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된 시간위로 위태롭게 매달린 기억들.
바람 한 점 없는 공중을 굶주린 구름이 낮게 날고,
기억을 잃어버린 개 한 마리 서성이다
풍덩 강물에 할 일 없이 몸을 던진다.

나는 어디 쯤 와 있는 걸까?
탄식마저도 부끄러움이 되는 시간.

억겁의 시간들이 게워 낸 구불구불 검푸른 강줄기,
떡 벌어진 어깨며 마디 굵은 권태,
이름 모를 세월의 위세 앞에
얌전히 다리 오므려 앉는다.

숨 죽여 흐르다 돌이 되고,
산이 되고 벼랑이 된 물길.
그 위로 이젠 알록달록 국적 불명의 이방인들이
줄을 지어 입장을 하고
무의미한 감탄과 탄식,
연이은 셔터 질로 섣부른 위로와 존경을 건넨다.

마흔 줄이라는 사공처자의 쓸쓸한 발길질 몇 번에
삼판 배는 시간을 내 달리고,
나이를 짐작 할 수 없는 등 굽은 산허리는
헐떡이며 내게로 온다.

너무 멀리 떠나온 시간을 안타까워하라 한다.
금방이라도 꺼져 내릴 것 같은
비좁은 동굴 아래로 몸을 숨겨 보지만,
황폐한 속내를 감출 수 없어 귓불까지 발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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