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쟁이들 내 집 갖기란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어려워

▲ 박경국 경북본부 사장

[검경일보 박경국 경북본부 사장]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부터 지방 소도시까지 눈을 돌려 바라보는 곳 어디나 아파트 공사 일색이다. 빈 터가 있다 싶으면 얼마안가 으레 공사가 시작된다. 이렇게 빈 터 한군데 없이 아파트나 주택이 들어서는 데 집값은 왜 그렇게 높아지고 집 없는 서민들은 그다지도 많은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정부에서는 쉴 틈 없이 집값 안정을 부르짖고 나름대로 대책을 내 놓는다. 하지만 이를 무시하듯 나날이 치솟기만 하는 집값을 보면 힘이 쭉 빠진다. 99㎡(약 30평) 규모 아파트 가격이 10억, 20억 원을 넘어서니 월급쟁이들이 내 집을 갖기란 하늘의 별을 따는 일보다 더 어렵다.

도시통계 정보사이트(NUMBEO)에 따르면 서울의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Price to Income Ratio)은 17.8이라도 한다. 보통의 직장인들이 집을 사기 위해 연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17~8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요즘 젊은 세대가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을 주저하는 밑바닥에 집 문제가 크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빈 말은 아니다. 아무리 좋은 직장을 다니고 아이들 양육도 포기한 채 맞벌이를 해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 서민들은 자산들에게 위화감이나 박탈감을 갖고 그에 따라 삶의 질은 계속 낮아질 뿐이다.

집 한 채 마련하려고 허덕이다 보면 돈을 쓸 수가 없다. 또한 소비가 부진하니 내수 불황은 당연히 따라오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주택 보유 여부와 그 주택이 '서울‘에 있는지 아니면 ’지방’에 있는지에 따라 신분마저 차이가 날 정도니 이 또한 사회적으로 큰 문젯거리가 아닐 수 없다. 개인의 능력 차이에서 오는 격차도 힘든 판국에 자산 격차에 따른 양극화까지 겪으니 결국 대재앙의 불씨가 아니고 무엇일까. 비단 우리나라 상황만은 아니다. 영국에서조차 젊은 세대가 높은 집세를 감당하지 못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는 자유주의 체제에 미래가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우리나라도 도심의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사람들이 자꾸 외곽으로 밀려나가는 현실이 발생하고 있다. 도심은 말 그대로 사람의 온기가 빠진 삭막한 시멘트 건물들이 주인이라고 말해야 할 지경이 됐다. 박원순 시장은 도심의 낡은 빌딩을 임대 주택으로 활용할 방안을 제시했다. 일각에서는 획기적이면서 집 없는 직장인들에게 희망적이라고 환호하기도 하지만 실행 여부는 불투명하기만 하다.

언제부턴가 부동산은 온전히 휴식을 위한 공간보다는 환금가치가 있는 1순위가 됐다. 서울의 집 한 채 값이면 지방에서는 5채도 살 수 있다 하고 어느 임대사업자는 600채가 넘는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는 놀라운 보도도 있었다. 서민들에게는 남 얘기고 꿈같은 이야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많이 가진 자의 것을 억지로 빼앗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어느 사회학자가 주장했던 것처럼 토지세를 도입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많이 가진 자는 당연히 세금을 많이 내야 함에도 반발은 뻔하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우선은 건축 규제를 완화해 주택을 많이 지어야 하고 순수하게 삶의 터전으로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적어도 내가 버는 수입의 한도에서 집 장만이 가능해야 하지 않겠는가.

젊은 세대들은 결혼을 꺼리고 출산을 미룬다. 또한 고령화된 부모의 부양도 커다란 부담이 된다. 이런 사면초가인 상황에서 높은 집값까지 짓누른다. 이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도로와 지하철 등 교통망에 투자하여 서울 도심이 아닌, 근교에서도 출퇴근이 쉬워야 한다. 그러면 굳이 서울 도심에 집을 사겠다고 아우성치지 않을 것이다.

지방은 빈 집이 천지고 서울은 나날이 집값 고공행진의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의식주의 균형은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내가 애쓰고 노력하는 만큼의 대가는 희망을 가져온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살이에 물리적인 박탈감이 주는 스트레스까지 받아야 한다면 인간의 삶은 그야말로 고행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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