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29일

1998년 프랑스 소설가 프랑크 파블로프가 발표한 『갈색 아침』이란 책이 있다.『갈색 아침』에 등장하는 정부는 급증한 개와 고양이 수를 줄인다는 명분으로 ‘갈색 법’을 발표한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치듯 어느날 갑자기 ‘갈색 털이 아니면 모조리 없애라’는 무시무시한 법이다. 검둥이와 흰둥이, 바둑이는 갈색이 아니란 이유만으로 안락사시켜야 한다. 끔찍한 일이다.

과학자들은 갈색 고양이가 새끼를 적게 낳고 먹이도 조금 먹는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한다. 사람들은 잠시 당황하지만 곧 순응한다. 이를 비판한 신문은 폐간된다. 갈색 신문, 갈색 책, 갈색 술 등 온통 갈색만 남는다. 불안과 공포가 도시를 휩쓴다.

그러나 사람들에겐 저항할 힘도, 의지도 없다. 주인공은 “처음 갈색 법이 만들어졌을 때 안 된다고 말했어야 했다”며 뒤늦게 후회한다. “하지만 어떻게? 남들도 조용하게 사는 게 좋다며 수수방관했잖아.” 변명도 덧붙인다.

『갈색 아침』의 경고는 지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과 이후 대통령실, 국민의힘 관계자 등의 대응을 보면 <갈색 아침의 정부>와 흡사하다. 이른바 <날리면> 주장은 노랑과 빨강을 갈색으로 둔갑시키려는 시도다. 

어느날 갑자기 <날리면>이 아니라  <바이든>으로 들린다는 사람을 모조리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는 <날리면 법>을 만드는 건 아닌지 우려될 정도다.

다행히 우리국민은 <갈색 아침의 국민>과 다르다. 현명하다. 그래도 뒤늦게 후회할 일을 더이상 만들지 않기 위해선 힘을 합해야 한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당당히 말하자. 

 이정헌 (李政憲)
 前 JTBC 앵커
 前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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