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성환 한국금융연구원장.
정부는 2014년 2월에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한 이후 공공·교육·노동·금융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금융개혁을 추진해 왔다. 금융개혁은 국내 금융산업이 본연의 역할인 실물경제 지원기능을 회복하는 한편, 경쟁과 혁신을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개발함으로써 금융산업 자체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되었다.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금융개혁을 추진함에 따라 2015년에 계좌이동제가 시행되었고 2016년에는 23년 만에 인터넷전문은행의 형태로 새로운 은행이 출범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가 있었다. 아울러 크라우드펀딩, 간편결제, 모바일카드, 비대면 실명확인 등 핀테크 활성화에 따른 다양한 서비스의 출현으로 지급결제, 송금, 자산관리 등 여러 금융거래 영역에서 금융소비자들의 편익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적극적인 규제 완화와 경쟁력 향상을 위한 각종 제도 개선 등에 힘입어 금융회사의 자율성도 제고될 전망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금융개혁의 효과는 금융회사가 경쟁적 시장 환경에서 자율적으로 책임경영을 할 수 있는 금융 생태계가 조성될 때 더욱 극대화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첫째, 그동안 금융개혁 추진과정에서 발표했던 정책들을 치밀하면서도 일관성 있게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악마는 사소한 곳에 있다 (devil is in the details)’는 말처럼 금융정책의 성패는 세부사항에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총론적으로만 개혁정책에 접근했다가는 예기치 못한 부작용으로 인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기 쉽다는 점을 특히 유념해야 한다. 즉 금융개혁 추진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작은 문제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함으로써 개혁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이 없어야 한다.

둘째, 금융정책의 틀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공급자 중심의 금융정책을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예가 국내 금융산업에 만연하여 사용되는 ‘과당경쟁억제’이라는 용어인데, 아마도 세계 어느 국가, 어느 산업을 보더라도 공급자 간의 경쟁을 정부가 억제시키는 예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향후 금융정책은 수요자에게 최대한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경쟁촉진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업권별 이해관계가 얽혀 해법도출이 어려워 보이는 문제도 수요자 관점에서 조망하고 판단할 경우 해결의 실마리가 쉽게 찾아질 수 있다. 수요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면 우선 시행할 수 있는 방법부터 찾아보고 이에 부수되는 문제는 적절한 해결책을 찾아 대응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며, 수반되는 수차적인 문제가 수요자 중심의 금융정책 시행 자체를 억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셋째, 정부는 성과주의 확산에도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2014년)에 따르면 금융산업의 호봉제 도입 비율은 91.8%로써 전체산업의 60.2%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저수익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금융회사의 현실을 감안할 때 이러한 연공형 호봉제의 지속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금융회사의 성과주의가 성공적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진부터 성과주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융회사 스스로 변화하고 혁신하지 않는다면 금융개혁은 소기의 성과를 내기 어렵다. 금융회사는 금융규제 완화로 확보된 자율성에 기반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도모하고 금융서비스를 차별화함으로써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경쟁력을 제고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앞으로 저금리 및 저성장 기조가 유지되는 한편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산업간 융합으로 금융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큰 변화를 맞고 있는 만큼 기존과 같은 천편일률적인 금융서비스로는 더 이상 생존이 어렵다는 점을 각 금융회사는 깊이 유념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금융회사 경영진은 단순한 관리자가 아니라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가로서 금융회사의 미래 나아갈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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