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싶겠지만, 이미 국민은 하늘을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검경일보 강영택 회장] 자유한국당이 정기국회 보이콧을 철회하기로 했다. 한국당은 9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최고위원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최고위에서 국회 보이콧을 철회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원내외 투쟁을 병행할 방침이다.”고 입장을 전했다. 다만 보이콧 철회 여부 및 국회 복귀 시기는 11일 아침 의원총회를 열어 최종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작성한 이른바 ‘언론장악 문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기 위해 국회에 복귀하는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는데 궁색하기 짝이 없다.

앞서 한국당은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 영장이 발부되자 문재인 정부가 공영방송 장악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반발하며 지난 2일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하지만 보이콧 결정 하루 만인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실시하면서 ‘안보정당’을 자부해 온 한국당의 발걸음은 꼬이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5일에는 김 사장이 고용노동부에 자진출석해 조사를 받으면서 최초 보이콧 의미도 퇴색됐다.

실익도 없었다. 홍 대표는 보이콧 결정 후 ‘원외’ 대표임에도 의원총회에 빠짐없이 참석해 결속을 도모했지만, 당 내부에서는 보이콧에 대한 부정적 기류도 흘렀다. 원내교섭단체 연설도 참여하지 않게 되면서 제1야당으로서 정부의 대북정책, 언론정책을 국회 공식석상에서 비판할 기회도 잃게 됐다. 무엇보다도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에도 국회가 큰 무리 없이 돌아가는 점이다. 9월 정기국회가 본격 시작된 지난 4일 민주당은 국민의당, 바른정당과 함께 북핵규탄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과적으로 한국당만 소외된 꼴이다.

“MBC 사장의 거취가 북핵 위기보다 중요하냐?”는 여론의 따가운 눈총에 ‘얻는 것 없는 싸움만 지속한다’는 당 안팎의 부정적 기류가 커지면서 결국 자진 회군하게 됐다. 승리 없이 회군하는 한국당은 성과도 없이 명분도 잃었다. 한국당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거부 ▲북한 6차 핵실험에 대한 국회 차원의 규탄 결의안 채택 거부 ▲민생과 안보를 챙겨야 할 정기국회 거부 ▲오로지 김장겸 사장 지키기를 위한 명분 없는 보이콧에 시민, 언론, 심지어 같은 야당들조차 침을 뱉었다.

검경일보 강영택 회장

박근혜 정권 적폐세력들이 국정을 농단할 때 공영방송은 침묵하거나 동조했다. 그보다 앞선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에서도, 세월호 참사에서도 공영방송은 진실을 보도하지 않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기도 했다. ‘기레기’라는 국민적 비난에도 개의치 않는 뻔뻔함도 보여줬다. 국민들은 누가 공영방송을 정권의 통치수단으로 사용했는지 알고 있다. 한국당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싶겠지만, 이미 국민은 하늘을 보고 있다. 한국당은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해서는 안 된다. 한국당은 그간의 방송장악을 자성하고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것만이 용서를 받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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