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겸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비교적 쉽고 신속하게 여론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여론조사가 널리 사용된다. 그런 만큼 오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민주사회에서 여론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그 중요도가 날로 커지고 있다.

일반 국민들이 잘 모르는 이슈에 관한 여론을 조사하는 데는 통상적인 여론조사 방법에 한계가 있다. 대답하는 사람들이 잘 모르거나 아니면 부분적으로 알고 있는 이슈에 대해 질문하는 경우 그 조사결과를 실제 여론으로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일반적으로 여론은 시민들이 해당 이슈에 대해 충분히 알고 여러 모로 심사숙고하며 토론 등을 통해 다각도로 검토한 다음에 형성되는 집단적 의견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일상적인 문제에 대한 여론조사 응답이 모두 이러한 여론을 나타낸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민들이 언론 등을 통해 그 이슈를 잘 알 수 있거나, 비교적 어렵지 않은 이슈일 때는 단순한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여론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새로운 이슈인 경우 또는 전문적인 내용을 포함한 이슈인 경우에는 일반인들이 정보를 잘 알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할 수 있고, 이러한 이슈에 대한 여론을 일반적인 여론조사를 통해 파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공론조사는 이러한 경우에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여론조사와 다르다. 공론조사는 응답자에게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또 생각할 기회를 주기 위해 소집단으로 토론을 하도록 한다. 즉 소위 공론화 과정을 거친 후 의견을 조사하는 것이다.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설령 이슈를 잘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전문가 설명을 들으면서 또 상호 토론을 하면서 충분히 숙고된 의견을 가질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조사된 결과는 통상적인 여론조사 결과보다 진정한 의미의 여론을 더 잘 보여줄 것이라고 사료된다. 공론조사 방법이 처음 제시된 1992년 이후 많은 나라에서 이 방법을 활용한 것도 이처럼 숙고된 여론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반 여론조사가 신뢰도에 대한 논란이 있듯이 공론조사도 수행방법에 따라 품질이 달라질 수 있다. 일반 여론조사에 있어서 낮은 응답률로 인한 신뢰도 저하가 최근 여론조사의 가장 중요한 문제다. 또한 조사방법에 따라 특정 집단이 응답에서 배제된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예로 유선전화로 조사를 실시할 경우 유선전화가 없거나 귀가가 늦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신뢰도가 낮아진다.

공론조사 역시 유사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공론조사의 핵심요소라 할 수 있는 공론화 과정을 제대로 가지려면 응답자들을 동시에 한 장소에 모야야 한다. 여론조사로서 어느 정도 대표성을 가지려면 응답자 수가 1천 명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1천명이상의 사람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참가할 수 있는 사람들만 모아서 조사를 하게 된다면 마치 유선전화조사가 응답자 수가 많아도 대표성이 없는 것과 같이 그 조사결과가 대표성을 갖기는 어렵다.

다른 문제점은 일반 시민들이 하루나 이틀 정도의 공론기간 동안에 해당 이슈를 충분히 이해하고 파악하였는지 여부이다. 충분한 이해 및 파악을 위해 공론화 기간을 길게 하면 제한된 사람만이 참가하게 되어서 대표성이 떨어지게 된다. 반면에 공론화 과정을 짧게 하면 참가자를 모으기는 쉬워지지만 공론화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할 수 있다. 이슈가 간단해서 한두 차례의 전문가 강연과 몇 차례의 토론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경우라면 좋겠지만 복잡하거나 어려운 이슈의 경우 제대로 된 공론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어렵다.

이런 이유로 공론조사에 대해 모두 원칙적으로 좋은 방법이라고 하지만 실제 자주 사용하는데는 한계도 있다. 또 과거 일부에서 공론조사를 원칙에 맞게 수행하기 보다는 공론화 과정을 짧게 하거나 참가자를 소규모로 하는 방안들이 사용되기도 했는데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런 경우 대표성이나 여론의 숙고성이 부족하게 된다. 이번에 실시하게 될 신고리 5·6호기 관련 공론조사는 이러한 점을 잘 감안해 진행돼야 할 것이다.

전문가 중에서는 공론조사를 사회적 의사결정의 기준이 아니라 참고사항으로 고려하자는 의견도 있다. 공론조사를 통해 여론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만 기존의 찬반 의견을 가졌던 사람들이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어떻게 의견이 달라지는지, 즉 여론의 방향성을 파악하기에는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여론조사와 함께 공론조사를 같이 살펴볼 경우 해당 이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여론이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결정에 반영할 여론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조사 방법에 따라 여론의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좋은 방법이라고 해서 언제나 정확한 여론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여론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시행의 세부 절차에서 대표성과 숙고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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