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손학규 대표 영수회담] 저축은행·등록금 인하 공감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27일 오전 7시 30분부터 9시 35분까지 청와대에서 회담을 가진 뒤 6개항의 민생회담 공동발표문을 채택했다. 이날 회담에는 청와대에서 김두우 홍보수석이, 민주당은 이용섭 대변인이 회담 내내 배석했다.

이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와의 회담은 지난 2008년 9월 정세균 당시 민주당 대표와의 만남 이후 거의 2년9개월만에 이뤄진 것이다.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과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이 밝힌 회담 내용을 정리한다.

이 대통령과 손 대표는 이날 6대 민생의제별 논의에서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 향후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게 정부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최대한 빨리 마련해 발표하며, 종합대책에는 가계부채 규모를 적정수준으로 관리하고 가계부담을 줄이기 위한 내용을 포함하기로 했다.

또 저축은행사건과 관련해서는 향후 저축은행 부실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게 정부는 확실한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이미 발생한 저축은행 부실문제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에서 원인 규명과 책임소재가 성역 없이 철저하게 밝혀지도록 정부와 여야가 최대한 협조키로 했다.

일자리 창출은 최고의 복지이며 민생대책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민생 일자리 창출에 최대한 노력하며, 내년예산에 일자리 관련 예산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정부와 여야가 협력키로 했다. 이와 함께 일자리 창출 및 정규직-비정규직 격차를 줄이는데 공공부분이 솔선수범하는 내용을 담았다.

대학 등록금 문제는 대학 등록금 인하가 필요하고 대학 구조조정도 병행하여 추진되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구체적 방안은 의견을 달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교육은 백년지대계인 만큼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계속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기로 했다.

추경편성 문제에 대해서, 손학규 대표는 하반기 등록금 부담 경감, 일자리 창출, 구제역 피해 복구, 태풍으로 인한 재난대책을 위해 정부에 추경편성을 요청했으나,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재정법상 추경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미FTA 문제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장래를 위해서 적극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손학규 대표는 정부가 재협상해 국회에 제출한 비준안은 양국간 이익균형이 크게 상실되어 재재협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따라서 먼저 가계부채 문제가 향후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정부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최대한 빨리 마련해 발표하며, 가계부채 규모를 적정수준으로 관리하고 가계부담을 줄이기 위한 내용을 포함하기로 합의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회담이 끝난 후 "회담을 통해 그동안 고착된 대립을 탈피해 대화정치가 시작됐고 향후 난제들에 대해 언제든지 만나 논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데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 대변인은 "합의숫자를 늘리기보다 민생현장의 목소리, 서민의 애환 등을 그대로 청와대에 전달해 정부 정책이 친서민 중심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게 손 대표의 뜻"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한나라 "뜻 깊은 시간"…민노 "국민 실망감 줘 허무"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은 이날 현안관련 브리핑에서 "6대 과제를 비롯해 산적한 민생현안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대표간의 허심탄회한 논의의 자리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또한 "한나라당은 분명한 가시적 성과를 도출해낸 금번 회담의 결과에 대해 환영의 뜻을 표하며, 향후 회담결과를 야당과의 협의를 통해 6월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되기를 바란다"고 전달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과 손학규 대표가 가계부채와 저축은행 사태에 대해 합의를 본 것에 한나라당 역시 이에 적극 동감하는 바이며, 국회 차원의 노력에 앞장설 것이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대통령과 손학규 대표가 대학등록금 인하와 부실대학의 구조조정문제에 공감하고 계속 협의하기로 한 점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예산반영폭 확대등 향후 정부와 여야가 협력하기로 한 점, 비정규직 차별시정을 위해 공공부문이 솔선수범을 하기로 한 점 역시 이번 회동의 중요한 성과라고 할 것이다"고 평가했다.

배 대변인은 하지만 "대통령께서 한미FTA 비준동의에 야당의 협조를 구한데 대해 (손 대표가)여전히 재재협상만을 고수한 점이나, 국가재정법상 곤란한 사항인 추경편성을 요구한 점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번 회담을 계기로 민주당은 앞으로도 필요하면 대통령도 만나고, 여야 대표회담도 하고, 여야정 협의체나 국회 상임위 활동도 정상화하여, 여야가 정치를 제대로 하는 모습을 국민께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간 조찬회동이 국민적 실망감만을 안겨준 채 허무하게 끝났다"고 평가절하했다.

우 대변인은 "오늘 회동을 통해, 국민적 심판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이명박 정부로부터는 추호도 기대할 것이 없으며, 국정을 바로잡고 민생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권교체밖에 길이 없다는 것만 확인되었다"면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어설픈 협상 행보가 국민들을 더욱 실망시키고 낙담시켰다는 세간의 지적을, 민주당은 뼈아프게 새겨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민심을 대변하고 서민의 눈물을 닦아줘야 할 야당이 서 있어야 할 자리는, 반값 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며 폭풍우속에서도 3보1배를 멈추지 않고 있는 대학생들과 생존의 벼랑끝에 내몰려 있는 노동자들의 옆이다"면서 "무엇보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민심을 대변하여 그 어느 때보다 야권연대에 모든 힘을 실을 때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고 강조했다.

자유선진당 임영호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공허한 말로만 끝난 최고로 한심한 회담"이라며 "청와대는 야당과 소통했다는 목적에만 집착했고 민주당은 국민에게 비쳐지는 모습만 신경을 써 아무런 성과도 거둘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국민참여당 이백만 대변인은 "(이 대통령과 손 대표가)왜 만났는지 모르겠다"며 "선문답만 주고 받았고, 특히 반값등록금 문제에 대해 아무런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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