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韓 자동차 부문 경제적 손실 4조원" '10+2 재재협상안' 제시

민주당이 현 정부가 재협상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에 제동을 걸었다.

민주당은 이번 협상안을 8월 국회처리에서 처리하지 않기로 당론을 정하고, 한·미 FTA 협정문 가운데 수정·보완해야 할 부분을 정리한 ‘10+2 재재협상안’을 제시하며 정부와 여당을 압박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해서라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여야 간 마찰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한·미 FTA(자유무역협정)'10+2 재재협상안'을 최종 추인했다. 국회의장 직권상정 카드까지 검토하며 한·미 FTA비준동의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한나라당의 방침에 맞서 민주당은 이익의 균형이 맞춰지지 않는 한 절대로 통과시킬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에서 이뤄진 (미국과의)재협상으로 자동차 부문의 경제적 손실이 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무너진 이익 균형을 회복시키겠다는 민주당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민주당은 FTA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손해 보지 않는 FTA를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FTA 자체를 반대하는 당내 비주류 의원들과의 논쟁이 예상됐으나 이날 추인과정에서는 이견이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발표된 재재협상안이 민주당 홍재형 국회부의장을 위원장으로 한 당내 FTA 특위가 15차례나 논의한 끝에 마련한 내용인 만큼 충분한 의견 수렴이 가능했기에 추인과정에서 마찰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관측이다.

'10+2 재재협상안'은 미국과 재재협상을 해야 하는 10개 항목과 국내에서 보완해야 할 2개 항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농축산업 주요품목 일정기간 관세철폐 유예 △중소상인 보호 장치 확보 △개성공단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한국산 원산지 인정을 위한 역외가공 조항 도입 △친환경 무상급식 정책 안전성 확보 △의약품 분양의 허가·특혜 연계 제도 폐지 △투자자 국가 소송제도(ISD) 폐기 △금융 세이프가드 실효성 강화 △자동차 세이프가드 발동요건 강화 △서비스 시장 개방의 네거티브 방식을 포지티브 방식으로 전환 △역진불가 조항 폐기를 미국과 재재협상해야 할 10개 항목으로 정했다.

또 국내적으로 보완해야 할 대책으로는 △통상절차법 제정 △무역조정지원제도 강화 등 2가지를 꼽았다.

특히 민주당은 쇠고기 관세를 10년간 유예하고 11년차부터 8%씩 철폐해 15년차에 40%의 관세를 모두 철폐하는 내용과 중소상인 적합업종 특별법과 유통법, 상생법 등 중소상인 보호 장치를 확보하는 내용을 최우선 재재협상 항목으로 지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학규 대표는 “균형을 깨뜨린 정부의 재협상안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익의 균형을 맞추는 FTA, 국익에 도움이 되는 FTA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한·미 FTA 8월 임시국회 처리 불가론에 대해 자유선진당도 뜻을 같이 하며 힘을 보탰다.

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20일 "미국 의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8월에 상정하지 않고 9월로 넘기겠다는 입장을 우리 정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의원 외교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 중인 박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복수의 미국 정치인들로부터 미국 내 정국이 혼미해 8월에 한미 FTA를 상정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고 이를 외교부를 통해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미국 의회가 국가 부도사태를 피하기 위해 국가 부채상한선 문제를 논의하고 있지만, 공화당과 민주당의 극한적인 대립으로 인해 다른 안건을 상정해 처리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한미 FTA 비준안 처리의 최대쟁점인 TAA(무역조정지원) 문제와 관련, "TAA를 한미 FTA 이행법안에 포함시킬지 행정부와 의회 간에 합의가 돼있지 않아 8월 국회 상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9월부터 대선정국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 9월 의회 상정도 미지수"라며 "한나라당은 8월 국회에서 반드시 한미 FTA 비준안을 처리하겠다는 무모한 주장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미국 의회가 비준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이에 맞춰 8월 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현 단계에서의 재재협상은 현실성이 없고, 재협상으로 우리 자동차 산업을 양보한 게 사실이나 이로 인해 이익의 균형이 무너진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한나라당은 “참여정부 때 체결된 투자자 국가 소송제도 폐지까지 주장하며 재재협상을 하라는 건 국제관례에도 없는 것이며, 또 한·미 FTA 비준이 1년 지연되면 15조2000억 원의 기회비용이 날아간다”며 8월 임시국회에서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한·미 FTA 비준을 통과시킨다는 입장이어서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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