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랩, 서태수 창작 수필집 ‘조선낫에 벼린 수필’ 출간

[검경일보 최성수 기자] 흔히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라는 수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시조의 율격과 문학적 비유를 과감하게 도입한 수필집이 출간됐다.

북랩은 우리나라 고유의 정형시인 시조의 율격으로 글의 리듬을 살리고 해학과 풍자 등 문학적 비유를 더한 서태수의 창작 수필집 <조선낫에 벼린 수필>을 펴냈다.

이 책은 일상에서 소재를 취했지만 그 소재를 다루는 방식에서 다른 수필집과 차이를 보인다. ‘제재 윤색’, ‘제재 각색’, ‘제재 치환’이라는 범주에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지 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사전 계획 아래 수필을 쓰기 시작한다. 붓 가는 대로 쓰지 않고, 철저한 계산을 통해 단어와 문장을 배치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모든 글에 빠짐없이 적용했고 수필마다 ‘창작 노트’를 달아 독자들에게 그 창작 원리를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자레인지 앞에서’라는 글에서 작가는 전자레인지 안에서 돌아가는 회전판을 보며 ‘돌고 돌아가는 세상 원리’를 떠올린다. 잘못은 남 탓으로 돌리고 영광은 내 덕으로 돌리는 사람들을 풍자하고 한때 음지에서 성행했던 ‘발바닥 비비기’가 스포츠 댄스로 거듭난 ‘돌고 도는 인생살이’를 지적하는 것이다. 일상 소재에 비유를 더해 의미의 확장을 이끌어 낸 대목이다.

또 ‘강생이 어르기’라는 글에서는 손주를 강아지로 비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독자의 공감을 얻어내는 한편, 단어를 4음보의 시조 율격에 맞춰 배치함으로써 리듬감을 살렸다. 예컨대 “어허둥둥 내 강생이. 왼발 들고 오른발 들고, 고개 들고 꼬리 세우고.” 이런 식이다.

저자는 “흔히 수필이라 하면 ‘붓 가는 대로’ 쓰는 글로 아는데 이래서야 글 실력이 늘 수가 없다”며 “글을 밀도 있게 구성하고 비유와 풍자를 통해 글맛을 살리는 한편 글의 운율까지 살리려는 노력을 해야 좋은 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확고한 그의 수필관은 국어교사로 재직하며 오랫동안 수필을 집필한 경력에서 비롯됐다. 그는 수많은 글 중에서 자신의 글이 독자를 끌려면 ‘당근’을 제시해야 한다며 ‘순리의 강물에 이는 역동의 물결’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또한 그 ‘역동의 물결’은 위와 같은 노력을 하지 않으면 일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저자는 수필과 시조를 쓰는 작가로 시조의 율감을 수필에 원용한다. 국어교사로 재직하던 그는 2005년에 <문학도시>에서 수필 작가로 등단했고 그다음 해 <한국교육신문> 수필 부문에 당선됐다. 등단 이후 낙동강 서정 천착에만 매진하여 낙동강 연작 500여수를 창작했다. ‘부산수필문학상’, ‘낙동강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을 수상했고 부산수필문학협회장, 부산시조문학회장, 강서문인협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고교 국어교사 은퇴 후 부산 강서문화원에서 문학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부모는 대장장이’와 ‘논술의 논리’, ‘고교엘리트문학’(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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