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유권해석업무 통해 불필요한 비용 절감 자부심

▲ 권혁재 조달청 규제개혁법무담당관.

자유, 평등의 시대정신을 분출시킨 프랑스 대혁명이후 집대성된 ‘프랑스 민법전’, 소위 나폴레옹법전은 ‘세계 3대 법전’의 하나로 분류된다. 이 법전은 간결하면서도 격조 높은 문체로 정평이 나 있어 당시 대문호 스탕달이 하루도 빠짐없이 읽었다고 한다.

나폴레옹은 1804년 이 법전을 만들면서 다른 해석이 나올 여지가 없는 법을 만들려고 부단히 노력했다고 한다. 하지만 민법전이 발간된 바로 그날 법 조문의 해석을 놓고 이견이 제기되었다고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완벽한 법을 만드는 것의 어려움과 법에 대한 해석, 유권해석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일화다. 세상에 완벽한 법은 있을 수 없다. 법의 집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예상하여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가계약법도 마찬가지다. 국가계약법은 국가기관의 물품구매, 용역, 시설공사에 대한 계약절차를 정한 법으로,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계약관계법인 지방계약법과 공기업·준 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의 근간이 되었다. 이러한 법에 의해 매년 100조원 대의 공공조달 계약이 이루어지고 있어 각 기관 계약담당자와 조달기업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된다. 공공조달의 계약업무 추진과정에서 드러나는 분쟁은 주로 법령에는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법 제정 취지에 맞춘 유권해석을 통해 처리되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조달청이 지난 2003년부터 수행하고 있는 국가계약법령에 대한 유권해석 업무가 폭주하고 있다.

한 예를 들어보자. 최근에 한 하도급 업체로부터 유권해석 의뢰가 있었다. 하도급 공사를 진행 중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는데 세륜기를 철거 후 회수하려 하였으나 원도급사에서는 기성금을 지급하여 국가의 자산임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세륜기 소유권에 대한 유권해석 문제였다. 그동안 유권해석을 통해 정립된 결론은 ‘환경보전비나 안전관리비 등의 공사비용으로 사용료를 지급하는 장비에 대하여는 발주기관이 그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하도급 업체는 세단기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달청에는 이러한 조달업체와 공공기관 계약담당자들의 문의가 매일 60~80여건씩 접수되고 있다. 질의건수는 지난 2014년 1만 6000건으로 지난 2003년 4000건 대비 4배 이상 늘었으며, 질의내용도 갈수록 전문적이고 복잡해지고 있다. 조달청은 조달업체 등의 유권해석 질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20년 이상 계약업무를 담당하여 경험이 풍부한 전문위원들로 구성된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있으며, 법적 해석이 필요한 경우 변호사들의 검토를 거쳐 평균 2일 이내에 답변하고 있다. 이 결과 조달청은 지난해 국민권익위가 선정한 민원처리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가계약법령에 대한 충실한 유권해석을 통해 여러가지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선, 공공조달계약의 공정성을 향상 시킬 수 있다. 공공조달계약은 국가기관과 조달업체가 상호 동등한 입장에서 맺은 사적인 계약이다. 하지만 발주기관은 법령에서 설계변경 및 계약금액조정 등을 보장하고 있음에도 갑의 입장에서 내부지침 등을 근거로 이를 어기는 사례가 간혹 있다. 이를 개선함으로써 조달계약의 공정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조달관련 법적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조달계약은 계약당사자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분야다. 발주기관은 부족한 예산의 절감을 모색하게 되고, 조달업체는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면밀한 유권해석은 소송 등 법적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가계약법령의 지속적인 보완 기능을 들 수 있다. 조달청은 유권해석과정에서 발견되는 법령상 미비점을, 법령 제정권한을 갖고 있는 기획재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행 법령을 보완함과 동시에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국가계약법령을 마련해 가고 있다.

조달청의 일관성 있는 유권해석은 발주기관을 움직이고 있다. 일부 기관은 공공연하게 법령에 위반하여 운영하던 내부지침을 개선하기도 했고, 계약담당자들도 그동안 관행적으로 행해왔던 재량권의 확대행사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공공계약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안에 대해 가급적 모든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유권해석을 내리는 것은 중요하다. 이는 계약현장에서 벌어지는 불공정한 행위를 바로 잡고, 분쟁의 소지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달청의 유권해석업무를 통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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