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명래 단국대학교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지난 8월 2일 새 정부는 두 번째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8·2대책을 내놓게 된 배경으로 정부는 크게 두 가지를 지적하고 있다. 하나는 그간의 세제 및 주택규제 완화로 인한 투기수요 증가고, 다른 하나는 재건축·재개발의 투기화에 따른 주택가격 앙등이다.

최근 부동산시장 과열 원인에 대한 이러한 진단은 대체로 옳다고 본다. 이를 토대로 해 8·2대책은 전국 40여 곳의 청약조정지역을 대상으로 하면서 일부(서울, 과천, 세종시 등)를 ‘투기과열지구’ 혹은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는 것과 함께 투기수요억제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크게 보면 네 가지 영역을 다루고 있다.

첫째는 청약 1순위자격 강화다. 청약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난 정부는 2014년 청약 1순위자격을 대폭 완화해 그 자리에서 76% 늘어 현재 국민 4명 중 1명이 1순위자다. 청약경쟁률이 늘 기록을 갱신하는 것은 로또 복권 당첨을 기다리는 1순위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둘째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부활이다. 보유세 완화에 이은 다주택자 중과 철폐로 주택의 소유 집중이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집거래에서 유주택자가 반을 차지하는 것은 이를 말해준다.

셋째는 재건축·재개발 투기의 유인거리가 된 조합원 지위양도, 분양권 전매, 분양가 자율화 등을 제한하는 것이다. 2017년 상반기 동안 조합원 분양권 전매는 전년 동기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 강남 재건축 집값이 지난 2년 동안 2배 폭증한 것은 2015년 분양가상한제 철폐와 무관치 않다.

넷째는 투기(과열)지역에 대해 LTV, DTI를 10~20% 포인트 낮춰 40%로 획일화해 투기로 흘러드는 돈줄을 죄는 것이다. 투기의 대명사가 된 갭투자는 세대의 가구원에까지 LTV·DTI 규제를 완화해준 결과다.

8·2대책은 이렇듯 투기적 (가)수요의 억제와 이를 통한 실수요 보호를 겨냥하지만 제시된 수단들은 별반 새로운 것들이 아니다. 경기진작을 위해 지난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풀었던 주택관련 대출·세제·금융 규제들을 완화이전으로 되돌리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투기과열지역 (재)지정, 청약1순위 자격강화, 다주택중과, 분양가 상한제, LTV·DTI 강화 등 다 그러하다. 뭔가 새로운 것을 내놓기보다 이완된 시장규제들을 하나하나 검토해 제자리로 돌려놓는 게 8·2대책의 특징인 셈이다. 물론, 과거 규제로 단순히 돌아가는 게 아니라 국민들을 부동산 중독으로 빠뜨린 까닭을 찾아 치유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8·2대책의 진정성은 ‘과거로 돌아가는 듯하면서, 규제의 정상화를 통한 미래의 투명한 시장질서를 여는 데 있다.

8·2대책에 대한 많은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노무현정부로 돌아가는 것에 불과하다’, ‘돌아가더라도 노무현정부의 실패를 반복할 것이다’, ‘시장을 이길 수 없다’, ‘다주택자 혹은 강남(부자)에 대한 분풀이식 규제다’, ‘수요억제 대신 공급을 더 늘려야 한다’, ‘거래 올스톱에 따른 시장경직화’, ‘선의 실수요자 피해가 더 크다’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비판들은 대개 ‘규제 강화’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하는 것이지만, 이는 시장 기득권자들의 변함없는 문제제기 방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제기가 올바르려면, 해체된 시장규제들을 그대로 둬도 되는 것인지, 그로 인한 시장불안은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먼저 진지하게 물어 봐야 한다.

최근 시장과열이 투기억제를 위한 규제 장치를 없앤 데서 비롯된 것이라면, 8·2대책의 규제강화란 기실 새 규제의 도입이 아니라 풀린 규제를 선별적으로 되돌리는 것일 뿐이다. 8·2대책은 규제의 정상화를 통해 투기수요를 억제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규제의 정상화가 시장의 정상화를 뜻하는 건 아니다. 투기가 사라지고 실수요자가 보호를 받는 시장다운 시장은 부동산을 돈과 산업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사라진 시장일 것이다. 이 점에서 8·2대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부동산의 패러다임 전환을 겨냥한 정책의 강구는 여전히 부재한 상태다. 이는 새 정부가 이제부터 본격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긴 호흡의 숙제다. 8·2대책은 이를 향한 첫 걸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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