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묘역에 합장해달라” 유언…코로나19로 4년 만에 이뤄져

찰스 그린 중령(왼쪽)과 올윈 그린 여사. (사진=국가보훈부)
찰스 그린 중령(왼쪽)과 올윈 그린 여사. (사진=국가보훈부)

[검경일보 김태원 기자]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전사한 호주 참전용사 고 찰스 그린 중령의 배우자인 고 올윈 그린 여사의 “남편의 묘역에 합장해달라”는 유언이 생을 달리한 지 4년 만에 이뤄진다.

국가보훈부는 21일 오전 10시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호주 참전용사 찰스 그린 중령 묘역에서 배우자 올윈 그린 여사의 유해를 합장하는 합장식을 주한호주대사관 주관으로 40분 동안 거행한다고 밝혔다.

이날 합장식에는 올윈 그린 여사의 외동딸인 앤시아 그린을 비롯한 유족과 윤종진 보훈부 차관, 캐서린 레이퍼 주한호주대사, 폴 러캐머라 유엔군 사령관, 사이먼 스튜어트 호주 육군참모총장, 박정환 육군참모총장 등이 참석한다.

그린 중령은 1950년 9월 28일 호주 정규군인 호주 육군 제3대대의 첫 지휘관으로 참전했다.

그가 이끈 호주 육군은 영연방 제27연대에 소속돼 연천전투, 박천전투에서 승리한 뒤 1950년 10월 29일 정주전투에서 또 한 번의 승전고를 울리면서 아군의 진격에 큰 공적을 세웠다.

하지만 1950년 10월 30일 그린 중령의 텐트 주변에 북한군이 쏜 포탄이 날아들어 날카로운 파편이 그린 중령의 복부를 관통하면서 30세 나이로 전사했다.

보훈부는 이러한 공로로 지난 2015년 11월의 전쟁영웅으로 선정한 바 있다.

그린 중령의 배우자인 올윈 그린 여사는 남편이 전사하고 70여 년이 지난 2019년 11월 향년 96세를 일기로 호주에서 별세했다.

올윈 그린 여사는 남편이 전사한 뒤 홀로 외동딸을 키우고 생활했고, 남편을 그리워하며 1993년 ‘아직도 그대 이름은 찰리’라는 회고록을 집필해 호주 전쟁 문학계에서 인정받았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호주정부 국민훈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평생을 6·25전쟁 호주 참전용사와 유가족들을 위해 봉사하는 등 한국과 호주 정부의 협력관계에 기여한 올윈 그린 여사는 생전에 “남편의 묘역에 합장해달라”는 유언을 남겼지만, 코로나19로 합장이 이뤄지지 못하다 별세 후 4년 만에 유언이 이뤄지게 됐다.

윤종진 보훈부 차관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남편을 평생 그리워하다 생을 달리하신 여사님의 유언이 작고하신 지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이뤄지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이제라도 대한민국의 품에서 남편과 함께 영면에 드시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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