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영화 히말라야 스틸 컷

[검경일보 특별기고/ 이주옥(수필가)] 히말라야(himalayas)는 '세계의 지붕' 그리고 ‘눈이 사는 곳’이란 뜻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맥으로, 해발 7,300m이상의 고봉이 30여 개나 분포한다. 산지 정상 부분은 만년설로 덮여 있다.

흔히 즐겨 산에 오르는 사람들에게 “왜 오르느냐”는 질문을 한다. 대부분 “거기 있으니 오른다.”고 대답한다. 삶에 대한 무상과 관조처럼 들리는 것이, 나 같은 범인은 존경심마저 든다. 그들은 마치 중독이나 숙명처럼 산을 오르고 거기에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급기야는 인간 승리라는 경지까지 오른다. 왜 굳이 다시 내려 올 길을, 갖은 악천후를 무릅쓰고 오르는지, 그러다가 그들이 그토록 사랑하는 그곳에서 생을 다 하는지…. 모르면서도 알 것 같은 화두를 남긴다. 문득 ‘시지푸스의 신화’를 떠 올리며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흔히 산을 오르는 것이 우리 인생과 닮았다고 말한다. 한 치 잎을 모르는 게 인생사라고 말하고 또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기후 변화를 헤치면서 한발 한발 정상을 향해 오르는 것이 꼭 우리 인생 같다. 삶은 어쩌면 산을 오르는 과정과 닮은 것일지도 모른다.

히말라야는 나 같은 사람은 감히 쳐다보기도 어려운 거대함의 상징이고 영원히 오르지 못 할 장벽처럼 느껴진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깃발을 꽂은 산악인을 보며 매번 경외감에 빠져들고는 했다. 그 사람들은 별세계의 인간으로 구분될 뿐이었다. 갖은 역경을 딛고 정상에 오른 전설 같은 산악인들. 고상돈, 김영호, 박무택, 박영석, 고미영 등 내로라하는 산악인들이 히말라야를 정복했지만 그곳에서 생을 다했다. 그럴 때마다 산악인들은 누구보다 떠난 동료들을 그리워하고 힘들어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산에 오르기를 멈추지 않고 끝내는 동료들 곁으로 돌아간다. 그들이 육체적, 심적 고난을 겪으면서도 매번 높은 산에 도전하고 등정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순명일까.

우리나라 산악인이 히말라야 등정에 나섰다가 목숨을 잃은 첫 사고의 주인공은 47년 전인 1971년 김기섭 대원이라고 한다.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산사나이들의 안타까운 사망소식. 지난 주말, 우리나라 산악인 5명이 히말라야 다울라기리산 구르자히말(해발 7천193미터)원정 도중 베이스캠프에 닥친 눈사태로 목숨을 잃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특히 김창호 대장은 무산소 등정과 새 루트 개발자로 입지전적인 인물이라서 더욱 애통한 일이다.

도전하는 삶은 과정이나 결과가 어떻든 대단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유난히 히말라야 등정 중에 일어난 사망 소식은 마음이 아프다. 어쩌면 다른 사람보다 열정적인 그들의 삶이 안타까워서인지 모르겠고 또는 그곳에다 삶의 끝을 걸어 놓은, 무모함에 대한 인간적인 아픔도 포함된다. 그리고 또 남은 사람들을 배려하지 못한, 자신만을 위한 삶이었는지 모를 질책 같은 것이기도 하다.

지인은 얼마 전 불쑥 히말라야 트레킹에 나섰다. 평소 등산을 열심히 한 것도 아니고 아침저녁으로 산책처럼 동네 뒷동산만 오르락내리락 하던 사람이었는데 실로 무모한 도전이었다. 말 그대로 트레킹이라 만만하게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아무런 워밍업 없이 나선 사람답게 지독한 고산병에 시달려 일행보다 앞당겨 귀국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그는 말했다. “사람 호흡과 산의 숨결이 밸런스를 맞추지 않으면 산은 아무에게나 품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것에 합일을 끝내고 무사히 정상에 올랐을 때 받은 선물은 온통 쏟아지던 밤하늘의 별이었단다. 청량한 히말라야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신의 선물이라고까지 했다.

이주옥(수필가)

산이 있어 산에 오르고 그 곳에서 바라보는 밤하늘의 별을 세례처럼 받아 안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궁극의 순리를 밟는 그들은 진정 행복한 사람일까. 몰아치는 폭풍우와 싸우고 불시에 덮친 눈 더미에 묻혀버린 목숨. 그들에게 남은 시간의 가치는 무엇이며 남은 사람들은 어떤 의미일까. 남은 사람들은 히말라야 밤하늘의 별처럼 당신도 충분히 빛난다고 진정으로 말할 수 있을까.

김창호 대장은 산에 왜 오르느냐는 질문에 “그 답을 찾기 위해 오른다.”했다고 한다. 그는 답을 찾았을까. 삶의 자락에 연연해서 하루하루 인생 산맥 오르내리기에 급급한 나를 다독이며 그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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