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댄서 찰리(원윤경)강사가 만난 사람들 / 강주희 편

▲ 행복한 댄서 찰리(원윤경) 강사.
[검경일보 특별기고/ 행복한 댄서 찰리(원윤경) 강사] 천사가 내려와 춤을 춘다면 주희처럼 출 것이다.
가넷 쌤으로 더 알려진 차가운 인상,
표정 없는 얼굴을 가진 그녀지만 음악이 흐르고 춤을 추기 시작하면, 굳었던 표정은 활짝 목련처럼 피어난다.
춤추는 모습은 천사의 날갯짓 같아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사람은 감정을 말로, 글로, 소리로, 그림으로도 표현 한다.
또한 몸으로 표현 하는 춤,
주희도 몸짓으로써 감정을 '쓰다, 지우다'를 한다.

생일이 1월인 주희는 1월의 탄생석인 가넷을 좋아한다.

가넷은,
희생과 충절, 변하지 않은 마음과 진실을 상징하는 보석으로 성경에서 제사장 아론의 갑옷 흉패에 쓰인 열두 보석 중 첫 번째 줄에 장식된 붉은 보석으로 중세 유럽에서는 붉은 보석의 대명사로 불렸다.
특히, 건강을 지켜주고 성공을 얻는 힘이 있는 보석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가넷이 마귀와 병을 쫓고 죽음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돌로 알려지면서, 십자군 전쟁에 참여한 병사들이 가공된 작은 가넷을 몸에 지니는 경우도 있었다. 여행길에 가넷을 몸에 지니고 가면 위험을 물리치고 유행병을 피할 수 있다고도 믿었다.
생명을 잃더라도 변하지 않는 마음과 감출 수 없는 진실을 상징하는 보석이기도 하다.

희생과 노력, 변하지 않는 충절을 통해 성공과 권력으로 이끌어준다는 의미도 있어서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는 왕관을 비롯하여 권위를 상징하는 물품에 가넷을 장식하기도 했다는 가넷을 주희는 항상 목걸이로 걸고 다녔다.
그래서 그녀는 누구에게나 가넷 쌤으로 불리는 것을 좋아했다.

어느 날 찰리의 제자는 친구 가넷과 함께 만남의 장소에 나오게 되고, 여기서 가넷은 찰리를 만나게 된다.
이런 만남은 처음이지만, 댄스스포츠 대회장에서 몇 번 심사위원으로도 만났었고, 개인레슨 할 때도 가끔 스치므로 안면은 이미 익힌 상태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찰리는 자연스럽게 가넷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2016년 올해로 마흔.
전라남도 곡성지방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주희는, 부모님이 두 분 다 교통사고로 일찍 돌아가시고 고2가 되던 해 서울 이모네 집으로 옮겨져 어쩔 수없이 타향에서 살게 되었다.

졸업을 하고, 이모님 소개로 종로에 위치한 금을 수입해서 국내에 도매업 하는 사무실에 취직을 했다.
퇴근 후 시간이 많았던 그녀는 서울에 친구도 없고 해서 사무실 근처에 있던 댄스학원에 등록을 하고 퇴근하면 학원에서 춤을 배우고 연습을 하다가 문을 닫을 즈음 나와서 집으로 가곤했다.
그러다보니 외로웠던 서울 생활에 적응도 되어 더욱 춤의 열중하게 되었다.

춤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과 느낌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여주지 못하는 춤은 죽은 춤이다.
보여주는 춤을 추기 위해서는 오직 하나 연습 밖에 없다.
속성도 없고 다른 방법도 없고 오로지 연습 또 연습 밖에는 없다.
하다보면 희열이 오고 내가 나한테 반하게 된다.
다른 어떤 취미생활로도 대체가 안 된다고 춤꾼들은 말한다.

춤은 추는데 잘 늘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집중해서 하지 않았다는 증거이다.
대부분 처음에는 뭐가 뭔지 모르고 신나서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춤이 정체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그때야 말로 춤이 내 몸에 착 붙기 직전인 것을 깨닫고, 더 열심히 노력 하다보면 음악과 춤이 하나가되는 행복한 순간이 온다.

춤을 출 때에는 움직이는 동선을 보면서 추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과 충돌이 일어나서 넘어질 수도 있다.
춤이 좀 되는 것 같을 때 사실은 더 조심해야 한다.
특히 왈츠는 앞뒤 좌우 사람들과 회전 시 부딪혀서 넘어질 확률이 높은 춤이기 때문에 남자는 시야확보를 신경 써야 한다.
여자도 마찬가지로 시선을 놓지 말고 남자의 등 뒤 진행방향을 함께 봐 주어야 한다.

연습을 매일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은 처음에는 비슷하나 시간이 지날수록 하늘과 땅 차이가 난다. 춤을 가르치는 것은 선생의 몫이지만 몸에 익히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남자들은 특히 순서를 외우고 있지 않으면 발이 엉키는 경우가 종종 생기기 때문에 솔로로 본인의 순서를 몸에 익히는 연습을 많이 하는 게 도움이 된다.

회사 근무 15년, 춤도 15년, 이렇게 배우고 연습을 하다 보니 주희도 모르는 사이에 멋진 춤꾼이 되어 있었다.
바야흐로, 주희는 가넷 쌤이라는 닉네임으로 춤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세상 물정을 모르던 주희는 10살 연상의 파트너를 만나 같이 레슨과 시범도 다니며 학원도 운영하였다.
그렇게 열심히 레슨을 했지만, 사례비는 제대로 받아 본 적이 없고 파트너와헤어지려 해도 놔 주지 않고 여기저기 데리고 다녔다.

주희가 춤을 추는 모습은 별빛처럼 반짝이는 한 폭의 그림이 되었다.

이러한 주희가 20년 동안 춤을 추면서 뒤늦게 만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파트너와의 잘못된 만남의 5년은 악몽과 같았다고 이야기를 했다.
주희의 파트너였던 사람은 찰리도 잘 아는 사람이다.
돈 관계와 여자관계가 지저분하기로 소문이 나 있던 사람인데 그런 사람을 만나 고생을 얼마나 했을지는 안 봐도 짐작이 간다.

주희는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다행히 그 사람과 헤어졌다.
춤 잘 추고 인기 많은 주희는 누가 봐도 멋진 파트너 감이지만, 춤보다 사람을 먼저 보는 찰리에게는 걸맞지 않은 상대였다.
춤을 추다보면 춤은 몸으로 추는 것이지만, 파트너의 생각과 삶이 손을 통해 전해진다.
춤은 멋진데 춤을 추고나면 오히려 우울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찰리는 우울하거나 어두운 사람하고는 오랫동안 춤을 추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 우연히 그녀의 소식을 들었는데 파트너를 구하지 못하고 힘들어 하다가 춤 세계를 떠나 고향으로 내려갔다고 한다.
천사가 내려와 춤을 춘다면 주희처럼 곱게 출 것이다.
춤 세계에서는 참으로 아까운 사람을 잃어버린 느낌, 마음이 쓸쓸했다. 안타까웠다.

주희! 가넷 쌤.
어디에서 무얼 하든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댄스의 멋을 살려내는 삶을 살기를 바라며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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