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6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 초청 간담회에서 피해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검경일보 특별기고/ 이주옥(수필가)] 매스컴에서는 하루가 멀다고 불행한 소식들을 보도한다. 제천 스포츠 센터 화재, 인천 낛시배 전복, 아이돌 가수의 자살, 유명 대학병원의 신생아사망, 버스 위로 덮친 크레인 붕괴 등등. 희망적인 뉴스는 어디에도 없고 듣느니 불행한 소식들뿐이다. 유독 추운 올겨울 날씨만큼이나 마음이 싸늘해지고 움츠러든다.

어디서나 크고 작은 화재는 발생하지만 이번 제천 화재로 30여명이 사망한 것은 안타깝고 어이없기만 하다.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사고가 아니고 분명 인재라고 할 수밖에 없는 사고였다. ‘사후 약방문’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지만 언제나 문제의 불씨는 처음 시작점부터 품고 있다는 것이다. 화재에 약한 내장재를 써서 건물을 짓는 것도 문제고 그런 건물에 준공 허가를 내주는 관공서도 문제다. 또한 안전성을 무시하고 위험한 사각지대에서 무작정 일하는 현장기술자들의 의식도 문제다. 언제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우선 쉽고 빠른 것에 집착하는 한국인들의 안전 불감증은 그동안 수없이 제기 됐던 일이다. 매번 어마어마한 사고가 난 다음에 새삼스럽게 문제점을 짚어보는 것은 이번에도 변함없는 악순환이며 구태의연한 처사였다. 년 말이면 유난히 도로 보수를 해대며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는 관공서의 몰아치기 행정도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여기저기 파헤쳐진 도로는 걷기에도 불편하고 교통체증만 늘어난다. 인도에 어지럽게 쌓인 건축 자재도 감당하기 어렵고 보기에도 아슬아슬한 장비들도 난립한 현실이다. 건물을 짓는 것도 마찬가지다. 철저하게 안전장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야 가리지 않으니 사고예후는 24시간 예정되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칠흑 같은 새벽 자그마한 낛시배는 급유선과 충돌하였고 한가로이 바다 낛시에 나섰던 15명이 사망했다. 작은 배가 알아서 피해가겠지 했다는 무책임한 말에 충격은 더했다. 정류장에서 정차하고 있는 버스에 느닷없이 무너져 덮친 거대한 철제 크레인의 공격, 말 그대로 날벼락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번에도 폐자재 위에서 부실하게 공사한 게 원인이이라고 한다. 사방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한 것들에서 나만은, 내 주위는 무사하리라는 보장을 할 수가 없다. 나만 주의하고 조심한다고 해서 피해갈 일도 아니다. 언제 어떤 사고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그저 우울하기만 하고 포비아 현상은 짙어가기만 한다.

겨울인데도 청량한 공기 한 자락 마시기가 힘들다. 미세먼지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온통 세상은 뿌옇고 회색빛이다. 언제 한번 마음 편히 햇살한 번 쏘일 마음의 여유도, 시간의 여유도 없다. 비가 내려도 비 한 방울 맘 놓고 맞기가 두렵고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에도 두 팔 벌려 맘껏 눈밭을 뒹굴지도 못한다.

사람들은 혼자에 익숙해지고 있다. 삶이 복잡해질수록 자기만의 세계로 숨어든다. 집안에서조차 가족들과 어울리려 하지 않고 오롯이 나만의 공간과 시간을 원한다. 누군가와 같이 하는 것이 피곤하기도 하지만 격렬하게 돌아가는 세상사에서 자꾸 자신감을 잃어가기 때문이리라. 모두가 이런 상황이니 마음 드러내고 나눌 친구도 흔치 않다. 제각각 눈앞에 놓인 삶과 현실에 치어 허둥대고 있을 뿐이다. 결국 그런 현실이 사람들을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만든 것이다. 그런 감정들을 어디에도 발산할 수 없어서인가, 사람들은 극단의 선택을 한다. 그것도 서른 살도 안 된 전도유망한 젊은이들이. 얼마나 애석하고 안쓰러운 일인가. 한 아이돌 가수의 극단적인 선택은 우울한 이 시대의 또 다른 아픔이었다.

사람들은 갈수록 나약해진다. 어디에도 희망은 없다고 말한다. 그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그 절망의 시간 뒤에 숨고 만다. 어차피 인간사에 괴로움은 필수로 끼어 있건만 고통스러운 것을 참고 견뎌내려 하지 않는다. 아무리 주변 환경이나 조건이 여의치 않다 해도 살아내야 하는 게 생에 대한 준엄한 의무가 아니겠는가.

이주옥(수필가)

불에 타오르는 건물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아프고 어린 천사들이 병원에서조차 보호받지 못한다. 신중하지 못한 안전장치로 애꿎은 시민이 불시에 원통한 죽음을 당하고 보기에 화려하고 부러울 것 없어보이던 연예인이 극단의 선택을 하는 세상이다.

겨울 하늘은 유난히 흐리고 올해는 더욱 추울 것이라는 기상예보다. 날씨를 닮은 듯 세상은 자꾸 암울하게 흐르고 있다. 하지만 봄은 기어이 오는 것, 또 치열하게 살아봐야 하지 않을까. 절망의 극단엔 희망이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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