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가 뭐 길래…‘ 박근혜 정부’, 초유의 국정공백 장기화 전망

[검경일보 조성수 기자] 새 정부의 국정공백사태가 장기화국면을 맞고 있다. 여야가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를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평행선을 그리며 대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새 정부가 이제 출범한 만큼 믿고 맡겨 달라는 것이고, 야당은 최대 쟁점인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만 양보해달라고 맞서고 있다. 그러면서 양쪽은 서로의 입장을 전혀 굽히지 않고 있다. 이러는 사이 2월 임시국회도 그냥 지나가버렸다. 새누리당의 단독소집으로 3월 임시국회를 열었지만, 2월 임시국회 때나 별반 달리진 것이 없어 여전히 평행선만 달린다. 검경일보가 여야의 지루한 공방 속을 들여다봤다.

정부조직개편 언제쯤? 2월 이어 3월 임시국회에서도도 평행선

여야의 강경한 대치 속에 정부조직개편안 처리가 3월 임시국회로 넘어갔다.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5일 방송 기능 이관 문제를 놓고 합의점을 못 찾아 결국 정부조직개편안 처리가 무산됐다. 최대 쟁점이었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업무를 어디에 둘지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여야의 협상과정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이슈는 TV채널배정권을 가진 SO의 관련 법률 제·개정권을 방송통신위원회에 남길지, 아니면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로 넘길 지였다. 새누리당은 지난 3일 밤 SO 인허가권을 방통위에 남기되, 관련 법률 제·개정권은 미래부로 넘기자는 협상안을 내놨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둘 다 방통위에 둬야 한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협상 와중에 여권은 민주당이 우려하는 ‘방송의 공정성 훼손’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5일 방송업무를 미래부와 방통위가 공동 관리하는 방안을 민주당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막판 쟁점인 ‘SO 기능 이관’ 문제에 대해 “미래부로 다 넘기는 게 아니라 방통위와 공동 관리하는 방법을 야당에 제안했다”며 “방송기능의 중립성을 충분히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은 또 입장을 바꿔 SO 인허가권을 미래부에 넘겨주되 방송 중립을 보장할 수 있는 특별법을 만드는 방안도 제의했다.

청와대는 일단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처리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법 개정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앞으로 언론 장악 의혹을 살 수 있는 상황이나 문제가 발생하면 언제든지 문제 제기가 가능하고, 또 1~2년을 지켜보고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민주당 측은 강경한 자세를 굽히지 않았다. 특히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SO 인허가권을 미래부로 이관하는 대신 ‘방송 중립’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제안한데 대해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민주당이 SO 인허가권을 방통위에 남겨두고 미래부의 산업진흥 기능을 위해 방송 부문에서 필요한 사항을 특별입법하자고 제안했는데, 이걸 반대로 역제안한 셈”이라며 “택도 없는 소리”라고 말했다.

시간만 끌다 진전 없이 협상 결렬…사상 초유 국정공백 사태 놓고 ‘네 탓 공방’만

결과적으로 시간만 질질 끌다 별다른 진전도 없이 협상은 결렬됐다.

여야의 강경한 대치로 정부조직개편안 처리가 2월 임시국회에서 무산되자 새누리당은 지난 5일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3월 임시국회를 단독으로 소집했다.

이에 여야는 새누리당 단독으로 소집한 3월 임시국회 회기 개시일인 지난 8일부터 '박근혜 정부'의 골격을 이룰 정부조직법 개편안 논의를 이어갔다.

3월 임시국회에서는 새 정부의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가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여야는 방송통신위원회 방송기능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문제 등 핵심쟁점을 중심으로 정부조직법개편안 타결에 주력하고 있다.

우선 여야는 SO(종합유선방송)의 소관 부처 문제를 놓고 양측이 우려하는 점을 불식시킬 방안을 서로 내놓은 방식으로 협상을 이어갈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SO 부문을 미래부에 넘겼을 때 방송장악 우려를 불식시킬 방안을, 민주당은 SO 부문을 방송통신위에 잔류시킬 경우 방송통신기술(ICT) 융합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방안을 각각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 쟁점에 대한 여야의 간극이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어 3월 임시국회는 2월 임시국회처럼 상당기간 파행할 가능성도 있다.

당장 여야는 본회의 개최 등 기본적인 의사일정조차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자 여야는 장외로 나가 나름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공방전을 계속 벌였다.

與 “국내외 둘러싼 환경 위기 맞고 있는데, 야당은 발목 잡으며 내각 구성 막아”

새누리당 김기현, 민주당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최대 쟁점인 종합유선방송(SO)의 법률 제·개정권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방송통신위원회 존치를 각각 주장하면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특히 지난 3일 작성된 여야의 '잠정합의문' 가운데 SO 부분을 놓고 서로 엇갈린 주장을 펴면서 협상 결렬의 책임을 상대에게 돌렸다.

