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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情의 시대
  • 이주옥
  • 승인 2019.05.07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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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옥(수필가)

[검경일보 특별기고/ 이주옥(수필가)] 오랜 전 어느 가수는 사랑을 ‘눈물의 씨앗’이라고 하등만. 그 말은 사랑이라는 것이 꼭 웃음 나고 좋고 행복한 것은 아니란 말이제. 아따 그라고 어려운 귀신 씨나락 까묵는 소리 말고 알아 묵기 쉽게 말하라고? 긍께 말이여. 사랑이 별거당가? 무담씨 맘 가고 정 가고 저태 있으나 없으나 보고 잡고 만지고 잡고, 뭐 그런 것 아니것어.

본시 사랑이란 것이 귀신 홀리듯 사람 정신 쏙 빼놓기만 하제 다 부질없고 허망한 요물. 글먼 이녁은 사랑보다 더 귀하고 진한 것이 뭔지 아슈? 그것은 바로 정이여. 사랑보다 지픈 정 말이여. 정, 얼매나 감칠맛 나고 따순 말인지 몰러. 특히나 에미가 자식한테 주는 모정은 동서고금 막론하고 이 시상에서 가장 크고 대단한 것이제. 짐승도 지 자식 떨쳐내면 사나흘은 대문간만 쳐다봄서 곡기를 끊은단디, 하물며 자식새끼 위해서라믄 간 쓸개는 물론, 목숨꺼정 다 내 줘야 할 모정도 요새는 변질되야부럿어. 하는 짓거리가 짐승만도 못한거. 다 변해도 에미랑 새끼 사이 찰떡같은 정은 영원히 쫄깃쫄깃 한 것인 줄 알았등만 그것도 무너져불고 인자 이놈의 시상살이 지댈 데가 없그만.

지 배 아파 낳은 13살 묵은 째깐한 새끼를 목 졸라 죽이는데도 가만히 보고만 있는 에미가 있드란 말이여. 더 놀랠 일은 지 새끼 죽여서 저수지에 빠치고 온 새 서방한테 고상했다고 했다잖여. 시상에 이런 비정한 에미가 어디 있당가. 그 쌍판대기 한번 봤으면 좋것제만, 생각만 해도 나가 온 몸에 소름이 끼치고 입맛도 없고 신간이 안 편한디 그 면상 보면 심사만 더 고약해질성 싶은거이 맬갑시 하루에도 열두 번 허방을 짚고 먼 산 바라기 한당께.

글고 말이여. 뭔 정신병자들은 그라고 많아서 맨날 지 부모 때려죽이고 온 동네 불 싸지른당가? 안 죽을라고 혼비백산 도망가는 사람들 쫓아가서 칼 휘둘러 줄초상 내 불고 시상이 으찌코롬 수상시런지 어디다 맘 붙일 데가 없고 맥아리가 풀려 자꾸만 주저앉고 싶단 말이시.

시절이 하 수상해서 그런가. 맨날 조현병이니 심신미약이니 함시로 뻑 하면 사람을 죽이고 다치게 해도 벌도 맘대로 못 준다 안한가. 하긴 이 험한 시상에 지 정신 갖고 사는 것이 용하제. 또 치매에 걸리면 건사하기 힘들다고 영감 마누라 서로 죽이는 시상이 되부럿어.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항꾸네 하고 치다꺼리 해주자던 부부해로도 다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이야기여.

또 어디여? 쩌그 바닷가 횟집말이여. 죽어라고 부려 묵다 내 보냄시로 퇴직금 주라고 한께 괘씸하다고 천 원짜리 수천 장 던져놓고 돈 시어 가란 업주가 있는가 하면 그런 사람 일 못하게 작당한 상인회도 있드랑께. 사람이 사람을 대접을 안 하는 시상이다 본께 사람 한명 죽이는 일도 닭 모가지 비틀 듯이 쉬운겨. 애비가 새끼 잘 되라고 때리는 것도 폭력으로 고발하고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던 선상 향한 존경심은 개나 줄 세상, 어이할거나 유정 천리 비정함만 깔려있으니 갈수록 사는 것이 팍팍하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걷는 것 맹키로 불안하고 아슬아슬하니 허구한 날 한숨만 나고, 사는 것이 늘상 백척간두여. 사람으로 한 세상 태어나 맨날 꽃길만 걷기를 바라는 것도 욕심이제만 요새는 볼 꼴, 못 볼 꼴 너무 많다보니 그것도 몸서리나게 뉘가 난당께.

사람 사는 시상이야 시끄럽든가 말든가 지 혼자 옴팍지게 핀 봄꽃 귀경도 제대로 못혔는디 봄이 언제 간지 모르게 가부럿네. 그 많던 꽃 다 떨어지고 연두색이 초록색으로 이삐게 물들어 눈은 호강 허는디, 어째 내 맴은 한겨울 얼음 땡땡 언 것 만치 징하게 춥구먼.

어쩌끄나. 비정한 어매는 무악시럽게 보낸 지 새끼 꿈에 보여 남은 시간 가슴 쥐어뜯으며 제 명 잘라낼 것이고 지 정신 잃고 사람 헤친 삼시랑들도 또 어느 날은 시나브로 죄책감에 괴로울텐디, 서로 마음 보태서 항꾸네 살아야하는 시상, 따땃하고 인정시런 것들은 모두 사라지고 비정함만 뎅그러니 남으니, 우리는 인자 무엇에 지대고 살아야 할랑가 이녁은 아는겨? 나는 당최 모르것어.

이주옥  leejo9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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