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급감…운영학교 숫자는 정체, 인건비·운영비조차 ‘반토막’

[검경일보 윤순재 기자] 교과별 특성에 맞는 창의적 교실환경 구축을 통해 학생의 진로와 적성을 고려한 다양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는 취지로 2009년 시범운영이 도입되고, 2011년부터 전면 확대를 추진해온 교과교실제가 예산확보 등의 어려움을 겪으며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오영훈 의원(제주시을, 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교과교실제 지원 예산은 2012년 2,685억원이 투자되며, 적극 확대되기도 했으나 2016년에는 572억원에 그치며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2011년 교과교실제 전면확대 계획을 밝히며, 2014년까지 전체 5,383개 중·고등학교 중 6학급 이하 소규모학교를 제외한 90%에 해당하는 학교에 전면적으로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2012년에는 목표치를 80%에 해당하는 4,345개로 변경했다. 하지만 2016년 현재 교과교실제를 운영하는 학교는 크게 늘지 않아 2,795개에 그치고 있다.

교과교실제를 운영하는 학교가 늘어나지 않은 이유는 교과교실제와 관련한 예산 지원이 크게 줄어든 탓으로 보인다. 전면확대 계획을 발표한 2011년 38억 5천2백만원에 달했던 교육부의 특별교부금 지원액은 2015년에는 5천 4백 만원까지 줄어들었으며, 보통교부금에 산정하여 교육청에서 자체적으로 편성하는 교과교실제 지원 예산은 2012년 2,655억 가까이 편성되기도 했지만 2016년에는 571억원으로 큰 폭으로 줄었다.

예산부족으로 교과교실제 운영 학교수가 늘지 않다보니 시설구축비는 2012년 최고 1,143억원 에서 급감해 2016년 45억여원으로 줄어들었다. 더욱 큰 문제는 운영학교수가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비까지 1,128억원에서 499억원 정도로 큰 폭으로 감소된 것으로 나타나 교과교실제가 상당수 학교에서 원활하게 운영되지 않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2,795개 학교에서 교과교실제를 운영하는 올해 인건비 및 운영비는 2011년 1,645개 학교에서 교과 교실제를 운영할 때 지원된 684억원보다도 훨씬 적다.

한편, 교과교실제를 운영하는 2,795개 중·고등학교 중에서 254개 학교를 무작위 선정하여 운영실태 자료를 살펴봤다.(선진형 120교, 교과중점형 134교) 교과교실제와 관련하여 학교별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예산은 2014년 평균 172만 5천원에서 2015년에는 122만 1천원으로 줄어들었다. 교육청에서 학교에 지원하는 예산도 2014년 평균 5,143만원에서 2015년 3,127만 1천원으로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산의 경우 선정된 11개 중·고등학교 중에서 자체적으로 교과교실제 관련 예산을 지원하는 학교는 한 곳도 없었으며, 세종시 경우도 한 곳도 없었다. 대전, 울산, 대전, 전남에서만 자체 지원 금액이 늘었을 뿐 전반적으로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예산을 줄어드는 추세로 나타났다.

광주의 경우 선정된 15개 학교에 대해 2014년 평균 5,171만 7천원이 지원됐지만 2015년에는 한 푼도 지원되지 않았다. 경기, 강원, 충남을 제외하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금액이 줄어들고 있었다. 서울의 경우 2014년 교육청의 교과교실제 지원액 평균 5,109만원에서 3,091만 4천원으로 줄었으며, 부산의 3,910만 9천원에서 1,953만 7천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교과교실제에 대해 많은 예산을 투자해오던 경북도 교육청 지원액이 반절 이하로 줄었으며, 전남과 제주, 인천도 절반 가까이 교육청의 교과교실제제 예산이 줄었다. 교육청 지원 예산이 아예 없는 경우도 2014년에는 31개교, 2015년에는 37개교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교육부는 교과교실제의 목적으로 “교과별 교사연구실을 활용하여 교사의 교과연구·협의 활성화를 유도하고 교수·학습 방법 다양화로 교육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있다고 추진계획을 통해 밝혔다. 하지만 254개 학교 중에서 교과협의회 예산이 아예 책정되지 않은 학교가 2014년 97개교, 2015년 98개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254개의 교과교실제 운영학교에서 교과협의회 예산은 2014년 153만 7천원에서 2015년 115만 2천원으로 25%나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교사연구실이 하나도 설치되지 않은 학교도 254개 학교중에서 2014년에 113개교, 2015년에 108개교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오영훈 의원은 “교과교실제를 당초 목표와는 달리 절반가량의 중·고등학교에만 설치해 운영하면서 차질을 빚기 시작했으며, 설치한 학교에서도 강사 인건비와 기자재 교체 등에 필요한 예산이 제대로 지원되지 못한 채 오히려 해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며, “지방교육재정으로 지속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 실질적으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 교육부와 교육청이 함께 면밀하게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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