우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3일 밤) 여야 간 잠정 합의안대로 합의하면 문제없다고 생각한다"며 "여야간 합의를 했는데 다른 손에 의해 이것이 깨지니, 청와대에 의해 이게 온전하게 조정되는 것인지 굉장히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합의에서 인허가권을 방통위에 두고, 그렇게 되면 방통위 업무가 미래부로 가는 게 있고 방통위에 남는 게 있어서 그것에 따라 법률 제·개정권을 분할하는데, 양쪽이 다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양 기관이 합의해 법률을 운영한다고 합의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말씀 자체가 틀리다. 민주당이 법률 제·개정권을 미래부로 넘기는 게 가능하다고 했다"며 "인허가권은 방통위가 계속 갖고 있되 미래부가 인허가에 관련된 법률 제·개정권을 소관해 제·개정권을 직접 행사키로 했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문안 작성 과정에서 초안에 그 부분이 명확치 않아 (민주당에) 이 부분을 넣자고 주장했는데 민주당이 그렇게 해 줄 수 없다고 해서 최종 합의서에 서명이 안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SO의 법률 제ㆍ개정권과 인허가권을 미래부와 방통위로 분리할 수 있는 지를 두고도 의견이 맞섰다.

우 수석부대표는 "분리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으나 김 수석부대표는 "법률 제·개정권과 법률에 따라 인허가권을 행사하는 집행권자가 같아야 한다는 것은 전혀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의 직권상정 제안을 두고도 신경전이 펼쳐졌다.

우 수석부대표는 "논의를 안건조정위에서 하든지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하자고 하든지 해야지 직권상정을 들고나온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으나, 김 수석부대표는 "20여회 이상 협상했고 남은 쟁점이 하나면 이제 표결하는 게 맞다"고 맞섰다.

양당 원내대변인도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장외전'에 가세했다.

새누리당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KBS라디오에 출연, "민주당이 걱정하는 방송장악과 관련해 지상파ㆍ종편ㆍ보도채널 등 영향력이 큰 방송은 방통위에 남겨두고 뉴미디어, SO, IPTV가 미래부로 가는 것이니 대통령을 한번 믿고 맡겨두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野 “어떤 협박과 압력에도 입법권 지킨다. 박 대통령 간섭…, 국회가 시녀냐”

그러나 민주당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방송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99% 합의돼 있으므로 방송을 빼고 나머지를 우선처리하자"면서 국정공백 우려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장관 임명도 하지 않고 국무회의도 열지 않는 것은 '국정 태업'으로까지 보인다. 국정을 빌미로 '셀프 발목잡기'를 하면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이어 "오로지 남은 게 방송에 대한 부분인데 이 부분은 (여권에서) 양보해달라"고 반박했다.

여기다 한 술 더 떠 새 정부 들어 박 대통령과 사실상 맞짱을 뜨고 있는 민주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의원직까지 내걸면서 민주당의 입장을 확고히 했다. 새누리당의 양보 없이는 협상을 안 하겠다는 것이다.

문 비상대책위원장은 여야가 가파르게 대치하고 있는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와 관련해 "모든 책임을 지고 거취에 관한 중대 결심을 할 것을 분명히 말한다"고 밝혔다.

문 비대위원장은 지난 8일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만약 이 일을 못 해낸다면 명색이 정치한다는 주제에 무슨 낯으로 국민을 대하겠느냐"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을 믿어달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간곡히 부탁 말씀을 올린다. 국민을 믿어달라. 국회를 믿고 국회에 맡겨 달라"면서 "이번 기회가 성숙한 국회상을 정립하는 원년이 되도록 도와 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문 위원장은 여야 협상팀을 향해서도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을 국가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대통령의 입장과 방송장악 음모 분쇄로 방송 공정성을 확보해 언론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야당의 입장이 충분히 고려된 새 합의안을 꼭 이뤄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를 위해 각각 직권상정과 3대 선결요건을 언급한 새누리당 이한구,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를 향해 "여우와 두루미식으로 상대가 받을 수 없는 안(案)을 그만 내달라"고 비판했다.

이어 "오직 나라 걱정에 밤잠을 설치는 국민만 생각하면 어찌 현명한 대안이 안 나오겠느냐"며 "그것만이 국회 위상을 살리는 길이고 '통법부' 오명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이다"고 당부했다.

문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원만히 처리되지 않을 경우 비대위원장 자리에서 사퇴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상황이 더욱 심각하게 전개될 경우에는 국회의원직까지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반발이 거세자 새누리당 내에서는 일단 정부조직법개편안 타결이 시급한 만큼 조금 양보해서라도 이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새 정부의 국정 공백 사태가 더 이상 길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은 교착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여야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상과 관련해 "우리가 일부를 양보해서라도 빨리 정부를 출범시키고 내각을 구성해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선의 홍 의원은 이날 교통방송 라디오 '열린 아침'에 출연, "정부조직법이 개편 안돼 내각 구성이 제대로 안된 모든 것이 집권 여당의 책임일 수 밖에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협상 과정에서 새누리당의 재량권이 없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그는 "정부 출범 초기이고 박근혜 대통령의 신념이나 철학이 되도록 존중돼야 한다는 시기적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측면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인정했다.

이어 "야당을 설득하고 박 대통령도 설득하는 지도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부족한 점이 있었다"며 "우리가 자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조직법안의 처리가 늦어지는 이유를 강행처리를 금지하는 국회 선진화법으로 돌리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당내 일각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타협이나 협상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법을 시행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너무 성급하게 포기해야 한다는 것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여야의 '양보 공방' 속에 3월 국회도 상당기간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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