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충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행복도시는 2007년 건설에 착수한 이래 세계적 도시로의 도약을 위해 끊임없이 진화해오고 있다. 도시 중앙을 녹지공간으로 비운 세계 최초의 환상형 도시구조, 40개에 달하는 중앙행정기관과 15개 국책연구 기관의 이전, 기존의 수익성을 우선한 도시 개발 방식에서 벗어난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도시특화 사업까지 거듭된 혁신의 결과 행복도시는 현재 인구 14만 6000명이 거주하는 전국에서 가장 젊고 출산율이 높은 도시, 전국에서 가장 만족도 높은 도시로 성장했다.

도시 건설 10년을 맞이한 지금도 행복도시의 변신은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다음 세대를 위한 친환경 저탄소도시, 첨단 대중교통 도시, 에너지자립형 스마트시티 조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그리고 이와 반드시 병행돼야 할 것이 있다. 미래 도시에서 살아갈 다음 세대의 일자리와 창업을 위한 기반 마련이다. 이를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미국과 이스라엘의 사례를 참고해볼 만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샌타크루즈까지 펼쳐진 첨단 기술산업단지 실리콘밸리에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 IT 산업의 중심 기업이 자리하고 있다. 스탠퍼드, UC버클리 등 주변에 포진한 31개 대학은 우수한 인재육성 및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갖추고 수많은 기업가를 양산하며 ‘엔지니어 사관학교’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이곳을 졸업한 학생들은 실리콘밸리 내 신생 벤처기업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을 스타트업 기업에 재투자한다. 대학이 인재를 수혈하고 기업은 투자를 되풀이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세계적 창업선진국으로 불리는 이스라엘, 그 중에서도 특히 텔아비브 지역은 해마다 수많은 신생기업이 스타트업하는 곳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 곳에는 창업 실패경험을 주제로 하는 국제 컨퍼런스 페일콘(FailCon)이 열릴 정도로 실패도 성공을 위한 사회적 자산으로 공유하는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졸업생의 50% 가량이 창업에 도전한다고 알려진 테크니온공대 학생들은 교내 마련된 창업센터와 20여개의 창업 관련 교과목을 통해 스타트업을 지원받으며 글로벌 기업이 밀집된 텔아비브에서 창업과 실패를 거쳐 무수한 벤처 성공신화를 만들어 간다.

두 가지 사례를 포함해 기술혁신과 창업을 통해 도시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는 세계적 도시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도시를 이끌어 갈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인재를 배출하는 대학이 도시 대표 성장동력으로 견고히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청년들도 기술창업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지금은 전 세계인의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이라는 블루 오션을 개척한 ‘스티브잡스’나, 시장점유율 70%로 세계 드론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DJI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왕타오’와 같은 인재로 키워낼 수는 없는 걸까?

다양한 젊은이가 모여들고 있는 행복도시는 이러한 인식 하에 전통적 대학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을 새로운 형태의 캠퍼스 모델을 정립해 나가고 있다. 대학과 대학 간 벽을 허물어 산학 협력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공동 캠퍼스, 소규모 단위입주를 희망하는 대학의 수요를 반영한 분교타운, 독립 캠퍼스 건립 희망 대학을 위한 개별 캠퍼스로 이뤄진 대학캠퍼스는 행복도시를 ‘혁신과 창업의 요람’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행복청은 현재까지 행복도시 대학캠퍼스에 참여의사를 밝힌 카이스트, 고려대 등 국내 7개 대학 뿐 아니라 아일랜드 트리니티대, 코크대, 미국 코넬대 등 해외 유수의 대학 및 연구소와 행복도시 캠퍼스 설립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올해에는 공동캠퍼스 설립을 위한 법제화 추진과 함께 국내외 대학에 대한 맞춤형 대학 설립도 지원할 계획이다.

캠퍼스 내 대학 입주가 가시화되면, IT·BT(정보통신기술·생명공학기술) 등 첨단산업과 국가정책 분야를 특성화하고 대학별 강점분야를 중심으로 공동 강의·연구를 활성화해 오송 생명과학단지에서 과학벨트를 거쳐 대덕 연구개발특구까지 범충청권을 아우르는 광역 산업벨트에 기업가 정신을 갖춘 창의인재를 공급함으로써 기술 사업화와 고용창출, 미래 신산업 발굴과 투자가 이어지는 선순환고리를 만들어 갈 것이다.

이러한 선순환 생태계는 더 많은 청년들을 도시로 끌어들일 것이며 행복도시는 수많은 청년들의 아이디어와 열정이 피어나는 젊은 도시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할 것이다. 의사출신의 KAIST 융합의과학 대학원생과 코넬대의 뇌과학 전문가, 그리고 DNA 분석 전문기업인 마크로젠의 연구원이 모여 인간 DNA의 신비를 풀고 알츠하이머를 치료할 신약제조의 길을 여는 도시가 실현되는 것이다.

급속히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젊은 도시로 평가받고 있는 행복도시의 미래는 무엇보다 교육에 있을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대한민국 도시건설 역사에 이정표를 만들어 온 행복청이 대한민국 미래를 이끌어 갈 창의인재를 담아낼 도시건설이라는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행복도시가 배출할 스티브잡스와 왕타오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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