세의 도입, 지방채의 개별승인제 폐지 및 지방재정조정제도 등으로 지방재정의 자율성 및 건전성이 제고되고 복식부기회계제도 및 사업예산제도와 주민참여예산제도의 도입 등은 재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데 기여했다.

셋째, 경제적 및 생활 측면에서의 성과로 지역사회 발전 및 주민 삶의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 지방자치의 민주주의 가치의 실현이라는 정치적 영역에서의 성과 뿐만 아니라 지역발전에 대한 경쟁적인 분위기의 조성, 지역별 특색있는 발전전략의 모색을 통해 소득·고용률 등 전반적인 지역경제지표가 개선됐다.

일례로 1인당 GRDP를 보면 1995년 930만원이었던 것이 2014년 3560만원으로 증가했고 고용률 역시 1995년 43% 수준에서 2014년 50% 수준으로 증가했다. 지역사회의 고유자원의 활용노력으로는 지리적 표시제(2000년 이후 총 152건), 향토핵심자원 사업화(2010년 이후 총 5만 6182건) 등이 추진되고 있으며 중앙주도의 지역산업 육성에서 탈피해 지역발전특별회계 도입(2004), 지역산업진흥계획 수립(2010년) 등이 이루어 진 것 또한 지역의 특색있는 발전에 기여한 부분이다.

나아가 복지·문화·교육·환경 등 지역사회내 주민생활과 직접적 관련을 가지는 제 부문에서도 양적·질적 측면 모두에서 주민서비스의 개선이 이루어져 왔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방자치의 과제와 패러다임의 변화

민선 지방자치 20년은 풀뿌리 민주주의의 신장, 지방행정의 역량강화, 특색있는 지역발전과 주민생활 개선 등 다양한 성과를 창출해 왔지만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 또한 없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민주주의의 제고에도 불구하고 주민의 대표인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등의 빈번한 비리·부패는 지방자치에 대한 신뢰도 저하의 원인이 됐고 지방자치의 주요 관심영역이 주민보다 제도·권한배분에 집중함으로써 주민자치요소가 부족했다는 점, 그리고 제도자치에 중점이 두어져 왔지만 여전히 획일적 자치·분권으로 인한 문제점 등을 안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앞으로 지방자치가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이러한 지방자치 본연의 문제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지역사회를 둘러싼 제반 환경변화, 구체적으로 저출산·고령화, 생산인구 감소 등과 같은 인구적 문제, 도시밀집과 농촌과소의 공간적 문제, 장기적 저성장 기조의 경제적 문제, IT 발전에 의한 참여형태의 변화문제 등은 지난 20년과는 다른 지방자치의 모습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시점에서 앞서 모두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지난 20년에 기반한 미래 지방자치의 방향이 기존의 단체와 제도 중심의 지방자치에서 주민중심의 생활자치로 패러다임의 변화에 두어져야 함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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