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법, 위법 증거로 기소된 조세사건 피고인에 무죄 선고
[검경일보 류창열 부회장] 울산지방법원이 지난달 31일 세무조사 당시 만들어진 위법 증거를 토대로 기소된 조세범처벌법위반 사건의 피고인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부산지방국세청은 울산의 한 중견기업이 수취한 세금계산서에 기재된 20억원의 공급가액 중 9천만원 정도만 진정한 거래이고 나머지는 허위 거래라는 내용으로 고발했고, 이에 검찰은 관련 증거를 보강한 후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고발 내용에 부합하는 유일한 직접 증거인 거래명세표가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국세청 직원들의 지시 또는 권유로 만들어진 점을 밝혀내고 무죄를 선고했다.
일단 세무조사가 시작되면 국세청 직원들이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를 수 있는 상황에서 위법한 증거를 만들어내는 것조차 가능하기 때문에 이때 세무조사를 받는 기업체나 개인은 위법한 증거를 만드는 데에 협력하기 십상이다.
그들은 대체로 형사증거법 등에 대한 법률 지식이 부족하고 불이익을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위축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안이 법원에 오게 되면 무죄 판결 등으로 제재 받기 마련인데, 이러한 판결이야말로 견고한 법리에 입각한 경제생활 밀착형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국세청이 세무조사의 결과를 정당화하는 증거를 위법하게 만들어 낸 것에 대해 법원이 잘 제어해 준 사건의 전형에 해당한다.
누구든지 세무조사를 받게 되면 위축되기 마련이지만 위법한 증거를 만드는 것에 협조해서는 안 되며 내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만 응분의 대가를 치르겠다는 당당한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많은 기업체나 개인은 세무조사 과정에서 국세청 직원들에게 밉보이지 않으려고 조심하다가 세무조사 결과가 좀 부당하더라도 수용하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사건처럼 검찰이 세무조사의 위법성을 걸러내지 못하고 기소하는 경우도 왕왕 있으므로 기소됐다고 해 무턱대고 체념할 필요는 없다.
위법에 대한 최종적 통제는 법원에서 이뤄진다. 따라서 기소된 후라도 변호인의 노력 속에 위법한 증거를 깨고 부당한 세무조사 결과를 바로잡을 수 있다.
세무조사라는 긴장되는 사건도 우리 국민이 적법한 절차와 정당한 결과를 체험하는 장으로 변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한 변모는 법원이 적절하게 제재하리라는 것을 납세자가 신뢰하고 국세청이 의식할 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