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댄서 찰리(원윤경)가 만난 사람들 / 송민식 편

▲ 행복한 댄서 찰리(원윤경) 강사.
[검경일보 특별기고/ 행복한 댄서 찰리(원윤경) 강사] 송민식, 그는 고등학교 영어 선생으로서 학생들에게 꽤나 인기가 많다.
햇살이 유난히도 반짝이며 내리쬐던 한 여름, 민식은 친구 일섭의 결혼식이 끝나자 피로연 장소인 2층 레스토랑 입구에서 다른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벽에 기대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때 마침, 신부친구 현주가 먼저 문을 열고 나오다가 일섭의 발에 걸려 넘어지면서 그의 가슴에 폭 안기게 되는 민망한 상황이 벌어졌다.
현주가 ‘어머나‘ 외마디를 지르며 쑥스러워 붉어진 얼굴을 한 손으로 가리고 종종종 걸음으로 뛰어간다. 민식은 그녀의 짧은 주름 스커트가 살짝살짝 올라갈 때마다 하얀 허벅지를 내 보이는 뒷모습을 보며 넋이 나갔다.
오늘 이곳에서 나에게 행운이 오기를! 두 손을 움켜잡고 하늘을 향해 번쩍 올리며 환호성을 꿀꺽 삼킨다..

민식은 나이 스물여덟 살이 넘도록 연애 한번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열심히 동생들의 뒷바라지를 해 온 터였다.
신부의 부케를 받은 오목조목 예쁘게 생긴 얼굴, 하얀 피부의 현주와 인연이 되려는지 신랑, 신부가 민식과 현주를 불러 놓고 여러 친구들 사이에서 인사를 시킨다.
민식은 방금 전, 실수로 품 안에 안겼던 현주의 향긋한 체취가 물씬 풍겨오던 그 순간이 뇌리를 스쳐가자 그녀에게 악수를 청하며 손을 힘주어 잡는다.

민식은 신랑, 신부가 신혼여행을 떠나자 친구들과 헤어진 후, 그녀와 다시 만나 황홀한 밤을 지새우며 함께 보낸다.
술좌석을 털고 일어서니 벌써 새벽 2시를 가리킨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는 그녀를 몸도 못 가눌 정도로 취하게 만들었으니 부축하여 근처에 보이는 은신처로 향했다.

침대에 엉켜 붙은 두 몸이 격하게 흔들리며 소나기를 퍼 부듯 흔 건하게 흘린 땀과 뒤 번 벅이 된 그녀의 옅은 선혈 자욱이 수채화 진달래를 그리고 있었다.
침대시트를 바라보며 한살 아래인 현주가 흐느끼며 말을 한다.
민식 오빠 이거 봐! 이제 오빠 나 책임져.
민식은 그래도 상식적으로 남녀의 첫날밤의 역사를 여러 매개체를 통해서 봐 온 것이 있기에 잘 알고 있다.
분명, 현주는 첫 경험이 아니라는 것을.
삽입 시의 느낌과 그녀가 받아들이는 몸의 떨림이 다르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 차렸다.

갑자기 푸르른 창공에 먹구름이 몰려드는 하늘을 보는 것처럼,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허무함이 밀려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주의 미모와 몸매에 정신 줄을 놓은 그의 성욕은, 현주가 자세를 고치며 살며시 다시 안겨오자 또다시 활 활 활 불타올랐다.

그런 일이 잦은 이후, 속도위반하여 현주와 결혼을 했지만, 그녀의 짧은 학벌로 인해 대화가 되지 않자 서서히 아내 현주를 멀리하게 된다.

현주의 친정아버지는 일본 동경 유학시절에 만난 일본인 여학생과의 사이에서 딸을 낳았다.
엄마와 헤어지게 된 아버지는 한국으로 돌아와 재혼한다.
그녀는 두 의 붓 남동생을 낳은 새 엄마의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데다, 초등학교 졸업이란 학벌 때문에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성장한 조용한 성품의 아가씨였다.

현주는 신혼생활의 재미를 느낄 여유도 없이 그녀를 닮은 예쁜 딸을 낳았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한 딸은 약사로 제약회사에 취직을 하게 된다.
민식은 아내 현주에게 만족감을 얻지 못하자 ‘딸이 결혼만 하고나면 이혼 하리라’ 27년을 기회만 벼르며 살아왔다.

그런 던 어느 날 민식은 전화 한통을 받는다.
"안녕 하세요? 여기 M 방송국인데 이현주 씨 댁 맞지요?
이현주씨가 미시즈 코리아선발대회(Mrs korea world)에서 '선'에 당선 되셨습니다.
디너파티 시간에 왈츠를 보여 주셨는데 방송국 국장님이 보시더니 너무 아름다우시다며, 따님에게 좋은 중매자리가 있는데 ‘그 엄마에 그 딸 아니겠냐며,’ 좋은 집안의 남자를 소개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시간되시면 미리 약속을 주시고 자리를 한 번 만들어 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30대 중반의 상냥한 피디(PD) 아가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아내가 춤을 추었다. 그것도 왈츠를.
아내에게 관심이 전혀 없던 민식은 아내의 아름답게 춤추는 모습에 중매가 들어왔던 말든 ‘그래 한 번 가보기나 하자 가서 결혼만 성사 시키고 나면 그날로 이혼을 하리라’ 생각을 다시금 한다.

약속이 잡혔다. 북악스카이웨이의 한적한 위치에 있는 한정식 집. M국장 그리고 송민식 부부 그리고 신랑이 될 부모님과 명함을 서로 주고받으며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M국장으로부터 소개를 받는다.
남자 쪽에서는 딸 앞으로 ‘아파트 한 채와 자가용 한 대 그리고 집에서 놀면 심심할 것 같아 약국’을 차려 줄 테니, 자기 아들과 알 콩 달 콩 행복하게 잘 살아 주면 바랄게 없단다.

27년 동안 무식한 아내와 참고 살아온 선물인가?
하나밖에 없는 외동딸이 결혼을 하자, 민식은 이혼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딸아이가 덜컥 임신을 했단다. 그래 아기가 태어나면 그때 축하를 해 주고 이혼을 하자. 손 주가 태어난 날, 민식은 코가 자기를 닮은 갓난아이를 바라보며 너무 귀여워서 눈물을 흘린다.
내 딸의 자식 이란 말인가? 그래 예쁜 제 엄마 닮아 예쁘게 태어난 딸이, 엄마 덕분에 시집도 잘 가서 건강한 아이도 낳고 했는데, 그래! 이런 게 인생인데, 내가 그동안 무식하다고 구박하며 말도 안했던 아내 현주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의 눈물이 반성의 눈물이 되어 또 흘러 내렸다.
평생 이혼만 생각하고 기회만 봐왔던 민식은 아내와 앞으로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살고 싶은 생각에 아내가 춘다는 춤을 한번 배워보기로 결심 한다.

송민식은 찰리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 댄스 스포츠를 개인지도 받는다.
빵 만드는 사람이 행복해야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듯이, 춤추는 사람이 행복해야 춤이 아름답게 보입니다.
두 분이 행복하시니까 춤이 더 경쾌합니다.
춤을 추며 행복해 하는 송민식부부가 참으로 아름다웠다.
현재는 정년퇴임을 하고, 아내 덕분에 배운 댄스스포츠의 강사로 활동하면서 노후를 보람 있게 보내는 멋진 사람이 되었다.

어디에 계시든 두 분 오래 오래 행복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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