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70대 남성 재력가에 접근해 골프·성관계 맺고 친분 쌓은 후 사기도박 벌여

[검경일보=조성수 기자] 영화 '타짜'를 모방한 사기도박 범죄가 현실에서 재현됐다. 이들 사기도박단은 미인계로 도박대상을 포섭한 뒤 도박판을 벌였고, 또 잃은 돈을 다시 대출해주는 수법으로 40~70대 남성 5명에게서 10억여 원을 챙겼다.

양주경찰서는 10일 경기지역을 돌며 재력가를 상대로 사기도박을 한 김 모(57ㆍ여ㆍ총책) 씨 등 4명을 구속했다. 또 사기도박 대상을 모집한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달아난 최 모(54)씨 등 속칭 '선수' 3명을 쫓고 있다.

▲ 영화 '타짜'의 스틸컷.
경찰에 따르면 재력가로 알려진 A 모(72) 씨는 지난 3월 경기도 광주시내 한 식당에서 이모(44ㆍ여)씨를 만났고, 이후 골프도 치고 성관계까지 맺으면서 친분을 쌓았다.

그러던 중 A씨는 이 씨의 권유로 1점에 1만 원짜리 속칭 '고스톱' 도박에 손을 댔다.

고스톱에 쓰인 화투는 미리 조작된 일명 '탄 카드'인데다, 이 씨와 같은 일당까지 도박판에 끼어 있어 A 씨는 돈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이 씨 일당들은 이렇게 딴 돈을 밖으로 빼돌렸다가 다시 빌려주는 수법으로 A씨에게서 하루 만에 무려 9천만 원을 뜯었고, 이후에도 4차례나 도박을 더 해 모두 5억3천여만 원을 챙겼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이 이만큼이나 진행된 상황에서도 A씨는 전혀 이 씨에 대해 의심을 하지 않고 있었다”면서 “경찰조사에서 사건의 전말이 모두 드러난 뒤에야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 씨는 사기도박단 총책인 김 씨의 지시를 받아 A 씨에게 접근했다. 영화 ‘타짜’에서 배우 김혜수가 사기대상을 물색해 작업에 들어간 것처럼 치밀한 계획아래 A 씨를 포섭한 것이다.

사기도박단에는 이 씨와 같은 유인책인 30대 여성이 한 명 더 있었다. 이들 유인책들은 남성들의 연령에 따라 대상을 바꿔가며 작업을 하는 등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사기도박단을 운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전국을 무대로 재력가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모집책, 도박자금을 배달하는 속칭 '꽁지', 탄 카드를 사용하는 속칭 '선수' 등도 이들 일당 속에 포함돼 있었다.

이들 일당들은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 2006년 6월부터 최근까지 A 씨를 포함한 돈 많은 40~70대 남성 5명에게서 17회에 걸쳐 총 10억여 원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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