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수 서울본부 회장
신태수 서울본부 회장

[검경일보 신태수 서울본부 회장] 검찰의 특수활동비(특활비) 논란이 또다시 불붙었다. 그동안 검찰 특활비는 크고 작은 의혹과 사회적 논란을 불러왔지만, 어떻게 쓰이는지 알 길이 없어 국민은 냉가슴만 앓았다. 그러다 최근 한 언론사와 시민단체에 의해 베일에 가려 있는 검찰 특활비의 민낯이 가감 없이 드러났다. 회식, 기념사진 촬영, 공기청정기 대여, 부서별 나눠 먹기, 연말에 몰아 쓰기, 격려·포상금 지급 등등 수사와 정보수집에 쓰라고 책정된 검찰 특활비가 엉뚱한 곳이 쓰이고 있었다.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로 구성된 공동취재단은 지난 12일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의 특활비 지출기록 분석 자료를 공개했다. 검증 대상은 2017년 9월부터 2023년 4월까지 5년 8개월 치 950쪽 분량의 고양지청 특활비 기록으로, 집행 건수로는 869건이다. 지방검찰청 단위에서 특활비 집행의 실체를 전수조사 형태로 검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지청장에게 현금으로 지급된 내용도 있었다.

공개된 내역을 보면, 확인된 금액만 총 3억 5,766만 5,300원으로, 집행 사유는 '수사 활동(49.2%)', '정보교류 활동(8.9%)', '검거 활동(7%)', '공판 활동'(3.8%)', '집행 활동(2.7%)'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수사에 쓰였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지청장이 현금을 받은 예도 있었다. 2018년 7월 15일 당시 A 지청장이 집행 내용 확인서를 생략하고 현금 150만 원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당시는 검찰의 공식 일정이 없는 일요일이었는데, A 전 지청장은 기억나지 않는다며 얼버무렸다고 뉴스타파는 전했다.

그동안 검찰 특활비 의혹은 어떻게 쓰이는지 알 길이 없어 많은 국민이 속으로 분통을 삼켰는데, 공동취재단의 노력으로 베일에 숨은 검찰 특활비의 민낯이 드러나게 됐다. 혹시나 했는데, 기밀 수사나 정보수집 활동에 쓰여야 할 검찰 특활비가 불분명한 용처에 검사들 쌈짓돈처럼 사용된 것이다. 추악한 검찰 특활비는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공동취재단이 지금까지 판독한 특활비 집행기록은 전체의 1% 정도에 불과하다. 빙산의 일각에서 확인되는 오남용 사례만 봐도 심각하다. 전수조사한다면 상상 이상의 실태가 드러날 수도 있다. 국민의 세금을 허투루 쓴 정황이 드러난 만큼 더 이상 묵과해선 안 된다. 검찰과 법무부는 투명하게 특활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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